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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넋두리....싫은 분 패스하세요.

겨울냄새 조회수 : 2,070
작성일 : 2021-10-17 11:55:36
갑자기 겨울이 되서 공기의 온도와 냄새가 달라지니까
오늘 일요일이라 그런가
참 옛날 겨울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대학생때 동생들과 미국에 삼촌댁을 방문했는데
한겨울에요
인디애나주에 사셨거든요. 눈밭이었고, 
맥도날드에 들어가면 커피 냄새가 진동을 했고, 
디즈니월드는 너무나 넓었고,...플로디리다 주는 더웠고 ㅎㅎ
(대신 여름에 사촌들이 우리집에 와서 두 달 지냈어요)

큰 애 고 3때 수능시험장에 데려다 주던 날의 냄새
애들 친구 엄마들과 같이 카페에 앉아서 밖에 눈밭을 보면서 커피 마시던 냄새
에어로빅 다닌다고, 동사무소까지 가서, 
추운날 그 좁은 샤워장에서 아줌마들과 와글바글 후다닥 씻고 나온거..
학교 평생교육원에 난방시설도 없는데서, 
그림 배워보겠다고 곱은 손 호호 불며 그림 그리던거
눈 밭을 강아지와 산책하던 냄새
남편이 한참 아플때 이 병원 저 병원을 눈길을 운전하며 다니던 냄새

남들은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집콕들 하게 됐지만
저는 남편이 아프다고 직장그만두고, 
집에 있기 시직하면서 사회와 단절이 되서
코로나가 막상 왔을때도, 이미 단절생할중이었어요,
그떄부터 남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내 인생의 시계가 멈춘거 같아요 
그냥 인생이 한순간이고, 
젊고 좋은 시절은 너무나도 짧고, 
그런거 같아요. 

이제는 다 나은거 같은데 저 인간은 계속 아프다고
돈벌러 안나가고, 
내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내가 더 아픈거 같은데
나는 한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아둥바둥 거리는데 돈은 안벌리고, 

그냥 내 맘대로 밖으로 돌면 꼭 뭔가 병이 생겨서 
내 발목 잡는거 같은 남편....
그냥 두자니 빨리 죽을거 같고
장단에 맞춰주자니, 
순장당하는 기분이라 열받고. 

월요일에 수술한 울 강아지, 
내일쯤 퇴원할거 같아서 기분이 넘나 들뜨면서도, 
날이 추워지니, 뭔가 집을 청소와 정리 해줘야 할거 같고, 

너무 더운 한여름에는 빨리 겨울이 왔으면 했는데
겨울도 만만치 않고, 힘들겠지요. 
그래도 살 쪄서 뚱뚱하고, 열 많은 저는 
겨울이 더 나은거 같아요. 
반대이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참 더운 여름은 너무 힘들더라구요. 

곧 눈이 오고, 
이제는 거의 사라진 군밤, 군고구마 굽는 냄새만 나면 겨울 냄새 완성이 되겠어요. 

지금 기분이 센치해서 의식의 흐름대로 써서
내 몸처럼, 마음처럼, 우리 집안 살림처럼, 그냥 막 엉망이네요. ㅎㅎ
읽어 주신분들 고생하셨어요. 

IP : 14.52.xxx.19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10.17 11:57 AM (118.32.xxx.104) - 삭제된댓글

    뭐니뭐니해도 혹한. 너무 힘들죠

  • 2. ..
    '21.10.17 12:02 PM (124.54.xxx.120)

    날씨가 쌄ㅏㄹ해지니 이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면 한 살 나이만 더 들고…
    저도 마음이 허하네요….

  • 3. ㅇㅇ
    '21.10.17 12:05 PM (49.171.xxx.3)

    아. 냄새로 기억되는 많은 추억들
    원글님 추억부자구나
    부럽다.. 읽어가다가 내용이 차츰
    슬퍼져서..

    하지만 또 잘 이겨내실것 같은 강단이
    느껴져요.
    언젠가는 지금의 기분도
    또 어떤 냄새로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원글님 우리 힘내요~~
    저도 요즘 사는게 참 버겁네요

  • 4. 하…
    '21.10.17 12:28 PM (223.62.xxx.22)

    누가 내가 쓰고싶은 글 대산 써 주셨네요

    간신이 직장서 벗어나 이제 날개좀 다나 싶으니
    연로하신 부모님 언제 벗어날지 앞이 안 보이네요

    대신 글 써주셔서 고마워요.

  • 5. 작약꽃
    '21.10.17 12:34 PM (211.179.xxx.229)

    남편에 대한 감저이 저와 같군요 ㅠ

    저는 추운 겨울이 싫은데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차고 쨍한 공기가 좋을때도 있더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

  • 6. 인생 추억으로
    '21.10.17 1:04 PM (116.41.xxx.141)

    잘 정리한 소회의 글을 읽으니
    센치해져서 좋은데요
    가을신고식같은 좋은 글이에요 ~~

  • 7. ,,,
    '21.10.17 1:04 PM (121.167.xxx.120)

    간병 5년정도 하고 돌아 가시기전 마지막 1년은 병실에 계셨어요.
    돈이 없어서 간병인 안쓰고 혼자서 했는데요.
    돌아 가시고 나니 긴장이 풀려서 대상포진. 난청이 오고 모무게 20kg 빠지고
    앓아 누웠어요. 병원에서는 입원 치료 하라는데 통원 치료 했어요.
    지금 10년이 지나도 회복이 안돼요.
    치료 받으면서 보니 간병한 가족들 환자보다 먼저 죽는 사람도 있고
    암 걸린 사람 뇌출혈 와서 병원에 입원한 사람. 고생 많이 해요.
    원글님도 남편이 혼자 몸 움직이면 슬렁슬렁 간병 하세요.
    나 아파서 누우면 세상이 끝나요.

  • 8. 문득..
    '21.10.17 7:56 PM (125.183.xxx.121)

    들리는 노래 한자락에도 많은게 떠오르는 나이가 되었네요.
    좋은 기억이면 좋고...힘든 기억이면 그때 그 감정에 울컥거리고...
    날이 갑자기 추워졌네요. 따뜻한 옷 챙겨입으시고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 드시고...무엇보다 건강 잘 챙기세요...
    따뜻하고 향기로운 커피냄새 다시 맡을 날도 오겠죠.
    인생이 별게 없는게 같은데도... 짧은듯 기네요.
    화이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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