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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윤산군(尹山君) 일기10 : 윤산군의 비참한 최후

대제학 조회수 : 1,514
작성일 : 2022-03-28 12:05:48

9편에 이어 10편.

 

<윤산군의 비참한 최후>

 

차범석기자는 아침 일찍 목욕재계하고 태극진인과의 마지막 인터뷰를 위해 법당으로 향했다. 그는 향불을 피우고 기도 중이었다. 기도를 마친 그는 차기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차기자님, 윤핵관들과 결별하고 백성들 편에 서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차기자가 할 일이 많을 겁니다.”

 

“아니, 다 알고 계셨습니까? 잠시나마 권력에 아부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법당 벽에는 관우와 그를 닮은 건장한 무장(武將)의 초상이 걸려있었다. 차기자는 궁금해서 물었다.

 

“큰스승님, 왼쪽 무장(武將)은 관우(關羽)인 것 같습니다. 오른쪽 무장은 잘 모르겠는데 누구인가요?”

 

“관운장은 대의(大義)의 표상입니다. 천하의 간신들은 관운장 앞에서 모두 벌벌 떨지요. 바로 윤핵관 같은 소인배 놈들이 관운장의 칼을 받을 놈들이오. 관운장 옆의 인물은 남송의 충신 충무공 악비(岳飛)장군입니다. 그는 제갈량과 함께 충절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중국 항주(杭州) 서호의 악비장군 묘 앞에 가면 진회 부부가 두 손이 뒤로 묶이고 상반신이 벗겨진 채 무릎을 꿇고 악비장군에게 머리를 숙이며 용서를 구하는 동상이 있습니다. 

거기 가면 중국 여행객들이 충신 악비를 처형한 간신 진회에게 마구 침을 뱉고 발길질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나라와 충신을 배반한 만고의 역적에 대한 응징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습니다.

진회 부부는 악비 장군을 제거할 음모를 꾸몄습니다. 금나라를 물리친 악비가 백성의 영웅으로 떠오르자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진회는 악비의 출세를 질투하는 무리를 꼬드겨 고소장을 제출하게 했습니다. 죄명은 역모였지요. 

노장 한세충이 날조된 죄명에 항의하며 무슨 증거가 있냐고 묻자, 진회의 답이 걸작이었습니다. ‘막수유(莫須有)’, ‘아마 있지 않을까요?’라고 했지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생사람 잡는 것이 지금의 윤왕과 똑같았습니다. 악비는 겨우 서른아홉 살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진회는 악비를 모함해 죽인 뒤 그의 목을 적국인 금나라로 보냈으니 참으로 악랄하고 교활한 자입니다. 진회는 천하의 간신이라는 수식어가 영원히 따라붙습니다. 윤왕부부는 그 진회를 훨씬 능가하는 천하의 간신 역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는 항상 되풀이되는 것 같습니다. 벌써 문왕(文王) 시절이 얼마나 좋은 시절이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제 그대가 궁금해하는 윤왕의 결말을 보여주겠소. 잘 보고 마음속에 깊이 새기시오. 최기자는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 될 것이요. 직접 확인하고 나면 마음속의 모든 의혹이 눈 녹듯이 사라질 겁니다. 나를 따라오시오.”

 

그는 차기자를 데리고 오솔길을 지나 한참 후에 암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름 모를 약초와 향기로운 꽃들이 피어 있고 시냇물을 따라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었다. 멀리 사슴과 날짐승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학처럼 생긴 새가 날고 있었다. 암자의 방문을 열자 거기에는 둥근 거울이 놓여 있었다. 거울 한쪽에는 대인대의(大仁大義)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먼저 청수(淸水)를 향해 세 번 절하시오.”

 

차기자는 공손하게 세 번 절하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 거울은 만인경(萬人鏡)이라 합니다. 명부(冥府)의 재판과 심리는 물론 미래의 일까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제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시오. 이제 차기자가 궁금해하는 미래의 일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차기자는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지상의 법정보다 더 크고 웅장한 천상의 법정이 펼쳐져 있었다.

 

법정 중앙에는 날카로운 눈매와 꼿꼿한 자세를 한 재판관이 앉아 있었다. 그는 면류관 같은 것을 쓰고 있었는데 기품이 늠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했다.

 

“저 재판관은 누구입니까?”

 

“저분은 명부 대왕입니다. 오늘은 대한국의 명부에서 재판이 열리는 날이고 그는 대한국 명부대왕(冥府大王) 전봉준 장군입니다.”

 

“녹두장군 전봉준이 대한국의 명부대왕이었군요.”

 

“그렇습니다. 가난한 선비로서 오직 백성을 위한 한마음으로 수백만 동학군을 조직하여 타락한 조정과 외세에 맞서 싸웠고 동아시아 민중 혁명을 일으키도록 영향을 준 분이지요. 백성들의 보은(報恩)으로 명부의 대왕으로 자리하게 된 것입니다.”

 

사회자인듯한 사람이 나와서 발표했다.

 

“이제 곧 재판이 시작될 것입니다.”

 

곧이어 한 죄수가 끌려 나왔다. 

 

그는 육중한 몸매에 목에 긴 칼을 차고 온몸이 쇠줄로 결박당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는데 뒤에 부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따라오고 있었다. 

 

명부 검사가 죄인의 죄목을 읽어 내렸다.

 

“죄인은 대한국의 윤왕(尹王)에 올랐던 자로서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백성을 탄압하고 온갖 악행을 저질러 백성의 원성이 하늘을 찔러 결국 백성들의 손에 의해 끌려 폐위된 자입니다.

윤왕 일당이 없는 죄를 조작하여 기소한 것만 천 명이 넘고, 있는 죄를 조작하여 면죄부를 준 것도 천 건이 넘습니다. 또 사건으로 알게 된 사건 관계인들의 부동산을 빼돌린 것만 수백건입니다. 그는 대한국 개국 이래 가장 추악한 범죄자로서 범죄의 수법이 간악하기 이를데 없는 파렴치한 자입니다.

이미 이 자는 명부의 판결을 받아 1000년 형에 처해진 바 오늘은 역사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명부 대왕의 특별 심리를 진행하겠습니다.”

 

윤왕은 고통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괴롭습니다. 이제 그만 저를 죽여 주십시오.”

 

명부대왕이 입을 열었다.


“네놈은 미신과 주술에 빠져 나라를 망치고 죄 없는 사람에게 정치검찰의 칼날을 휘둘러 그 죄악이 태산보다도 높다. 네놈의 폭정으로 나라와 백성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시는 네놈과 같은 사람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역사의 법정에 새기고 교훈으로 삼아 영원히 기록할 것이다.

너는 동탁과 안록산의 생을 살면서도 수많은 죄를 저질렀고 세 번의 기회를 주었지만 개심(改心)을 하지 못했다. 너희들에게 더 이상의 자비는 무의미하다. 무간지옥에 살면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게 되리라.

죄없는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고 뱃속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나라와 백성을 기망한 죄는 무엇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대죄이다. 너희들은 이미 1000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주기적으로 법정에 나와 취조를 당하고 저지른 악행의 만 배의 고통을 당할 것이다.”

 

명부대왕이 말을 마치자 취조관이 나와서 윤왕의 범죄일람표를 확인하며 윤왕 부부에게 매질을 하기 시작했다. 쇠채찍과 쇠갈고리는 두 사람의 등짝을 사정없이 휘갈렸는데 등에서는 피와 고름이 흘러 내렸다. 그럴 때마다 윤왕부부는 고통에 몸부림을 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가 회복되어 채찍질이 계속 반복됐다. 

한참 후에 이번에는 불 칼과 불 창을 든 장수가 나타나 번갈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윤왕부부는 고함을 지르며 몸을 사정없이 흔들어댔다. 하지만 온몸이 결박된 상태라 불 칼과 창에 살과 뼈가 타들어 갔다. 그렇게 온종일 채찍질과 불칼에 당한 윤왕부부는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차기자는 윤왕이 수감된 감옥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윤왕은 없고 쇠사슬에 결박된 멧돼지 한 마리가 피를 흘리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차기자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아니, 윤왕은 어디 가고 멧돼지가 누워있습니까?”

 

“저것이 윤왕의 본 모습이외다.”

 

태극진인은 고쳐 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자, 이제 윤왕의 비참한 최후를 보았으니 최기자도 할 일을 하셔야겠지요? 윤왕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소. 사이비 법사들이 날고 기어도 하늘을 이길 수는 없소이다. 하지만 모사재천 성사재인(謀事在天 成事在人)입니다. 하늘이 일을 꾸미지만 그것을 이루는 것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제 천명(天命)을 완수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두려워 말고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조직화해 나가야 합니다.”

 

“큰 스승님, 큰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기자는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태극진인의 취재 내용과 윤핵관들과의 일화, 그리고 건진과 청공 등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책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어차피 윤왕은 ‘폐위’될 자 윤산군(尹山君)이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원고의 제목을 이렇게 적었다.

‘윤산군 일기’

 

서문에는 차기자의 다짐도 들어 있었다.

 

“더는 약해지지 않겠습니다. 

눈물도 흘리지 않겠습니다. 

오직 폭군 윤왕을 타도하라는 천명(天命)만 기억하겠습니다. 

함께 잡은 손 놓치지 않겠습니다. 

거짓과 불의가 주인 행세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대대로 이 땅의 주인이었던 시민의 힘으로 역사의 기강을 바로 잡겠습니다.

 

배달(倍達)의 혼이여!

대한(大韓)의 수호신이여!

 

굽어 살펴주소서.”

 

 

*그동안 소설 <윤산군 일기>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IP : 221.139.xxx.8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시USA
    '22.3.28 12:07 PM (221.139.xxx.89)

    에서 필명 대제학이란 분이 쓰신 글을
    그 분 동의 받고 1편부터 퍼왔습니다.
    대제학님과 82쿡 애독자님들 감사합니다

  • 2. ....
    '22.3.28 12:10 PM (98.31.xxx.183)

    미씨usa 본사가 성남에 있다던데 맞아요? ㅋㅋ

  • 3. 와~~~~
    '22.3.28 12:11 PM (221.138.xxx.122)

    이렇게 빨리 끝장ㄴㅐ주시다니...ㅎㅎ
    잘 봤습니다~

  • 4. ...
    '22.3.28 12:21 PM (14.39.xxx.125)

    결국은 깨어있는 시민이 해내는군요
    돼지 윤산군 끝장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속전속결로 개돼지 무리들 ㅠ

  • 5. ㄷㄷ
    '22.3.28 12:39 PM (116.123.xxx.207) - 삭제된댓글

    시워한 결말이네요

    '거짓과 불의가 주인 행세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대한의 수호신이여, 우리를 굽어 살피소서!'

  • 6. ㄷㄷ
    '22.3.28 12:40 PM (116.123.xxx.207)

    시원한 결말 이네요

    '거짓과 불의가 주인 행세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대한의 수호신이여, 우리를 굽어 살피소서!'

  • 7. ...
    '22.3.28 12:44 PM (14.39.xxx.125)

    빨리 끝장냅시다
    주여 도우소서

  • 8. ㅇㅇ
    '22.3.28 12:47 PM (146.70.xxx.249)

    소설보다더 비참한 최후를 맞길 바랍니다 윤산군

  • 9. 감사합니다
    '22.3.28 12:59 PM (14.33.xxx.39)

    소설보다 더 비참한 최후를 맞기를 바랍니다 윤산균 2222222222222

  • 10. 감사합니다
    '22.3.28 1:01 PM (58.92.xxx.119)

    애독자로서 연재수고 하셨고 끝나서 아쉽기도 하네요.

  • 11. 감사합니당
    '22.3.28 1:14 PM (121.172.xxx.222)

    1편부터 꼭꼭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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