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박지선씨에게 보내는 고학생의 편지
개그우먼 박지선쌤께
어디에다가 글을 올려야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고민하다가 여기다가 올려야 많은 분들이 보실거라 믿어 올려요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하는지 뭐라고적어야하는지 몰라 그냥 적어봐요
저는 현재 대학교3학년 학생입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때 , 즉 8년전에
아빠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시고 엄마는 그런아빠를 매일 간호하느라 우리집은 제정신이 아니였어요
부모님두분다 일을 못해서 기초수급자로 나오는 돈으로 간간히 살았었고, 제 아래로 초등학생 남동생 두명이 있어 아빠를 간호하느라 매일새벽같이 병원을 가 아빠를 돌보는 엄마를 대신해 엄마역할응 제가 다했던거 같아요
저는 매일 동생옷을 빨래하고 옷을입히고 밥도 먹이고 가방도 챙기고 초등학교를 보내느라 학교를 1.2교시 놓치며 학교를 지각하며 다녔던거 같아요..
학교 다니랴 동생 챙기랴 밥 , 설거지, 청소하랴 공부는 커녕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거 같아요
학교를 가봤자 매일 졸고 자고 집중도 못 하고 ..
쉬는시간에도 자기바빴고 친구관계가 중요하던 사춘기시절,, 놀자는 친구의 말에 저는 거절할수밖에 없었고 그런저를 좋게보진 않더라고요..그렇게 친구들과 서서히 멀어졌던 거 같아요 ..그런 친구들조차 저를 멀리했는데 담임이라고 저를 좋게봐줄리가있나요 그 때 제 담임선생님은 부모님 욕을하고 못배운게 티가난다 이래서 가정환경이중요하다 등등 저를 안좋게보셨고 저는 없는학생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를 다니는거 조차 스트레스였고 어차피 알바하랴 동생챙기랴 힘들어서 학교를 잘 안나기 시작했어요..
그 때 쯤 국어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어요...
수업시간마다 졸았었던 저라 매번 교무실가서 혼나는 학생이였고 매번 그렇게 혼나는 모습을 쳐다보는데 그 때의 제 얼굴에 “저 한번만 봐주세요, 저 진짜힘들어요. 잘하고있는거라고 말해주세요.” 라고 써있었대요.. 이말씀을 하시면서 안아주시는데 그런 품이 그러웠던건지 몰라요 담임선생님때문에 모든 선생님들응 싫어했던 제게 마음의 문을 열게해준 선생님이셨어요
그래서 항상 면담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했었고 인생얘기 선샌님 대학교시절얘기 제 얘기 등등 .,,, 그 때 개그우먼 박지선쌤과 고려대 과동기라는걸 알게되었어요 완전 절친한 사이였다고,,,,
아무튼 그 국어선생님은 공부는 커녕 꿈도 없었고 그런 꿈을 꾸는건 사치라고 느꼈던 제게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부할수있고 꿈을 꿀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셨던 분이였어요
그때 전 14살이였고 너무 어린 나이였어요
엄마는 항상 제게 너가 누나니 동생을 잘보라는말밖에 없었어요 14살 사춘기인 저는 나도어린데 내가 왜 다 챙겨야하지 라는 생각밖에 없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부모님의 사랑이 고팠던 시절인거 같네요
학교 급식비조차 낼 수 없던 환경에서 급식비뿐만아니라 문제집사는 비용까지 충당해주셨던 국어선생님은 저에게 천사나 다름없었어요 ...
하지만 국어선생님은 그 당시 결혼준비중이셨고 선생님도 엄청 재력이 좋다거나 저에게 계속 지원을 해주실수있는 상황은 아니였어요 .. 부담을 느낀 저는 계속 쌤께 이제됐다고 저혼자 공부하겠다고 지원은 됐다고 몇번이나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어요 ...
여차저차해서 제 얘기가 박지선쌤귀에 들어가게되었고,,,
박지선쌤은 그런 저를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잘 몰랐던 저를 뒤에서 지원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아무리 그래도 괜찮다고 거절 수도없이 했지만 박지선쌤은 제게 말씀하셨어요..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는게 본분이며 어느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게 사람이다” 라며 제가 공부할 수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분이였어요
박지선쌤은 제가 사람으로서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주셨고 충분히 사랑받응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걸 깨우쳐주셨어요
그런 이유로 꼭 좋은 대학교를 입학해 공부를 열심히해서 좋은직장을 얻고 제게 꿈을 가져다주신 두 선생님께 꼭 보답하리라고 다짐했어요 아마 두 선생님아니였으면 저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있는지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큰 지원과 엄청난 위로를 해주셨어요
그렇게 대학을 입학해 은혜를 갚을날만 기다리는 그 와중에 국어선생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그 소식을 듣고 거짓말이라고 아니라고 힘들어했던 나날이 생각이 나요
국어선생님 결혼하실때도 박지선쌤은 오셨고 장례식장에서도 오셨어요
결혼식에서 누구보다도 축하해주시던 박지선쌤, 엄마와같은국어선생님이 돌아가셨을때의 장례식장에서 제 손을 꼭 잡아주시며 자기가 있지 않냐며 울지말라고 저보다 더 힘드셨을텐데 저를 안아주시고 위로를 해주셨던 그때가 생각이나요
근데요 그런 분이 돌아가셨대요
제게 옳은 길을 알려주신 두분모두 저 하늘에 가셨대요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부모님도 하늘로 가셨는데 저는 누구를 바라보며 살아야할까요 8년전 제게 학생이 꿈꾸는 건 당연한거라며 꿈을 가지라며 공부를하는건 학생의 본분이라며 가르쳐주셨던 박지선쌤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데 어떡할까요
은혜를 갚지도못하는 저는 어디에 누구에게 은혜를갚아야할까요
처음뵀을때 호칭을 뭐라고할지 몰라 그냥 국어선생님의 친구이시니까 똑같이 쌤이라고 부를까요?? 이 한마디에 밝게 웃으시며 그러라고 하시던 모습, 한 때 선생님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제가 쌤이라고 부르는걸 엄청 좋아하시던 그 모습이 너무 아른거려요..
지금도 , 내일도 , 항상 보고싶을거에요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법을 찾아나설게요 그 은혜가 하늘까지 닿았으면 좋겠어요 ..
박지선선생님이 제게 보여주셨던 사랑과 관심들 , 박지선쌤이 이렇게 좋으신분이라는걸 잘 알고계시겠지맘 더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올려요 ..
많이 보고싶습니다
진짜 8년전 그 한마디 그 사랑아니였으면 저는 이자리까지 오지도못했을 겁니다 나도 충분히 사랑받을수있는 사람이란걸, 충분히 꿈꿀수 있는 사람이란걸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하늘에서 유정쌤이랑 저 지켜봐주세요 유정쌤도 지선쌤도 많이 보고싶고 유정쌤께도 전해주세요 제가 많이 그리워한다고 제가 언젠가 찾아갈 수 있을때 8년전에 보여주셨던 그 미소 그대로 다시 보여주세요 진짜로 보고싶어요
진짜 너무 보고싶어요 중학생때 제 집앞에서 반찬을 싸들고 환하게 웃고계시던 두 선생님의 얼굴이 너무 선한데 저는 어떡하죠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주신분들인데 그 두분다 돌아가셨는데 전 진짜 어떡해요 너무 보고싶어요 따라가고싶어요진짜 아니라는거알고 따라가면 저 혼내실거 다 아는데 너무 힘들어요 진짜 너무 보고싶어요
사춘기시절 정신적으로 나무가돼주셨던 두 선생님들 이제 보고싶어도 못 보는데 어떡해요진짜 뭘하면서 살아야 두분이 잊혀질까요
기사보고 왜몰랐을까 왜 난 몰랐을까 내가힘들었을때 그 누구보다 힘이돼주셨고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인생선배이신 선생님을 왜 나는 힘이 돼주지못했을까요 진짜 죄송합니다 받기만하도 돌려주지못하는 제가 너무 밉습니다 선생님진짜 보고싶어요
1. 세상에
'20.11.4 7:33 PM (125.178.xxx.135)박지선 씨. 그 친구분.
너무나 아까운 사람들이 가버렸네요.2. 글을
'20.11.4 7:35 PM (92.97.xxx.19)읽고 이렇게 울어보긴 처음이네요
3. 어머
'20.11.4 7:44 PM (118.235.xxx.165)지하철 안인데 눈물이 그치질 않네요.
4. ..
'20.11.4 7:52 PM (180.69.xxx.35)ㅜㅜ 지선님 좋은곳으로 가셔요
5. 소나무
'20.11.4 7:56 PM (218.157.xxx.175)아이구.....
6. 함께
'20.11.4 7:58 PM (180.69.xxx.118)좋은 분들은 왜 이리 빨리 가시는지ㅠㅠ 하멈없이 눈물이 나네요
두분 부디 하늘에서는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빌께요.7. 세상에
'20.11.4 8:00 PM (223.39.xxx.52)그 고운 두분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시다니
소설처럼 슬픈 일이네요.
학생 마음이 절절히 느껴져서 너무 맘이 아파요.
천사같은 쌤들 하늘에서 만나셨을까요.
그 곳에선 아픔 없이 평안하시길...8. 이글
'20.11.4 8:08 PM (103.51.xxx.192)보고 저도 밤새잠을못잤네요
이분 도움받은 두분이 가셨으니 힘드시겠네요
왜그리제가허무한지 ㅠ9. ㅠㅠ
'20.11.4 8:39 PM (49.172.xxx.92)지선씨
좋은 사람일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이정도일줄 몰랐네요10. 눈물 뚝
'20.11.4 8:52 PM (106.102.xxx.104)국어쌤과 지선쌤이 저 하늘의 가장 반짝이고 빛나는 별이 되어,
학생을 항상 사랑 가득한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고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11. 넘...
'20.11.4 9:13 PM (125.183.xxx.121)슬프네요. 읽으면서 눈물이 줄줄 나네요.
저 학생의 처지와 손 내밀어준 아름다운 두 사람의 사연이 슬프네요.
국어선생님도 진짜 선생님이고, 박지선씨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줄 아는 따뜻한 사람인데...
좋은 사람들이 왜 저렇게 일찍 가게 됐는지 ㅠ
저 세상에서는 행복해요...꼭...12. .....
'20.11.4 9:55 PM (23.106.xxx.35) - 삭제된댓글아까 추모기사 읽는데
기자가 이 사연 언급하면서 취재결과 사실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연예인 죽음에 댓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닌데(좀 차분히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박지선 씨 사망소식에 며칠째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잠깐 다른 생각하면서 잊고있다가 박지선 씨가 다시 생각나면 꼭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이에요.
마치 내가 감당해야 하는 시련 같달까요..
마음 애리네요.
절친이었던 친구분도 상당히 젊은 나이에 사고로 떠났다니 슬프고요. 제자 돌본 좋은 분인데..
......13. ᆢ
'20.11.4 9:57 PM (210.94.xxx.156)ㅠㅠ
박지선씨와 어머니,
학생의 국어선새님이셨던 유정씨,
모두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14. ㅡㅡㅡ
'20.11.4 10:44 PM (220.95.xxx.85)지선씨 , 그 곳에선 아프지 마세요.
15. 대학때 절친
'20.11.4 10:50 PM (1.241.xxx.7)따라 수강신청 모두 같이 했다던 그 친구일까요?
에효‥ 너무 아까운 사람ㆍ
하늘에선 아픔없이 밝게 웃고 행복하길 바랍니다16. ㅠㅠ
'20.11.4 10:55 PM (49.143.xxx.67)정말 너무 슬퍼요..
학생이 열심히 살아가는걸 박지선씨도 바랄거에요.17. ..
'20.11.4 10:55 PM (23.106.xxx.35) - 삭제된댓글윗님. 네. 유정이란 친구에 대해서 박지선이 인터뷰에서 말한 부분 발췌해 왔어요.
김= “대체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된 건가요?”
박= “저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책을 좋아한 거예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을 나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특히 대학교 때 만난 친구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의 영향이 아주아주 절대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여름에 몸이 아파 갑자기 휴학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친구가 집으로 ‘무진기행’과 만화 ‘괴짜가족’을 잔뜩 보내줬어요.
‘무진기행’ 면지에 “지돌, 무진에서의 그림을 담아”라는 사인을 적어서요. 휴학을 했으니까
아무 일도 안 했을 때니까 쉬면서 놀면서 그 책을 다시 보는데 수능 지문으로 봤을 때랑
너무 다른 거예요. 너무 재밌는 거예요. 천명관 님의 ‘고래’, 박민규 님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같은 장편소설들도 그 친구 덕분에 알게 되어 읽었어요. 제가 국어교육을
이중전공으로 했는데요, 국어가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 그 친구가 가기에 따라갈 정도였다니까요.”
김= “그 친구가 없었다면 오늘날 심비디움도 없었겠어요.”
박= “근데 그 친구가 재작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 내 큰 부분이 없어져버린 거죠.
그 빈자리는 절대로 못 채울 테지만, 그 빈자리는 계속 느끼게 될 테지만,
내가 뭐라도 하고 싶어서 재작년부터 그 친구가 나가던 독서 모임에 나가고 있어요.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다 상대적인 거니까 다들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 독서 모임 친구들은 그걸 책에서 찾기도 하더라고요. 해서 각자 나누고 싶은 책을
들고 와서 말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 저마다의 추억을 쏟아내기도 하고……”
김= “음…… 그거야말로 진짜배기 애도의 과정 같은데요.”
박= “저는 그때 ’벗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책을 들고 갔는데요, 거기 이런 대목이 나와요. 아픈 김유정 님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채만식님이 뭐라고 썼냐면 “나 같은 명색 없는 작가 여남은 갖다 주고
다시 물러오고 싶다.” 봐요, 제가 표시해뒀잖아요. 내 마음이 딱 그랬거든요.
“세상에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유정임을 절절히 느꼈다. 공손하되 허식이 아니요,
다정하되 그냥 정이요, 유정에게 어디 교만이 있으리오.” 내 친구가 딱 그랬거든요.
워낙에 책을 사랑한 친구였으니까, 저는 어쨌든 그 친구랑 십몇 년 동안 좋았던 기억밖에는
없으니까, 둘이 함께 좋아하던 책으로 계속 추억을 하니까 그 친구의 부재가
어디 이민 가 있는 정도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18. ..
'20.11.4 10:56 PM (23.106.xxx.35) - 삭제된댓글윗님. 네. 유정이란 친구에 대해서 박지선이 인터뷰에서 말한 부분 발췌해 왔어요.
김= “대체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된 건가요?”
박= “저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책을 좋아한 거예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을 나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특히 대학교 때
만난 친구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의 영향이 아주아주
절대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여름에 몸이 아파 갑자기 휴학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친구가 집으로 ‘무진기행’과 만화 ‘괴짜가족’을 잔뜩 보내줬어요.
‘무진기행’ 면지에 “지돌, 무진에서의 그림을 담아”라는 사인을 적어서요. 휴학을 했으니까
아무 일도 안 했을 때니까 쉬면서 놀면서 그 책을 다시 보는데 수능 지문으로 봤을 때랑
너무 다른 거예요. 너무 재밌는 거예요. 천명관 님의 ‘고래’, 박민규 님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같은 장편소설들도 그 친구 덕분에 알게 되어 읽었어요. 제가 국어교육을
이중전공으로 했는데요, 국어가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 그 친구가 가기에 따라갈 정도였다니까요.”
김= “그 친구가 없었다면 오늘날 심비디움도 없었겠어요.”
박= “근데 그 친구가 재작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 내 큰 부분이 없어져버린 거죠.
그 빈자리는 절대로 못 채울 테지만, 그 빈자리는 계속 느끼게 될 테지만,
내가 뭐라도 하고 싶어서 재작년부터 그 친구가 나가던 독서 모임에 나가고 있어요.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다 상대적인 거니까 다들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 독서 모임 친구들은 그걸 책에서 찾기도 하더라고요. 해서 각자 나누고 싶은 책을
들고 와서 말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 저마다의 추억을 쏟아내기도 하고……”
김= “음…… 그거야말로 진짜배기 애도의 과정 같은데요.”
박= “저는 그때 ’벗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책을 들고 갔는데요, 거기 이런 대목이 나와요. 아픈 김유정 님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채만식님이 뭐라고 썼냐면 “나 같은 명색 없는 작가 여남은 갖다 주고
다시 물러오고 싶다.” 봐요, 제가 표시해뒀잖아요. 내 마음이 딱 그랬거든요.
“세상에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유정임을 절절히 느꼈다. 공손하되 허식이 아니요,
다정하되 그냥 정이요, 유정에게 어디 교만이 있으리오.” 내 친구가 딱 그랬거든요.
워낙에 책을 사랑한 친구였으니까, 저는 어쨌든 그 친구랑 십몇 년 동안 좋았던 기억밖에는
없으니까, 둘이 함께 좋아하던 책으로 계속 추억을 하니까 그 친구의 부재가
어디 이민 가 있는 정도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19. ..
'20.11.4 10:57 PM (23.106.xxx.35) - 삭제된댓글윗님. 네. 유정이란 친구에 대해서 박지선이 인터뷰에서 말한 부분 발췌해 왔어요.
김= “대체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된 건가요?”
박= “저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책을 좋아한 거예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을 나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특히 대학교 때
만난 친구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의 영향이 아주아주
절대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여름에 몸이 아파 갑자기 휴학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친구가 집으로 ‘무진기행’과 만화 ‘괴짜가족’을 잔뜩 보내줬어요.
‘무진기행’ 면지에 “지돌, 무진에서의 그림을 담아”라는 사인을 적어서요. 휴학을 했으니까
아무 일도 안 했을 때니까 쉬면서 놀면서 그 책을 다시 보는데 수능 지문으로 봤을 때랑
너무 다른 거예요. 너무 재밌는 거예요. 천명관 님의 ‘고래’, 박민규 님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같은 장편소설들도 그 친구 덕분에 알게 되어 읽었어요. 제가 국어교육을
이중전공으로 했는데요, 국어가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 그 친구가 가기에 따라갈 정도였다니까요.”
김= “그 친구가 없었다면 오늘날 심비디움도 없었겠어요.”
박= “근데 그 친구가 재작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 내 큰 부분이 없어져버린 거죠.
그 빈자리는 절대로 못 채울 테지만, 그 빈자리는 계속 느끼게 될 테지만,
내가 뭐라도 하고 싶어서 재작년부터 그 친구가 나가던 독서 모임에 나가고 있어요.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다 상대적인 거니까 다들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 독서 모임 친구들은 그걸 책에서 찾기도 하더라고요. 해서 각자 나누고 싶은 책을
들고 와서 말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 저마다의 추억을 쏟아내기도 하고……”
김= “음…… 그거야말로 진짜배기 애도의 과정 같은데요.”
박= “저는 그때 ’벗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책을 들고 갔는데요, 거기 이런 대목이 나와요.
아픈 김유정 님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채만식님이 뭐라고 썼냐면 “나 같은 명색 없는 작가
여남은 갖다 주고
다시 물러오고 싶다.” 봐요, 제가 표시해뒀잖아요. 내 마음이 딱 그랬거든요.
“세상에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유정임을 절절히 느꼈다. 공손하되 허식이 아니요,
다정하되 그냥 정이요, 유정에게 어디 교만이 있으리오.” 내 친구가 딱 그랬거든요.
워낙에 책을 사랑한 친구였으니까, 저는 어쨌든 그 친구랑 십몇 년 동안 좋았던 기억밖에는
없으니까, 둘이 함께 좋아하던 책으로 계속 추억을 하니까 그 친구의 부재가
어디 이민 가 있는 정도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20. ㅠㅠ
'20.11.4 11:09 PM (58.226.xxx.56)눈물 나네요 ㅠㅠ. 지선님 유정님 좋은 분들이었네요. 여학생이 정말 마음 아프겠어요. 두 분과 여학생을 위해 기도할게요....
21. ㅜㅜ
'20.11.4 11:13 PM (39.117.xxx.195)원글도 댓글도 소름이.... ㅜㅜ
감동을 넘어서네요... 넘 슬프다22. 아름다운
'20.11.5 12:47 PM (182.216.xxx.172)아름다운 사람들
부디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