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박지선씨에게 보내는 고학생의 편지

... 조회수 : 5,055
작성일 : 2020-11-04 19:25:59
https://news.v.daum.net/v/20201104173013711

개그우먼 박지선쌤께

어디에다가 글을 올려야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고민하다가 여기다가 올려야 많은 분들이 보실거라 믿어 올려요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하는지 뭐라고적어야하는지 몰라 그냥 적어봐요

저는 현재 대학교3학년 학생입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때 , 즉 8년전에
아빠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시고 엄마는 그런아빠를 매일 간호하느라 우리집은 제정신이 아니였어요

부모님두분다 일을 못해서 기초수급자로 나오는 돈으로 간간히 살았었고, 제 아래로 초등학생 남동생 두명이 있어 아빠를 간호하느라 매일새벽같이 병원을 가 아빠를 돌보는 엄마를 대신해 엄마역할응 제가 다했던거 같아요

저는 매일 동생옷을 빨래하고 옷을입히고 밥도 먹이고 가방도 챙기고 초등학교를 보내느라 학교를 1.2교시 놓치며 학교를 지각하며 다녔던거 같아요..

학교 다니랴 동생 챙기랴 밥 , 설거지, 청소하랴 공부는 커녕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거 같아요
학교를 가봤자 매일 졸고 자고 집중도 못 하고 ..

쉬는시간에도 자기바빴고 친구관계가 중요하던 사춘기시절,, 놀자는 친구의 말에 저는 거절할수밖에 없었고 그런저를 좋게보진 않더라고요..그렇게 친구들과 서서히 멀어졌던 거 같아요 ..그런 친구들조차 저를 멀리했는데 담임이라고 저를 좋게봐줄리가있나요 그 때 제 담임선생님은 부모님 욕을하고 못배운게 티가난다 이래서 가정환경이중요하다 등등 저를 안좋게보셨고 저는 없는학생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를 다니는거 조차 스트레스였고 어차피 알바하랴 동생챙기랴 힘들어서 학교를 잘 안나기 시작했어요..

그 때 쯤 국어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어요...
수업시간마다 졸았었던 저라 매번 교무실가서 혼나는 학생이였고 매번 그렇게 혼나는 모습을 쳐다보는데 그 때의 제 얼굴에 “저 한번만 봐주세요, 저 진짜힘들어요. 잘하고있는거라고 말해주세요.” 라고 써있었대요.. 이말씀을 하시면서 안아주시는데 그런 품이 그러웠던건지 몰라요 담임선생님때문에 모든 선생님들응 싫어했던 제게 마음의 문을 열게해준 선생님이셨어요

그래서 항상 면담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했었고 인생얘기 선샌님 대학교시절얘기 제 얘기 등등 .,,, 그 때 개그우먼 박지선쌤과 고려대 과동기라는걸 알게되었어요 완전 절친한 사이였다고,,,,

아무튼 그 국어선생님은 공부는 커녕 꿈도 없었고 그런 꿈을 꾸는건 사치라고 느꼈던 제게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부할수있고 꿈을 꿀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셨던 분이였어요

그때 전 14살이였고 너무 어린 나이였어요

엄마는 항상 제게 너가 누나니 동생을 잘보라는말밖에 없었어요 14살 사춘기인 저는 나도어린데 내가 왜 다 챙겨야하지 라는 생각밖에 없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부모님의 사랑이 고팠던 시절인거 같네요

학교 급식비조차 낼 수 없던 환경에서 급식비뿐만아니라 문제집사는 비용까지 충당해주셨던 국어선생님은 저에게 천사나 다름없었어요 ...

하지만 국어선생님은 그 당시 결혼준비중이셨고 선생님도 엄청 재력이 좋다거나 저에게 계속 지원을 해주실수있는 상황은 아니였어요 .. 부담을 느낀 저는 계속 쌤께 이제됐다고 저혼자 공부하겠다고 지원은 됐다고 몇번이나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어요 ...

여차저차해서 제 얘기가 박지선쌤귀에 들어가게되었고,,,

박지선쌤은 그런 저를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잘 몰랐던 저를 뒤에서 지원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아무리 그래도 괜찮다고 거절 수도없이 했지만 박지선쌤은 제게 말씀하셨어요..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는게 본분이며 어느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게 사람이다” 라며 제가 공부할 수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분이였어요

박지선쌤은 제가 사람으로서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주셨고 충분히 사랑받응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걸 깨우쳐주셨어요

그런 이유로 꼭 좋은 대학교를 입학해 공부를 열심히해서 좋은직장을 얻고 제게 꿈을 가져다주신 두 선생님께 꼭 보답하리라고 다짐했어요 아마 두 선생님아니였으면 저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있는지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큰 지원과 엄청난 위로를 해주셨어요

그렇게 대학을 입학해 은혜를 갚을날만 기다리는 그 와중에 국어선생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그 소식을 듣고 거짓말이라고 아니라고 힘들어했던 나날이 생각이 나요

국어선생님 결혼하실때도 박지선쌤은 오셨고 장례식장에서도 오셨어요

결혼식에서 누구보다도 축하해주시던 박지선쌤, 엄마와같은국어선생님이 돌아가셨을때의 장례식장에서 제 손을 꼭 잡아주시며 자기가 있지 않냐며 울지말라고 저보다 더 힘드셨을텐데 저를 안아주시고 위로를 해주셨던 그때가 생각이나요

근데요 그런 분이 돌아가셨대요

제게 옳은 길을 알려주신 두분모두 저 하늘에 가셨대요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부모님도 하늘로 가셨는데 저는 누구를 바라보며 살아야할까요 8년전 제게 학생이 꿈꾸는 건 당연한거라며 꿈을 가지라며 공부를하는건 학생의 본분이라며 가르쳐주셨던 박지선쌤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데 어떡할까요

은혜를 갚지도못하는 저는 어디에 누구에게 은혜를갚아야할까요

처음뵀을때 호칭을 뭐라고할지 몰라 그냥 국어선생님의 친구이시니까 똑같이 쌤이라고 부를까요?? 이 한마디에 밝게 웃으시며 그러라고 하시던 모습, 한 때 선생님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제가 쌤이라고 부르는걸 엄청 좋아하시던 그 모습이 너무 아른거려요..

지금도 , 내일도 , 항상 보고싶을거에요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법을 찾아나설게요 그 은혜가 하늘까지 닿았으면 좋겠어요 ..

박지선선생님이 제게 보여주셨던 사랑과 관심들 , 박지선쌤이 이렇게 좋으신분이라는걸 잘 알고계시겠지맘 더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올려요 ..

많이 보고싶습니다

진짜 8년전 그 한마디 그 사랑아니였으면 저는 이자리까지 오지도못했을 겁니다 나도 충분히 사랑받을수있는 사람이란걸, 충분히 꿈꿀수 있는 사람이란걸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하늘에서 유정쌤이랑 저 지켜봐주세요 유정쌤도 지선쌤도 많이 보고싶고 유정쌤께도 전해주세요 제가 많이 그리워한다고 제가 언젠가 찾아갈 수 있을때 8년전에 보여주셨던 그 미소 그대로 다시 보여주세요 진짜로 보고싶어요

진짜 너무 보고싶어요 중학생때 제 집앞에서 반찬을 싸들고 환하게 웃고계시던 두 선생님의 얼굴이 너무 선한데 저는 어떡하죠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주신분들인데 그 두분다 돌아가셨는데 전 진짜 어떡해요 너무 보고싶어요 따라가고싶어요진짜 아니라는거알고 따라가면 저 혼내실거 다 아는데 너무 힘들어요 진짜 너무 보고싶어요

사춘기시절 정신적으로 나무가돼주셨던 두 선생님들 이제 보고싶어도 못 보는데 어떡해요진짜 뭘하면서 살아야 두분이 잊혀질까요

기사보고 왜몰랐을까 왜 난 몰랐을까 내가힘들었을때 그 누구보다 힘이돼주셨고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인생선배이신 선생님을 왜 나는 힘이 돼주지못했을까요 진짜 죄송합니다 받기만하도 돌려주지못하는 제가 너무 밉습니다 선생님진짜 보고싶어요

IP : 223.38.xxx.190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상에
    '20.11.4 7:33 PM (125.178.xxx.135)

    박지선 씨. 그 친구분.
    너무나 아까운 사람들이 가버렸네요.

  • 2. 글을
    '20.11.4 7:35 PM (92.97.xxx.19)

    읽고 이렇게 울어보긴 처음이네요

  • 3. 어머
    '20.11.4 7:44 PM (118.235.xxx.165)

    지하철 안인데 눈물이 그치질 않네요.

  • 4. ..
    '20.11.4 7:52 PM (180.69.xxx.35)

    ㅜㅜ 지선님 좋은곳으로 가셔요

  • 5. 소나무
    '20.11.4 7:56 PM (218.157.xxx.175)

    아이구.....

  • 6. 함께
    '20.11.4 7:58 PM (180.69.xxx.118)

    좋은 분들은 왜 이리 빨리 가시는지ㅠㅠ 하멈없이 눈물이 나네요
    두분 부디 하늘에서는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빌께요.

  • 7. 세상에
    '20.11.4 8:00 PM (223.39.xxx.52)

    그 고운 두분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시다니
    소설처럼 슬픈 일이네요.
    학생 마음이 절절히 느껴져서 너무 맘이 아파요.
    천사같은 쌤들 하늘에서 만나셨을까요.
    그 곳에선 아픔 없이 평안하시길...

  • 8. 이글
    '20.11.4 8:08 PM (103.51.xxx.192)

    보고 저도 밤새잠을못잤네요
    이분 도움받은 두분이 가셨으니 힘드시겠네요
    왜그리제가허무한지 ㅠ

  • 9. ㅠㅠ
    '20.11.4 8:39 PM (49.172.xxx.92)

    지선씨
    좋은 사람일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이정도일줄 몰랐네요

  • 10. 눈물 뚝
    '20.11.4 8:52 PM (106.102.xxx.104)

    국어쌤과 지선쌤이 저 하늘의 가장 반짝이고 빛나는 별이 되어,
    학생을 항상 사랑 가득한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고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 11. 넘...
    '20.11.4 9:13 PM (125.183.xxx.121)

    슬프네요. 읽으면서 눈물이 줄줄 나네요.
    저 학생의 처지와 손 내밀어준 아름다운 두 사람의 사연이 슬프네요.
    국어선생님도 진짜 선생님이고, 박지선씨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줄 아는 따뜻한 사람인데...
    좋은 사람들이 왜 저렇게 일찍 가게 됐는지 ㅠ
    저 세상에서는 행복해요...꼭...

  • 12. .....
    '20.11.4 9:55 PM (23.106.xxx.35) - 삭제된댓글

    아까 추모기사 읽는데
    기자가 이 사연 언급하면서 취재결과 사실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연예인 죽음에 댓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닌데(좀 차분히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박지선 씨 사망소식에 며칠째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잠깐 다른 생각하면서 잊고있다가 박지선 씨가 다시 생각나면 꼭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이에요.
    마치 내가 감당해야 하는 시련 같달까요..
    마음 애리네요.
    절친이었던 친구분도 상당히 젊은 나이에 사고로 떠났다니 슬프고요. 제자 돌본 좋은 분인데..
    ......

  • 13.
    '20.11.4 9:57 PM (210.94.xxx.156)

    ㅠㅠ
    박지선씨와 어머니,
    학생의 국어선새님이셨던 유정씨,
    모두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 14. ㅡㅡㅡ
    '20.11.4 10:44 PM (220.95.xxx.85)

    지선씨 , 그 곳에선 아프지 마세요.

  • 15. 대학때 절친
    '20.11.4 10:50 PM (1.241.xxx.7)

    따라 수강신청 모두 같이 했다던 그 친구일까요?
    에효‥ 너무 아까운 사람ㆍ
    하늘에선 아픔없이 밝게 웃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 16. ㅠㅠ
    '20.11.4 10:55 PM (49.143.xxx.67)

    정말 너무 슬퍼요..
    학생이 열심히 살아가는걸 박지선씨도 바랄거에요.

  • 17. ..
    '20.11.4 10:55 PM (23.106.xxx.35) - 삭제된댓글

    윗님. 네. 유정이란 친구에 대해서 박지선이 인터뷰에서 말한 부분 발췌해 왔어요.


    김= “대체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된 건가요?”

    박= “저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책을 좋아한 거예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을 나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특히 대학교 때 만난 친구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의 영향이 아주아주 절대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여름에 몸이 아파 갑자기 휴학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친구가 집으로 ‘무진기행’과 만화 ‘괴짜가족’을 잔뜩 보내줬어요.
    ‘무진기행’ 면지에 “지돌, 무진에서의 그림을 담아”라는 사인을 적어서요. 휴학을 했으니까
    아무 일도 안 했을 때니까 쉬면서 놀면서 그 책을 다시 보는데 수능 지문으로 봤을 때랑
    너무 다른 거예요. 너무 재밌는 거예요. 천명관 님의 ‘고래’, 박민규 님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같은 장편소설들도 그 친구 덕분에 알게 되어 읽었어요. 제가 국어교육을
    이중전공으로 했는데요, 국어가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 그 친구가 가기에 따라갈 정도였다니까요.”

    김= “그 친구가 없었다면 오늘날 심비디움도 없었겠어요.”

    박= “근데 그 친구가 재작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 내 큰 부분이 없어져버린 거죠.
    그 빈자리는 절대로 못 채울 테지만, 그 빈자리는 계속 느끼게 될 테지만,
    내가 뭐라도 하고 싶어서 재작년부터 그 친구가 나가던 독서 모임에 나가고 있어요.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다 상대적인 거니까 다들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 독서 모임 친구들은 그걸 책에서 찾기도 하더라고요. 해서 각자 나누고 싶은 책을
    들고 와서 말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 저마다의 추억을 쏟아내기도 하고……”

    김= “음…… 그거야말로 진짜배기 애도의 과정 같은데요.”

    박= “저는 그때 ’벗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책을 들고 갔는데요, 거기 이런 대목이 나와요. 아픈 김유정 님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채만식님이 뭐라고 썼냐면 “나 같은 명색 없는 작가 여남은 갖다 주고
    다시 물러오고 싶다.” 봐요, 제가 표시해뒀잖아요. 내 마음이 딱 그랬거든요.
    “세상에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유정임을 절절히 느꼈다. 공손하되 허식이 아니요,
    다정하되 그냥 정이요, 유정에게 어디 교만이 있으리오.” 내 친구가 딱 그랬거든요.
    워낙에 책을 사랑한 친구였으니까, 저는 어쨌든 그 친구랑 십몇 년 동안 좋았던 기억밖에는
    없으니까, 둘이 함께 좋아하던 책으로 계속 추억을 하니까 그 친구의 부재가
    어디 이민 가 있는 정도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

  • 18. ..
    '20.11.4 10:56 PM (23.106.xxx.35) - 삭제된댓글

    윗님. 네. 유정이란 친구에 대해서 박지선이 인터뷰에서 말한 부분 발췌해 왔어요.


    김= “대체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된 건가요?”

    박= “저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책을 좋아한 거예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을 나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특히 대학교 때
    만난 친구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의 영향이 아주아주
    절대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여름에 몸이 아파 갑자기 휴학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친구가 집으로 ‘무진기행’과 만화 ‘괴짜가족’을 잔뜩 보내줬어요.

    ‘무진기행’ 면지에 “지돌, 무진에서의 그림을 담아”라는 사인을 적어서요. 휴학을 했으니까
    아무 일도 안 했을 때니까 쉬면서 놀면서 그 책을 다시 보는데 수능 지문으로 봤을 때랑
    너무 다른 거예요. 너무 재밌는 거예요. 천명관 님의 ‘고래’, 박민규 님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같은 장편소설들도 그 친구 덕분에 알게 되어 읽었어요. 제가 국어교육을
    이중전공으로 했는데요, 국어가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 그 친구가 가기에 따라갈 정도였다니까요.”

    김= “그 친구가 없었다면 오늘날 심비디움도 없었겠어요.”

    박= “근데 그 친구가 재작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 내 큰 부분이 없어져버린 거죠.
    그 빈자리는 절대로 못 채울 테지만, 그 빈자리는 계속 느끼게 될 테지만,
    내가 뭐라도 하고 싶어서 재작년부터 그 친구가 나가던 독서 모임에 나가고 있어요.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다 상대적인 거니까 다들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 독서 모임 친구들은 그걸 책에서 찾기도 하더라고요. 해서 각자 나누고 싶은 책을
    들고 와서 말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 저마다의 추억을 쏟아내기도 하고……”

    김= “음…… 그거야말로 진짜배기 애도의 과정 같은데요.”

    박= “저는 그때 ’벗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책을 들고 갔는데요, 거기 이런 대목이 나와요. 아픈 김유정 님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채만식님이 뭐라고 썼냐면 “나 같은 명색 없는 작가 여남은 갖다 주고
    다시 물러오고 싶다.” 봐요, 제가 표시해뒀잖아요. 내 마음이 딱 그랬거든요.
    “세상에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유정임을 절절히 느꼈다. 공손하되 허식이 아니요,
    다정하되 그냥 정이요, 유정에게 어디 교만이 있으리오.” 내 친구가 딱 그랬거든요.
    워낙에 책을 사랑한 친구였으니까, 저는 어쨌든 그 친구랑 십몇 년 동안 좋았던 기억밖에는
    없으니까, 둘이 함께 좋아하던 책으로 계속 추억을 하니까 그 친구의 부재가
    어디 이민 가 있는 정도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

  • 19. ..
    '20.11.4 10:57 PM (23.106.xxx.35) - 삭제된댓글

    윗님. 네. 유정이란 친구에 대해서 박지선이 인터뷰에서 말한 부분 발췌해 왔어요.


    김= “대체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된 건가요?”

    박= “저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책을 좋아한 거예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을 나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특히 대학교 때
    만난 친구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의 영향이 아주아주
    절대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여름에 몸이 아파 갑자기 휴학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친구가 집으로 ‘무진기행’과 만화 ‘괴짜가족’을 잔뜩 보내줬어요.

    ‘무진기행’ 면지에 “지돌, 무진에서의 그림을 담아”라는 사인을 적어서요. 휴학을 했으니까
    아무 일도 안 했을 때니까 쉬면서 놀면서 그 책을 다시 보는데 수능 지문으로 봤을 때랑
    너무 다른 거예요. 너무 재밌는 거예요. 천명관 님의 ‘고래’, 박민규 님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같은 장편소설들도 그 친구 덕분에 알게 되어 읽었어요. 제가 국어교육을
    이중전공으로 했는데요, 국어가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 그 친구가 가기에 따라갈 정도였다니까요.”

    김= “그 친구가 없었다면 오늘날 심비디움도 없었겠어요.”

    박= “근데 그 친구가 재작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 내 큰 부분이 없어져버린 거죠.
    그 빈자리는 절대로 못 채울 테지만, 그 빈자리는 계속 느끼게 될 테지만,
    내가 뭐라도 하고 싶어서 재작년부터 그 친구가 나가던 독서 모임에 나가고 있어요.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다 상대적인 거니까 다들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 독서 모임 친구들은 그걸 책에서 찾기도 하더라고요. 해서 각자 나누고 싶은 책을
    들고 와서 말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 저마다의 추억을 쏟아내기도 하고……”

    김= “음…… 그거야말로 진짜배기 애도의 과정 같은데요.”

    박= “저는 그때 ’벗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책을 들고 갔는데요, 거기 이런 대목이 나와요.
    아픈 김유정 님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채만식님이 뭐라고 썼냐면 “나 같은 명색 없는 작가
    여남은 갖다 주고
    다시 물러오고 싶다.” 봐요, 제가 표시해뒀잖아요. 내 마음이 딱 그랬거든요.
    “세상에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유정임을 절절히 느꼈다. 공손하되 허식이 아니요,
    다정하되 그냥 정이요, 유정에게 어디 교만이 있으리오.” 내 친구가 딱 그랬거든요.
    워낙에 책을 사랑한 친구였으니까, 저는 어쨌든 그 친구랑 십몇 년 동안 좋았던 기억밖에는
    없으니까, 둘이 함께 좋아하던 책으로 계속 추억을 하니까 그 친구의 부재가
    어디 이민 가 있는 정도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

  • 20. ㅠㅠ
    '20.11.4 11:09 PM (58.226.xxx.56)

    눈물 나네요 ㅠㅠ. 지선님 유정님 좋은 분들이었네요. 여학생이 정말 마음 아프겠어요. 두 분과 여학생을 위해 기도할게요....

  • 21. ㅜㅜ
    '20.11.4 11:13 PM (39.117.xxx.195)

    원글도 댓글도 소름이.... ㅜㅜ
    감동을 넘어서네요... 넘 슬프다

  • 22. 아름다운
    '20.11.5 12:47 PM (182.216.xxx.172)

    아름다운 사람들
    부디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행복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33879 남편이 자가격리자로 통보받고 집에 오고 있는데... 3 코로나 2020/11/05 6,018
1133878 미국에서 사면 더 쌀까요? 15 ㅇㅁ 2020/11/05 3,739
1133877 잠 잘 못 주무시는 40-50대 분들요 28 수면 2020/11/05 6,382
1133876 홍진영 석사논문 표절률이 74%네요 40 .. 2020/11/05 11,843
1133875 7억5천집 세금 88만에서 348만원으로 4배 16 점점 2020/11/05 5,016
1133874 가지않은 병원 진료기록 4 2020/11/05 1,650
1133873 정경심에 징역 7년·벌금 9억원 구형.."국정농단과 유.. 42 ㄱㅂㄴㅅ 2020/11/05 3,540
1133872 오늘 모래시계 마지막회 방송-KTV국민방송 모래시계 2020/11/05 777
1133871 위내시경 할 예정인데요 걱정이 1 ㅡㅡ 2020/11/05 1,333
1133870 양알이나 스타킹 중 이런 모양을 뭐라하나요? 3 베베 2020/11/05 1,262
1133869 한달넘은 코코넛밀크로 카레했는데.. 5 에궁 2020/11/05 1,935
1133868 치과 신경치료 얼마나 아픈가요? 9 겁나요 2020/11/05 2,827
1133867 눈치가 빠르다 좋은뜻이겠죠? 4 흠... 2020/11/05 1,607
1133866 유방통증에 시달리고 있어요ㅜㅜ 16 2020/11/05 5,356
1133865 피부관리실 개업선물 뭐가 좋을까요? 9 2020/11/05 1,523
1133864 바이든이 되면 금리가 오르나요? 7 ㅇㅇ 2020/11/05 3,534
1133863 울산 남구 무거동에서 가까운 호텔이 어디인가요? 2 호텔 2020/11/05 751
1133862 밥물.하는데 윗배가 아파요ㅠ 10 밥따로물따로.. 2020/11/05 3,116
1133861 대구뽈살 해동 및 요리법 문의드립니다 1 .. 2020/11/05 872
1133860 추미애 "윤석열, 대검 특활비 94억 '주머닛돈'처럼 .. 28 ..... 2020/11/05 2,974
1133859 엑셀브이토닝 해본 분 계신가요 2 궁금함 2020/11/05 1,019
1133858 시간여행 드라마는 나인.시그널 따라올수가 없네요. 18 qweras.. 2020/11/05 2,492
1133857 요즘 체력이 넘 떨어지고 밥만 먹으면 졸리고 해서 매일 운동하려.. 4 ... 2020/11/05 2,379
1133856 Your receipt from Apple 피싱 메일인가요? 2 솔솔 2020/11/05 940
1133855 위내시경 비수면도 할만한가요? 30 에휴 2020/11/05 3,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