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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혼자 울고 난뒤 눈물마른 얼굴

sometimes 조회수 : 2,747
작성일 : 2021-10-19 20:59:07
오래전에 본 일인데, 그일만큼은  참 기억에 남아요.
아파할만큼 아파하고, 그로인해 울만큼 혼자 울고.
그런다음 눈물이 번졌다가 마른 얼굴.

울었나?
그런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바라보니.
마침 전날밤 불던 비가 그치고
햇살이 뽀얗게 비치던 그 창가자리에
병색이 짙은 아빠 얼굴이 세수한듯
너무나 맑게 보였던 그 표정.


평생 술만 마시고
집한칸을 마련해한적없이
겨울초입마다 그 계절을 걱정했던 아빠가

중풍과 또 암에 시달리면서
그 극심한 통증때문에
또 술을 끊지못했습니다.

술을 마시면 
늘 밤새도록 떠들었던
아빠가
마지막까지 있었던 그날 아침은
햇살이 블링블링하고 맑았어요.

그날 아빠는
어른으로써,
마지막으로
아픔에대해
실컷 눈가가 지무르도록 
울었던가봅니다.

실컷 울다가
가볍게 털고 
그 무거운 세상을
갈수있었던것같아요.

어른이면
잘 못울잖아요.
그런데도 시원하게 울고나면
너무도 가볍게 자리를 털수있는 마음
생기잖아요.

가끔, 눈물로 씻겨진
그 늙고 지친얼굴이
햇살에 반짝여서
이젠 정신을 차린건가했더니.

그날이 아빠의 마지막날이었네요.

IP : 1.245.xxx.13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쓸개코
    '21.10.19 9:02 PM (14.53.xxx.3)

    원글님 너무 슬퍼요..ㅜ

  • 2.
    '21.10.19 9:11 PM (61.47.xxx.114)

    글 잘쓰시네요
    맘에 와닿네요
    그래도 가족들한테는 그모습 보이기싫었을
    아버님 마음도 헤아려지고요

  • 3. ,,,,
    '21.10.19 9:12 PM (112.167.xxx.79)

    눈물나네요. 아버지...

  • 4. 원글
    '21.10.19 9:15 PM (1.245.xxx.138) - 삭제된댓글

    제가 이렇게 추워지는 계절의 길목에선 갑자기 이런 아빠가 생각납니다.
    닥쳐올 겨울을 걱정하는 아빠가.
    이젠 그 지치고 힘들었던 영혼이 16년이 지난 지금은 편안하게 있길 성모님을 믿는
    82님들께 기도좀 부탁드립니다.

  • 5. 쓸개코
    '21.10.19 9:20 PM (14.53.xxx.3)

    울 아버지도 같은 곳에 계세요.
    아버지들 편히 쉬시길..

  • 6. ..
    '21.10.19 9:55 PM (211.58.xxx.162) - 삭제된댓글

    저희 아버지도 함께 빌어봅니다
    늘 성실하셨지만 좋은 시절이 없었던
    남들 좋을 시기에 병으로 늘 집에만
    계셨던 그나마 건강하셨을땐
    여기저기 다니기 좋아하셨는데

    지금 계신곳에선 새 처럼 훨훨 날아다니시길
    어릴때 헤어진 할머니와 형제 자매도
    만나셨기를
    바래봅니다

    원글님의 아버님도 그곳에선
    아프지 않고 따뜻한 곳에서 평안하시기를...

  • 7. 아버지
    '21.10.20 2:15 AM (180.228.xxx.213)

    두고두고 읽고싶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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