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90년대 결혼식을 회상.
나는 다 이뻐보여서 처음 들어간 드레스샵에서
2~3개를 입어보고 바로 정했어요. 평생 뭘 살까 힘겹게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이태리 실크래나 뭐래나 약간 봉긋한 소매에 깊이 파이지 않은 네크라인에 적당히 퍼진 드레스라인이었어요.
요즘같이 노출이 심한 디자인은 유행이 아니었던 시절이었죠.
나일론같은 가벼운 반짝임이 아닌 우아한 바짝임이 맘에 들었었는데 그당시 대여료가 250만원이었던게 기억이 나네요. 내가 그돈을 삼성 주식을 사놓았더라면 ㅠ.ㅠ.
드레스에 비해 웨딩샵에서 빌려줬던 구두는 굽만 높은 못난이 구두였네요. 이런...
지금 사진을 보면 드레스는 전혀 촌스롭지 않고 예쁜데 문제는 지금 기준으로는 귀신같은 화장이 안타까워요.
립스틱 색상이 왜 이렇게 진한지 그당시 사진들은 전부다
자주빛,핏빛 립스틱들을 다 바르고 있어요.
머리도 스프레이를 가득 뿌린 느낌의 딱딱함이 사진을 뚫고 나오죠. 요즘은 화장을 부드럽게 참들 잘해요.
그렇다고 퉁퉁한 모습으로 뽀샵으로 어색하게 웃는 호빵같은 두리뭉실한 느낌의
리마인드 웨딩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솔직히 리마인드 웨딩 사진이 이뻐보인적은 한번도 없어요.
운좋은? 사람들은 웨딩드레스도 두어번 입겠지만 그런 행운은 날아간지 오래입니다. 고로 내가 죽을때까지 베르사이유의 장미같은 드레스를 다시는 입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것 같은데 죽으면 다시 그런 드레스를 예쁘게 입혀서 관속에 눕혀달라고 유언을 남겨볼까요? 화장을 할 예정인데 뭔가 힘겹게 탈것 같아서 안될것 같군요. 그냥 깨끗한 면으로 된 써스데이 아일랜드의 롱 드레스나 입어야겠어요. 레이스프릴의 면양말과 납작한 메리제인 슈즈를 신으면 엽기 장래룩이 되려나요? 서정희가 즐겨쓰는
그 보네뜨 모자까지 쓰고 누워 있으면 볼만 하겠군요.
내 친구들은 울다 웃음을 참을지도 모르겠고
끝까지 돌아이구나 라며 자기들끼리 웃을것 같습니다.
난 그 비장해보이는 삼베 옷을 마지막으로 입기는 싫으니 좀더 고민을 해봐야겠어요. 내 장례식장에서는 참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도 메들리로 틀어달라고 해야지요. 사이키 조명까지 달아서 슬프게 온 사람들이 한번쯤은 피식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박수를 처주고 부케를 받고 친구들의 진심이 지금도 느껴지는데 연락이 끊긴 친구들아 잘먹고 잘살고 있지?
부모님은 못마땅한 내색을 숨기시느라 애쓰셨던 모습이 스치며 죄송한 마음이 또 엄습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미혼 여러분 왠만하면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하지 마세요. 쌍수들고 환영해도 살다보면 이혼하고 싶은 이유가 100가지가 생기는게 결혼생활이에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요. 또 희생을 싫어하는 분들은 결혼하지 마시구요. 뭔놈의 희생이 이리 요구되는지...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 가족들과 있으면
결혼은 참 괜찮은, 덜 외로울수 있는 제도임은 확실합니다.
남편감을 볼때 정말로 사랑해야하고 똑똑한지 장래 잠재성을 보세요.
그 가족들을 꼭 봐야죠. 유전자 네!!! 중요합니다. 시부모님이 화목한지도 중요해요. 비슷한 수준끼리 만나면 갈등요소를 줄일수 있으니 너무 위아래로 차이나는 결혼은 하지 마세요.
외모는 정말 고리타분한 조언이지만 추하지만 않으면 돼요. 뭐 손가락이 짧아서 싫다 어쩌다하고 싫은건 사랑에 안빠진건데 그러면 결혼하면 안돼요.
결혼식 비디오 테이프는 USB로 바꿔서 보시면 아주 소름이 좍좍 돋는 경험일 겁니다. 끝까지 보시는분은 위너!
그놈의 올드 팝송이 흐르면서 남편이 나를 들고 빙글빙글 도는 씬은 구토유발 및 내눈을 찌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니 유의하세요.
자식들에게는 큰 웃음과 트라우마를 동시에 선사할 수 있으니 심사숙고하고 보여주세요.
살다가 무료하신 분들은 오래전 기억들을 살짝 끄집어 내서 다시 보세요. 시간이 이리 빠르구나, 이렇게 생생한데 벌써 수십년이 흘렀구나, 인생은 덧없다, 이왕 태어난거 잘 살자 뭐 대략 그런 결론이 나올거에요.
82쿡에 일상글이 하도 없어서 글 올려요.
즐거운 토요일 저녁 다들 와인이나 맥주라고 한잔 하면서
이 흉흉한 코로나 시대를 같이 이겨요. 시간은 계속 흘러가요. 소중한 순간을 우울해하면서 불평만 하다가 흘려보내면 아깝지 않겠습니까.
모두 굿나잇하세요.
1. 삼전
'21.3.13 7:40 PM (121.165.xxx.46)주가 오른다고 유튜버가 말하던데
진짜일까요? 11만 가나요?
일상 행복 소소 행복 많이 누리시길2. 토깡이
'21.3.13 7:41 PM (210.205.xxx.119)흐흐 웃으며 읽었네요~ 유시민작가님 책이었나 죽기전에 친구들이랑 모임 하고 싶다고요. 서로를 기억하는 즐거운 분위기의 모임이었던거 같은데. 저도 웨딩드레스 두번 입을 에너지는 없네요. 저도 결혼 20년 다되어가는데 남은 결혼생활은 적당히 나의 시간은 충실히 살고 싶어요. 싸우면 머해요. 걍 적당히 웃으며 살아요 우리~
3. ㅎㅎㅎ 저두요
'21.3.13 7:49 PM (223.38.xxx.24)그 시절 결혼했어요^^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건강하게 즐겁게 사는 날까지~~화이팅합시다.4. 저도
'21.3.13 7:54 PM (1.234.xxx.165)그 시절 결혼했는데.....지금 이순간 행복하게~!
5. ㅇㅇ
'21.3.13 8:04 PM (222.97.xxx.75) - 삭제된댓글저도 90년대 초반결혼인데
당시 아현동 드레스 빌리는데
40 만윈대 였던걸로 기억해요
250 만원이면 최고좋은거였나봐요
저의결혼식 사진은 화난표정.
둘다 싸우고온듯 ㅋㅋ6. ᆢ
'21.3.13 8:07 PM (223.62.xxx.114) - 삭제된댓글비디오테이프 usb로 어떻게 바꾸나요?
업체에 보내야 한다고 하던데 집에서도 되나요7. .....
'21.3.13 8:09 PM (180.224.xxx.208)와....90년대에 드레스값도 아니고 드레스 대여료가 250이라고요?
8. ......
'21.3.13 8:10 PM (1.233.xxx.68)90년대 웨딩드레스에 250만원을 사용할 정도면
친정이나 시가나 잘 사셨나봅니다.
250만원이면 한학기 대학 등록금이었는데 ...9. 재밌어요
'21.3.13 8:11 PM (211.215.xxx.21)저도 90년대 결혼식 막차 탄 사람인데요, 전 비디오는커녕 결혼식 앨범도 들춰보지 않았어요 ㅋ.제 입술이 얇다고 엄청 오버해서 립라이너로 그리고 시퍼러둥둥한 보라계열 립스틱으로 채워넣은 실장님 ㅂㄷㅂㄷ
그나저나 전 90만원짜리 김희선이 모델이었던 드레스도 비싸다며 입었는데 원글 님은 어디 청담동에서 하셨나봐요, 부럽삼ㅎㅎ~10. 건강
'21.3.13 8:12 PM (61.100.xxx.37)예쁜 드레스도 체형이 되어야 입죠
요즘처럼 어깨,팔뚝 드러나는게
유행이었으면
저는 폭망이었을거예요11. ᆢ
'21.3.13 8:26 PM (110.15.xxx.168) - 삭제된댓글드레스 대여료 250은 재벌가 방계정도는 되나요?
저 93년결혼인데 그가격 십분의 일이었네요
경기도. 결혼식장이었어요
아현동도 40정도면. 괜찮은거 입었어요
시댁 큰댁이 아현동 웨딩드레스 거리바로 옆이라 알아요12. 추억
'21.3.13 8:48 PM (211.206.xxx.67)당시에 누가 먼저 시작해서 유행이 됬는지 모르겠는데
마치 곤충 더듬이 처럼 앞머리를 양쪽에 길다랗게
두 가닥 내리는 헤어스타일이 유행했거든요.
제 친구가 결혼식 헤스타일을 그렇게 해서
내내 얼굴에 걸리적거리는 그 더듬이?를 치우느라
틱 장애 처럼 고개를 까딱 거리던게 기억나네요
그외...말린 장미색 립스틱을 땅콩모양으로
입술보다 두껍게 바른것과,
망사가 둘러진 터기모자 차림의 예복등...이 기억나네요.13. ..
'21.3.13 11:30 PM (125.186.xxx.181)저도 아무리 관리들 잘하셨다해도 리마인드 웨딩이 이뻐 보인적은 없어요. 결혼식을 못한 것도 아닌데 굳이 왜 하는 마음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