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주 눈에 띄던 치즈냥인데
사람을 잘 따르고 참 애교가 많았어요.
만나면 뒹굴면서 배도 보여주고
등을 곧게 편 채 무릎 사이를 은근하게 도는데
딱 사람을 홀리는 거 같았어요.
개랑 참 다르구나 하면서 일부러 산책 나가서 찾아보고 했죠.
개는 14년 키워봤지만 고양이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귀엽다고만 하고 다녔는데 밥은 어디서 먹는 걸까 싶고
어느날 편의점에서 츄르랑 미니 사료를 사와서 비닐봉지를 뜯는데
세상에 그 작은 비닐 소리를 듣고 비호같이 달려오는 거에요.
먹을 거 원하는 거였는데 눈치 없이 귀엽다고만 하고 ㅠㅠ
암튼 그래서 틈틈이 사료 챙겨주고 물도 주고 했는데
우리집 말고도 그 고양이 팬들이 많아져서
빙어 구워 나간 날은 이미 누가 먹이 주고 있어 줄서서 주고
어느 날은 6팀이나 줬다는 소리도 들리고...
아파트 동마다 급식소를 설치하고 당번을 정하면 어떨까
이 생각 저 생각 해보기만 했네요.
그러다 보안팀에서 고양이 먹이 금지 벽보가 붙고 ...
아파트 밖 쪽으로 먹이 주는 곳도 바뀌고
그러다 겨울이 와서 마음이 심란한데
누군가 고마운 분이 까만 고양이집을 나무들 사이에
설치해주셨더라구요.
그러고도 주차장 고양이 똥 문제 등으로 또 금지문이 붙고
그러는 동안 그 아이가 어느날부터 안 보였어요.
고양이 집은 비어 있다가 치워졌고...
다시 눈에 띄겠지 했지만 어쩜 그렇게
다른 냥이들까지 싹 사라질 수가 있는지...
고양이가 싫어하는 스프레이라도 둘렀나 했어요.
근데 당근에 동네소식도 올라 있는 걸 보고
아파트 이름 고양이로 검색을 해봤더니 그 아이 사진이 나오네요.
등의 무늬를 보니 그 아이가 맞아요.
누군가 먼저 걱정하는 글을 당근에 올렸고 그걸 보고
윗동네에서 그 아이를 본 사람이 사진을 올려주신 거죠.
살이 좀 쪘고(부은 건지) 잘 다니더래요.
죽진 않았구나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가엾네요.
길냥이의 삶이란 참...
인연이 되면 한 마리쯤은 집으로 데려와야 하나 싶은데
집냥이를 기르게 되면 길냥이들 때문에 오히려
심정적으로 편할 날이 없어진단 말이 벌써부터 실감되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