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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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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부족, 공감능력 부족

고민 조회수 : 7,533
작성일 : 2020-04-13 02:58:36
최근들어 남편에게 더 자주 지적을 받고 있어요.



대화중 제가 논리에 맞지 않거나 맥락에 어긋나는 말을 한다는거에요. 심지어 오늘은 공감능력이 안되거나 국어실력이 없다란 말까지 들었네요. 자존심이 상했지만, 한편으론 정말 그런가 싶어 걱정도 되고 심적으로 위축이 되는 상황입니다.



오늘 대화는 험지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동영상을 보다가..

A,B지역이 합쳐진 곳에 출마하는 후보를 보며, 남편이 두 군데 합쳐진 곳 중에서 A보다 B가 더 힘들다는 얘기를 한 직후였어요.

전 동생이 업무차 자주 들르던 A지역도 젊은이들마저 엄청 꼴통에 꼰대 마인드가 많아 깜짝 놀라곤 한다던 말이 떠올라..

동생한테 들으니 A지역도. 엄청 답답하고 꼰대인 사람들이 많다더라 라고 얘길 했어요. 그나마 당신이 낫다는 A지역이 그렇다 하니 B는 오죽하겠냐..란 의도로 말을 한건데요.



저한테 버럭 화를 내며 자기 말에 반박하며 딴지를 건다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아니다 부연설명한거고 동조한다는 의도였다니까 제가 말한건 그 반대로 얘기한거라며, 자긴 A가 그나마 낫다고 얘기한건데 제가 A도 나쁘다란 식으로 바로 반박을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 같으면 똑같은 말을 남편한테 듣는다면

"그러니까 A도 그렇다니 B지역은 얼마나 더 안되겠어" 라고 대화를 이어갈텐데 뭐가 문제냐니깐 그건 제 생각이고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제 대화가 늘 논리에 맞지 않고 맥락에서 벗어난다. 사람들이 그래서 네 말에 오해를 하게된다라고 딱 집어 지적을 하더라구요.



가만 생각하니 제가 말할때 조금더 설명을 하거나..

예를 들면, 그 낫다는 A지역도 동생한테 들으니 블라블라 이래야 하는데 그 부연 설명이 빠졌고 문장 끝에도 그러니 정말 가능성 없겠네 라고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거였나봐요.



그런데 가끔 제가 아스퍼거 성향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생각이 남들보다 2,3단계 빨리 점프를 해 버려서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거 들으면 지루하고요. 그 다음에 어떤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 지 다 알고 있어서 답답해요. 그리고 정말 100% 예상한대로 말하고 있는걸 들으려니 가끔씩 그걸 못 참고 제가 그 다음 말을 시작해요. 그래서 말 안 끊는 노력을 하려고 꾹 참고 심호흡 하기도 해요 ㅠㅠ



남편은 저보고 생각을 더 많이 하고 말을 하던지 아예 말수를 확 줄여서 남의 말을 듣는 식으로 대화에 임하라고 하네요.

제 나이 50인데 아직 대화의 맥락을 벗어나고 공감능력이 없다란 말을 들으니 슬프기도 하고 같이 사는 남편이 힘들겠다란 생각도 들고 심정이 복잡합니다. 제 의도와 달리, 아니 반대로 전달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니까요.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IP : 24.57.xxx.194
6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0.4.13 3:01 AM (101.235.xxx.148)

    와... 피곤해서 어떻게 살아요?? 저정도면 그냥 대화속에서 자연스럽게 넘어갈수있는말 아닌가. 오히려 남편분이 평소 지나치게 피곤하게 구는 스타일이 아닌지 따져보세요 ㅡ.ㅡ;

  • 2. ——
    '20.4.13 3:02 AM (110.70.xxx.85) - 삭제된댓글

    mbti 뭐세요
    intp 신가

  • 3. ㅇㅇ
    '20.4.13 3:06 AM (116.121.xxx.18)

    글만 봐서는 원글님이 논리 부족이고, 공감능력 부족인 줄 모르겠어요.
    험지에 출마하는데, b지역 뿐 아니라 a도 험하다 소리 한 거 아닌가요?
    이 말이 왜 딴지인가요? 동조하는 거지.

    그걸 가지고 발끈 하는 원글님 남편이
    제가 볼 때는 더 이상해보이는데요?
    그래 당신 얘기는 무조건 옳아
    박수만 쳐주길 바라는 건 아닌지, 그래서 원글을 비난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4. 고민
    '20.4.13 3:06 AM (24.57.xxx.194)

    댓글 고맙습니다.
    사실 결혼생활 25년동안 늘 대화의 핀트가 안 맞는단 생각을 오히려 제 쪽에서 해 왔는데..
    저렇게 딱 짚어가며 문제있다 하니, 제가 요즘은 좀 위축이 되고요.
    이게 말로만 듣던 가스 라이팅인가..아님 진짜 내 말이 몇 단계씩 점프를 해서 사람들에개 오해사기 쉽겠나..별 생각이 다 듭니다.

  • 5. 말꼬리잡는
    '20.4.13 3:08 AM (112.187.xxx.213) - 삭제된댓글

    남편이 문제 아닌가요?
    그정도는 찰떡같이 못알아듣는지ᆢ

  • 6. 그런 사람은
    '20.4.13 3:09 AM (223.62.xxx.196)

    입이 근질거리도록 말 상대를 안 하는게 답인것 같습니다.
    기승전 본인이 제일 잘났다잖아요?
    공감력이 없는건 남편분 같은대요?
    당분간이라도 말 섞지 마세요.

  • 7.
    '20.4.13 3:10 AM (24.57.xxx.194)

    네..자존심 엄청 강한 사람이구요.
    사실 저는 그게...본인의 자존감이 낮아서 발끈하는거라고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지만 차마 말은 못합니다. ;;

  • 8.
    '20.4.13 3:12 AM (24.57.xxx.194)

    제가 궁금한건..저처럼 생각이 너무 빨리(?) 진행되어 몇 단계씩 점프하는 바람에 대화에서 본의 아니게 흐름에 맞지 않는 대화의 진행을 겪으신 분이 계신가 입니다.

  • 9. dd
    '20.4.13 3:12 AM (116.121.xxx.18)

    근데 갱년기 남자들, 특히 잘난 남자들이랑 같이 일하면서 느낀 건데요.
    그냥 자기 혼자 떠들어요.
    옆에 강아지 앉혀놔도 혼자 떠들 거예요. 할 말이 어찌나 많은지.
    그 옆에서 아무 소리 하지 말고 박수나 치라는 거 같아요.
    동조하는 말이라도 길게 하면 짜증내는 꼴 한두 번 본 게 아니예요.

  • 10. ——
    '20.4.13 3:15 AM (110.70.xxx.85) - 삭제된댓글

    저도 n 타입이라 좀 비약적으로 생각하고 생각 점프가 큰데 s 타입이랑 이야기할때 좀 힘들어할때가 있죠. 원글님이 맞는 사람이랑 대화하면 쿵짝이 맞을것 같고 남편분은 아마 s고 갱년기시라 그런가...

  • 11. 남편 이해해요
    '20.4.13 3:15 AM (93.82.xxx.148)

    제가 겪은 사람과 비슷해요.

    A 에 대해 이야기하면 꼭 B 를 끌어들여와 비교하는 사람이요.
    예를 들어

    A 어머님 돌아가셔서 요즘 힘들다 ㅡ 어머나, 정말 힘들겠다 ㅠㅠ 이게 정상인데

    B 는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ㅡ 으잉? 그래서 왜 지금 그 얘기를????


    무슨 말인지 이해가세요?
    남의 말을 안듣고 감정캐치못하고 말하는 의도를 파악못하고
    그냥 정보를 늘어놓는 타입이요.
    답답해요.

  • 12. ㅇㅇ
    '20.4.13 3:15 AM (116.121.xxx.18)

    근데, 머리가 좋든 안 좋든
    많은 경우, 상대방이 하는 말에 연상작용을 일으켜 몇 단계씩 점프하는 말을 해요.
    아줌마들 수다 떨 때도 그래요.
    원글님이 아스퍼거인지 아닌지는 이 글만 봐서는 모르겠네요.

  • 13.
    '20.4.13 3:23 AM (24.57.xxx.194)

    93.82님
    고맙습니다. 예가 적절하네요.
    제가 꼭 그렇게 극단적으로 딴소리를 하진 않지만
    음...그런 식으로 말을 하기도 하나봐요.
    오늘 남편이 그랬거든요. 상대방 말에 공감을 안해주고 딴소릴 한다구요. 제가 좀 정보를 말하는 스타일인가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문과인 제가 훨씬 감수성이 예민하고 문학작픔, 영화에 심취해 있는데.. 만약 이게 제 대화스타일에 녹아있지 않다면.... 제 말만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딱이겠네요.

  • 14. 알 것 같아요
    '20.4.13 3:24 AM (58.226.xxx.56)

    남편분은 원글님이 그 얘기하시면서 원래 하고 싶었던 내용도 함께 말하는 걸 원하는 것 같아요. 남편분 말이 끝나고 “그러게말야. A 도 요즘은 젊은이들도 성향이 그래서 안 좋은 상황인데, B는 정말 힘들겠어.”라고 분명히 동조해 주길 바라네요.
    솔직히 보통 대화하면 둘 중 한 사람이 “그러게.” 라고 일단 맞장구를 쳐주거든요. 사소한 단어인데 그 말이 들어가야 뜻이 분명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좀 그런 편이어서, 만약 원글님이 그 얘기하셨다면 “그러게.”라고 맞장구쳐서 대화를 계속 이어갔을 거예요. 남편분과 대화하실 경우엔 그런 부분에 조금 신경 쓰면서 얘기해 보세요... 원글님 잘못은 아니고 남편분이 좀 분명한 지지를 얻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충돌이 있었던 것 같긴 해요.

  • 15.
    '20.4.13 3:25 AM (24.57.xxx.194)

    116.121님
    연상작용..맞아요. 그게 너무 빨리, 많이 일어나요.
    제 스스로 느끼기에도.. ;;

  • 16.
    '20.4.13 3:26 AM (24.57.xxx.194)

    110.60님
    n,s 타입등...그런거 뭘로 찾아서 검색해야 할까요?

  • 17. 그냥
    '20.4.13 3:29 AM (112.150.xxx.190)

    중년 아줌마들 특징이네요. 살면서 이것저것 얕게 들은건 많다보니...뭐든 내가 알고있단식 앞뒤없이 툭툭 말하는거요.

    원글도 자기가 겪은것도 아닌 동생이 한마디 한걸 툭 말한거잖아요. 잘 알지도 못하니까 자기말에 자신감도 없구요.

    남자들은 그런거 되게 싫어하더라구요.

  • 18. 고맙
    '20.4.13 3:31 AM (24.57.xxx.194)

    57.226님
    딱 그거에요.
    그러게...그렇겠네..등 동조의 추임새 없어서
    딴지로 들리나봐요. 본인 말에 엄청 자신있어하고
    동조를 요구하는 성향 맞아요.

  • 19. ...
    '20.4.13 3:32 AM (67.161.xxx.47)

    그게 아스퍼거 보다는 성질이 급하거나 또는 ADHD 아닌가요. 저도 그것때매 좀 힘들거든요. 어차피 끝을 다 아는 얘긴데 왜저러고 있어. 우리 용건만 간단히 합시다. 근데 그러다 보면...할 말이 없더라구요 ㅋㅋ 남들 얘기하는데 딴짓하고 싶고 막...그래서 제가 찾은 방법은 대화 자체를 즐기려고 해요. 진짜 단어 하나하나 다 들으려고 하고, 대화 끝을 쫓아서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게 아니고 그냥 듣는거. 아 그렇구나, 어머 그랬구나 맞장구도 치면서. 근데 솔직히 그렇게 하려면 내가 잘 모르는 얘기 하는 사람들 틈에 가야 되더라고요. 요즘도 편한 친구들 사이 가면 꼭 혼나요. 이년은 왜 사람 말을 안들어! 하면서...

  • 20. 제 주변에도
    '20.4.13 3:36 AM (58.226.xxx.56)

    급하게 얘기하다보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 주제와 연관은 있는데 생각나는 대로 먼저 막 얘길 하시더라고요그래서 제가 주로 “맞아요, 그러게요”하면서 주제를 다시 잡아가요. 원글님이 저랑 만났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텐데... ^^;;

  • 21. 82 대단
    '20.4.13 3:45 AM (24.57.xxx.194)

    정말 고맙습니다. 뭔가 알것 같아요.
    제가 성격도 급하고 말도 빨라요. 어쩜 adhd에 가까울것 같네요.
    대화할때..그렇구나 그럴수도 있겠네 등의 맞장구를 많이 하면서 대화의 속도도 늦추고.. 상대방의 의도룰 더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겠어요. 제 말은 줄이구요.

  • 22. 따져보면
    '20.4.13 3:50 AM (115.143.xxx.140)

    남편: B가 불리한 지역이다
    원글: A도 요즘엔 만만치 않대

    남편분이 버럭한건 잘한건 아니지만 원글님이 반박한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A와 B를 비교하는 중에 B가 더~하다..라고 하는 말에 원글님이 A도 그만큼은 해..라고 하셨으니까요.

    가볍게 툭 던진말에, 토론하듯 태클이 들어오니 짜증나셨나 봅니다.

    원글님은 감정교류보다는 토론을 즐기고 남편분은 토론은 원치 않았고요.

    저랑 좀 비슷한과 같으시네요.

  • 23. 병이 아니라
    '20.4.13 4:07 AM (219.88.xxx.139) - 삭제된댓글

    남편은 공감을 받고 싶은데 님이 늘 딴지거는 거 같은거예요.
    추임새도 좀 넣고 그래 그래 좀 받아주는 면이 없는거죠.
    그게 너무 없으면 공감을 원하는 쪽은 너무나 공감을 못 받으니까 화가 쌓이게 되고요.
    이번 경우도 님에 대한 그런 쌓인 마음이 없었다면 아, 그러냐하고 님 의견에 남편이 동조할 수도 있었을거고요.
    님 남편은 님한테 공감 잘해주는 편인가봐요?
    님은 남편에 대해 그렇게 안 느끼는 거 같으니까.
    아니면 님은 공감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거나, 남편정도 반응이면 공감된다거나해서 충분하게 느껴지는지.
    남편같은 사람한테는 일단 공감하는 표시를 해주고 정 공감이 안되는 부분이면 공감 후에 님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도 괜찮을거예요.

  • 24. 상대방 말에
    '20.4.13 4:14 AM (219.88.xxx.139) - 삭제된댓글

    보통 여자들이 오히려 동조하는 말을 자주 해주지 않나 싶은데. 그래 그래... 맞아... 등등.
    그런데 동조나 공감을 원하는 얘기를 했는데 논리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아니라고 하면 말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다 부정당한 느낌이 들어서 서럽거나 화가 나거나 그런거죠. 일단 상대의 감정을 알아서 공감해주는게 중요하다는 건 이럴 때.
    그리고 나서 상대가 진정이 좀 되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논리적인 부분을 얘기해주면 상대가 받아들이기 좀 쉽지 않을까.

  • 25. 반대
    '20.4.13 4:17 AM (24.57.xxx.194)

    제 남편이야말로 추임새따윈 없어요. ㅎㅎ
    정말 자기 말에 확신이 차 있고 틀림이 없구요.
    당연히 제가 말할때 그래? 맞아. 이런건 들어본 적도 없고, 오히려 제가 그런건 포기해서 기대도 안해요.
    그런데 요지는 ..자기가 한 말에 제가 늘 딴지거는것처럼 느낀다는거에요. 실상 딴지도 아닌데 제가 논지에서 벗어나 곁가지로 샜거나 아예 딴소릴 한다고 버럭하니..정말 내 대화가 그런가 아님 저 사람이 예민하거나 옹졸한가..별 생각이 다들죠. 아예 말을 섞지 말까라는 우울한 생각도 들곤 하지만 부부가 그럴게 살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님들 조언대로 더 공감해주고 우쭈쭈해준다음(기 좀 세워주고) 제 의견을 얘기하는 식으로 해볼까 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해버리니 제가 덜컥 걱정이 되었던거에요. 제 의도와 달리 남들에게 자기 말만 하는 갑툭튀 아줌마로 보였나 싶어서요 ㅠㅠ

  • 26. 괜찮아요
    '20.4.13 4:19 AM (49.196.xxx.200)

    남편이 속이 좁네요.
    저나 남편이나 원글님 같이 의식의 흐름이 빨라요.
    저희는 너무 대화가 재미있고 의사결정도 빠릅니다. 저희는 그래서 친구가 거의 없습니다만 ㅎㅎ 뭐뭐하니 가자? 가자! 하자? 하자! 그래요

    좀 못한 사람과는 거리를 두세요. 삼장법사가 손오공 대하듯, 오 그랬쪄? 그런거네~ 맞장구만 치고 말 섞지 마세요. 저희는 어디가서 누구 만나도 얘기 많이 안하고 들어주는 편이에요. 말하면 눈치없이 깨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지루해요~인생 짧은 데 내 장점만 봐도 괜찮치 않나 싶어요~

  • 27. 윗님
    '20.4.13 4:26 AM (24.57.xxx.194)

    힘을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친구는 많지 않은데 그 몇 명과는 정말 잘 맞아요. 척하면 척이에요. 대화의 속도도 빠르고 의식의 흐름도 비슷하구요. 그래서 늘 즐겁고 좋아요. 다만 그런 친구가 소수에요.
    그런데 제가 보편적으로 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지 않았을까 싶어서 걱정했던거에요. 남편이 하도 지적을 해서요.
    안 그래도 며칠전에 서로 스스로가 느끼는 자기 취약점이 뭔가 얘기하는데..남편은 자긴 순발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빨라 받아치지 못하는 대신 신중하다 그러고..
    저보러는... 가볍대요. 생각없이 말한다고..;;
    그런거죠.

  • 28. 괜찮아요
    '20.4.13 5:07 AM (49.196.xxx.200)

    테슬라가 똑똑한 사람일 수록 친구가 적다고 했어요.
    현생에 남편이라도 전생에 원수 경우수가 많으니 잘 조율 하시길요~

  • 29. 괜찮아요
    '20.4.13 5:09 AM (49.196.xxx.200) - 삭제된댓글

    저는 전남편이 하도 입대서(사사건건 반대 및 무시) 한번 이혼 했어요. 쳐낸거죠 뭐, 십년동안 당하니 돌겠더라구요~

  • 30. 괜찮아요
    '20.4.13 5:10 AM (49.196.xxx.200)

    저는 전남편이 하도 입대서(사사건건 반대 및 무시) 한번 이혼 했어요. 쳐낸거죠 뭐, 십년동안 당하니 돌겠더라구요~ 잘맞는 것은 새남편이에요, 제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고 전남편이 이상했던 거에요

  • 31. 괜찮아요
    '20.4.13 5:29 AM (24.57.xxx.194)

    윗님.
    자기랑 잘 맞는 사람과 즐겁게 사신다니 정말 축하드려요. 그게 복이네요.
    돌이켜보니 저흰 5년이란 긴 시간을 연애했는데요.
    그땐 주로 제가 말하고 남편이 들어주고 같이 웃었던거 같아요.
    그땐 제가 똑똑하고(재수 없어도 죄송) 발랄해서 좋았대요. 자기랑 완전 다른 취향에 꽂히듯이 저는 남편의 신중하고 차분한 성격, 나름 샤프한 면이 좋았어요.
    그런데 살다보니 기대이하의 모습도 서로 보이고 실망도 하고 그렇죠. 하다못해 장점도 동전의 뒷면처럼 단점의 또다른 아름이니까요.
    말수는 여전히 적지만 자기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고 재가 바로 수긍하거나 동조하지 않으면, 또는 제 사고의 연장애서 말을 하면 맥락에 맞지 않는다, 논리가 없다, 머리가 나쁘다, 심지어 공감능력 부족이다.. 이렇게 나오니, 정말 나만 모르고 이상한 사람으로 살았나 싶은 걱정이 드는거에요.
    넌 정말 그개 문제야 라는 투의 말을 계속 들으면... Gas lighting이라고 있죠? 저도 모르게 자꾸 위축이 되고..아..나 문제 있나? 이렇게 되요.
    괜찮아요님처럼 잘 맞는 사람하고 산다면 얼마나 수월할까요? 저도 윗님들 조언처럼 공감해주고 맞장구쳐주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남편의 의도를 캐치하도록 힘들겠지만 해 보려구요.
    상대에 따라서 내 자아가 완전 다르게 인식된다는건...맞는 멀인것 같아요.

  • 32. 남편
    '20.4.13 5:33 AM (73.182.xxx.146)

    이과 출신? 이과 출신, 특히 공대 출신들은 그렇더라고요....핵심과 정답을 딱 도출해내지 않고 빙빙 둘러 변죽을 울리는거에 능한 문과적인 비유를 절대 이해 못함. 그러면서도 지들만 정답인줄 암.

  • 33. 말투와
    '20.4.13 5:36 AM (73.182.xxx.146)

    말하는 성향이 다른데 각자 자아가 강하고 소신이 소힘줄 같은 성격...평생 평.행.선.이죠. 이과와 문과..동양과 서양...절대 만날수 없다...는 진리.

  • 34. 정답
    '20.4.13 5:38 AM (24.57.xxx.194)

    남편 공대출신 뼈속까지 이과 마인드에요.
    저는 완전 문과성향..
    오히려 저보고 핵심에서 벗어난다, 요지가 뭐냐,
    하고싶은 날이 뭐냐, 쓸데없는 소리한다 그래요 ㅠㅠ

  • 35. 글쎄요.
    '20.4.13 5:43 AM (223.38.xxx.137) - 삭제된댓글

    생각의 속도가 빠른 것과 대화를 엉망으로 하는 것,
    말을 맥락 없이 하는 것과 머리가 좋은 것은
    서로 전혀 논리적 연관성이 없는데 그걸 연결시키면 안 되지 않나 싶네요.

    부군이 하는 말이(비난이) 다 맞지는 않을 수도 있고- 자기 입장에서 한 말이니까-
    평소 어떤 사람인지 쓰신 걸 보면 본인도 그렇게 완벽한 대화 상대는 아닌데 남한테 저러네 싶기도 해요.
    그런데, 그래도, 지적한 부분은 귀담아 들을 면이 있다 싶은 게,
    원글님이 스스로를 묘사한 걸 보니 그렇네요.

    그런 식으로 남의 말을 경청하기보다 혼자 앞서서 이리저리 가지를 치고 그걸 말로 하고
    그걸 또 자기 생각의 속도가 빨라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최악(?)의 대화 상대이기 십상이죠.
    그건 머리 좋은 거랑 무관해요. 유시민님 머리 좋지만 그런 식으로 대화 안 하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고
    거기에 맞는 대답을 해서 이어갑니다.
    저는 아이큐 150 넘지만 그런 식으로 대화 안 하고
    남의 생각을 앞질러 혼자 생각한 후
    남이 말하는 걸 들으며 역시 내 예상대로 말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자랑이 아니라 그건 당연한 겁니다.

    곰곰 생각해 봤지만, 남의 생각을 두세 단계 점프해서 미리 다 알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 같고-
    그렇다면 그건 독심술가죠.
    이게 잘 되는 빠른 눈치의 사람들은 주로 점쟁이나 무당 같이
    사람 상대 많이 하고 남의 속을 읽어야 하는 직군에
    후천적으로 생겨난다고 봐야겠고요.

    아닌데, 사람들은 정말 내 예상대로 고대로 말하던데, 라고 하고 싶으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짚고 싶은 요지는
    보통의 좋은 대화에서 사람은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남의 생각을 앞질러 짐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못! 그러는 게 아니라 안! 그런다는 거예요.

    저런 특수 직군(남이 할 말을 앞질러서 미리 아는 척 ‘해야 하는’)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 대화법은 필요 없고, 보통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죠.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그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을 그냥 ‘들어요’.
    앞질러 짐작하지 않아요.
    그게 예의니까요. 나는 나, 상대방은 상대방.
    내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짐작해도 상대방은 언제든 그와 다른 의도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짐작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이걸 존중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겁니다.
    마음과 귀를 열고 듣는 거예요.

    만약 저 사람이 내가 하려는 말을 앞서 짐작하고
    내 말을 끊고 거기 이어지는 말을 한다
    혹은 끊지 않아도, 다 알겠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내 말을 끝까지 먼저 짐작하고 거기서 가지를 뻗은 다른 얘기를 한다

    어느 쪽도, 유쾌하지 않은 대화입니다. 상대방에게
    무시당했다, 쟨 대체 남의 말을 안 듣는다, 매너가 없다, 아는 척한다
    도무지 대화라는 걸 이어갈 수가 없다
    이런 느낌을 주기 십상인 태도죠.

  • 36. 기파랑
    '20.4.13 5:44 AM (99.231.xxx.34)

    말을 할때 하고 났을때
    기가빠진듯 느껴지고요
    글을 쓸때 쓰고 나면
    가뿐해집니다
    ---
    대화를 할때는
    상대방의 진술에 대해서
    여러개의 가설 가정이 동시에 떠오르며,,,
    상대방이 놓쳤다고 보이는 걸 말하면,
    그것은 반박 내지 꼬리잡기 가 되더군요---
    끝까지 듣자 상대방이 원하는 맞장구 외에는 하지말자--하고
    다짐은 하지만 속마음은 성마르게 되고
    머릿속은 무척이나 빠르게
    수만가지 경우수를 시뮬레이션하고 있죠 --
    제 이야기입니다!

  • 37. 감사합니다
    '20.4.13 5:56 AM (24.57.xxx.194)

    223.38님
    정말 감사한 댓글...두 번 정독했어요.
    아마 제 남편에게 보여주면 많이 공감하고 바로 이거다! 할것 같아요. 반성이 되네요. 이런 식으로 말씀해주니 와 닿아요. 물론 제가 님이 말씀하는 그런 심한 부류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해보지만, 분명 그런 성향이 있는건 맞아요. 아니 그렇게 보이기 쉽겠어요.
    상대방이 무시당하는 느낌, 잘난척하네 라는 감정이 들게 한다면 최악의 대화상대 맞죠.
    각성하고 노력할게요.
    님의 댓글을 간직하고 수시로 꺼내 읽어야겠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 38.
    '20.4.13 6:01 AM (24.57.xxx.194)

    지우셨어요. 223.38님
    가슴에 와닿는 글이라 감사한 마음이었는데..
    카피도 안했는데요 ㅠㅠ
    이제 기억에 의존해서 반성하고 노력해야겠네요.

  • 39. 99.231님
    '20.4.13 6:02 AM (24.57.xxx.194)

    저랑 많이 비슷하세요.
    글쓰기가 뤌씬 저를 잘 표현하는것 같아요.
    대화는 예상외의 반응에 당황할때가...

  • 40. 글쎄요.
    '20.4.13 6:04 AM (223.38.xxx.137)

    생각의 속도가 빠른 것과 대화를 엉망으로 하는 것,
    말을 맥락 없이 하는 것과 머리가 좋은 것은
    서로 전혀 논리적 연관성이 없는데 그걸 연결시키면 안 되지 않나 싶네요.

    부군이 하는 말이(비난이) 다 맞지는 않을 수도 있고- 자기 입장에서 한 말이니까-
    평소 어떤 사람인지 쓰신 걸 보면 본인도 그렇게 완벽한 대화 상대는 아닌데 남한테 저러네 싶기도 해요.
    그런데, 그래도, 지적한 부분은 귀담아 들을 면이 있다 싶은 게,
    원글님이 스스로를 묘사한 걸 보니 그렇네요.

    그런 식으로 남의 말을 경청하기보다 혼자 앞서서 이리저리 가지를 치고 그걸 말로 하고
    그걸 또 자기 생각의 속도가 빨라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최악(?)의 대화 상대이기 십상이죠.
    그건 머리 좋은 거랑 무관해요. 유시민님 머리 좋지만 그런 식으로 대화 안 하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고
    거기에 맞는 대답을 해서 이어갑니다.
    저도... 아이큐 150 넘지만 그런 식으로 대화 안 하고,
    남의 생각을 앞질러 혼자 생각한 후 남이 말하는 걸 들으며 역시 내 예상대로 말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자랑이 아니라 그건 당연한 겁니다.

    곰곰 생각해 봤지만, 남의 생각을 두세 단계 점프해서 미리 다 ‘알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고
    -그렇다면 그건 독심술가죠-
    이게 잘 되는 사람들은 그냥 눈치가 빠르고 촉이 발달한 건데
    주로 점쟁이나 무당 같이 사람 상대 많이 하고 남의 속을 읽어야 하는 직군에
    후천적으로 필요에 의해 생겨난다고 봐야겠고요.

    뭐 나는 점쟁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정말 내 예상대로 고대로 말하던데,
    눈치가 빠른 거든 뭐든, 그래 나도 그거라고,
    하고 싶으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짚고 싶은 요지는
    보통의 좋은 대화에서 사람은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남의 생각을 앞질러 짐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못! 그러는 게 아니라 안! 그런다는 거예요.

    저런 특수 직군(남이 할 말을 앞질러서 미리 아는 척 ‘해야 하는’)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 대화법은 필요 없고, 사람들이 보통의 대화에서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죠.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그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을 그냥 ‘들어요’.
    앞질러 짐작하지 않아요.
    그게 예의니까요. 나는 나, 상대방은 상대방.
    내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짐작해도 상대방은 언제든 그와 다른 의도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짐작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이걸 존중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겁니다.
    마음과 귀를 열고 듣는 거예요.

    만약 대화의 상대방이 내가 하려는 말을 앞서 짐작하고
    내 말을 끊고 자기 짐작에서 이어지는 말을 한다
    혹은 끊지 않아도, 다 알겠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내 말을 끝까지 먼저 짐작하고 거기서 가지를 뻗은 다른 얘기를 한다

    어느 쪽도, 유쾌하지 않은 대화입니다. 상대방에게
    무시당했다, 쟨 대체 남의 말을 안 듣는다, 매너가 없다, 아는 척한다
    도무지 대화라는 걸 이어갈 수가 없다
    이런 느낌을 주기 십상인 태도죠.

    ...머리 좋은 것과 전혀 무관한 이상한 대화법을 머리 좋은 것과 연관시켜 이해하시려는 듯해서
    머리 좋은 사람들 중 하나로서 결코 동의할 수 없어
    그건 아니오! 라는 말을 하고 싶었고요.

    원글님이 묘사한
    남의 말을 듣다가 두세 단계 점프하거나 생각이 가지치기를 하는 것,
    주로 이러는 부류의 사람들, 매우 뚜렷이 이런 성향을 보이는 집단이 있죠. 그거 말해 드리고 싶네요.
    그건 바로 나이 좀 있는 아주머니 ~ 할머니 집단.
    그들은 매우! 그러한 대화법을 구사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누군가
    우리 며느리가 이번에 해다 준 갈비찜이~ 이런 얘기를 해요. 그럼 들어 주고 같이 수다 떠는 게 아니라
    불쑥, 옆집 사위가 이번에 직장 옮겼다는 말을 하는 거죠.
    그럼 그 옆 할머니는 또 딴 얘길 합니다.
    결국 옆에서 보고 있으면 각자 자기 얘기 하고 있는 대환장 파티. 대화가 아니에요, 저건.

    그러나 본인들 머릿속을 보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죠.
    1 할머니가 며느리의 갈비찜 얘기를 하자
    2 할머니는 그게, 맛있었다는 자랑과
    이어서 그 날의 음식들 얘기 등등으로 이어질 걸 뻔히 알고 (평소 상대의 성향을 알아서)
    지루하다 느끼며
    우리집 며느리는 뭐 자랑할 거 없나- 남의 말 안 듣고 자기 생각 중
    며느린 뭐 없고 사위 쪽으로 생각이 감, 그런데 내 사위는 말할 게 없음
    그러다 보니 아참, 옆집 사위에 대해 들은 말이 있던 게 생각남, 그래서 그 말을 함,
    이런 논리적(?) 흐름이 있던 거거든요.


    그들은 그런 대화법의 집단이니 문제가 없을지 모르죠.
    젊은 사람들이 보기앤 저건 대화가 아니라 각자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 같은데
    (즉 떠들고 싶은 욕구만 있는 나이든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 같음)
    그들도 들여다보면,
    끝까지 안 들어도 무슨 말 할지 다 알겠는데
    그걸 뭘 듣고 있냐... 는 게 분명 있어요. 각자 상대방에게서 느끼는 지루함, 인생 좀 살아보니 다 알겠는 이야기의 전개, 이게 있는 거죠.
    그러나 아무리 이유가 있다 한들
    저런 대환장 파티가 좋아 보이시나요. 원글님은.

  • 41.
    '20.4.13 6:13 AM (121.136.xxx.125)

    원글님 말하기 방식이 제 남편이랑 너무 똑같아서 들어왔습니다.
    저흰 그것때문에 오랜 시간 갈등이 있었는데요.

    223.38님 의견에 동의해요.(댓글이 사라졌나요?)
    이게 별거 아니다 남편이 심하다 하시는 분들은 안 당해보셔서 그래요.
    제가 오죽하면 세상에서 당신하고 말하는 게 가장 힘들다.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제 남편도 이런 식입니다.
    저는 대화의 기본, 아주 베이직한 출발이 공감, 맞장구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그렇게 못하고 자기 의견 말하는 데 급해요
    그래서 제가 원글님 남편처럼 대응하면 자기는 일단 내 말에 동의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말하는 거래요.
    그런데 제가 듣기에는 전혀 동조하는 걸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제 말이 틀렸다 너는 시야가 좁다 이렇게 느껴집니다.

    이건 제가 자존감이 낮거나 열폭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요.
    그 대화 상황에 놓여보시면 그게 어떤의미로 다가오는지 아실 겁니다.
    매번 그런 식이라면요. 저는 공감을 원하지 다른 정보나 지식을 원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미리 짐작해서 말한다고 하시는 부분.. 정말 열받아요.

    제가 오늘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길 했는데~이러면 남편은
    응 그래서? 가 아니고
    **가 ~~라고 그러지? 이러는데요
    정말 제가 할 말을 맥을 탁 끊는 느낌이라 너무 기분이 나쁘고요.
    제가 이거 이따 저녁에 남편에게 말해줘야지~~했던 기분을 싹 잡아먹어요.
    너무 무례한 화법이죠.

    그런데 그게 반복되면요.
    당하는 사람이 남편처럼 예민하게 됩니다.
    제 남편도 그러더라구요 처음엔
    저더러 뭐 그리 예민하게 반응하냐고 그런 거 아니라고요
    그런데 저는 미치겠어요. 대화가 통한다는 느낌이 안 들고 소통이 된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저 사람한테 말하면 맞장구는 나오지 않고 자기 생각만 또 줄줄 나오겠지 피곤하다. 이렇게 되어요.

    그런데 어떤 계기가 잇어서 남편이 자기 화법에 충격을 받고
    요즘 다시 말하기 관련 서적들을 쌓아놓고 읽어대는데요.
    그게 책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
    맞장구 공감 우선이다 라고 많이 노력하는데도
    그런데도 아직 제가 무슨 말하면 그래? 그래서 이게 안 돼요. 하긴 하는데 되게 어색해요.
    저라고 그런 걸 어디서 배운 건 아닌데
    왜 안 되나 자기도 모르겠대요.

    스스로 자기는 다섯살 어린 애다 다시 말하기 법을 배우고 있다 ㅜㅜ이러면서 저한테 엄청 미안해합니다.

    그런데 저와 제 남편이 내린 결론은
    어딜 가나 자기말을 우선으로 하고 자기 의견을 남보다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반영된 거라는 겁니다.
    원글님도 잘 돌아보세요.

  • 42. 반갑
    '20.4.13 6:21 AM (24.57.xxx.194)

    아..다시 오셨네요. :)
    저도 님이 묘사한 그런 부류들의 대환장 파티같은거 혐오하는 사람이에요. 당연히 그런 의식의 흐름은 대화가 온전히 이루어질 수 없죠.

    저는 그런 스타일은 확실히 아니어요.
    A에서 뜬금없이 B로 튀는게 님이 묘사한 의식의 흐름을 따라 나름 논리적(?)으로 흘러간 결과겠지만, 저같은 경우엔 A-1 또는 A-1-1정도로 진행이 된다고 할까요? 아직 A에 대한 설명이 다 안 끝났는데 A에 대한 개요가 파악이 되서 그것의 서브개념인 A-1이나 A-1-1까지 생각이 확장되거나 역으로 집중되는 경우에요. ;;
    저도 얘기하면서..아..그치..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오는 상대가 있구요. 그게 잘 안되는 상대도 있더라구요.
    만약 그것이 저의 인격적 성숙함과 관련이 있는것이라 하면 그건 받아들일 수 있어요.

    유시민님의 비유는 아주 적절하구요. 제가 그 분을 좋아하는데 참고하면서 내적 성숙을 위래 노력해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제 성격이 급한것도 한몫했구요. ;;

  • 43.
    '20.4.13 6:23 AM (121.136.xxx.125)

    223.38님 댓글 보고 다시 적는다면
    저 대환장 파티가 저희 시어머니 화법이에요.
    처음엔 시집을 가서 너무 이상했어요 그 시집 식구들 화법이 너무 이해가 안 되는 겁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면
    나도 ~~했다(원글님이 남편에게 한 멘트와 유사한 유형입니다)
    시누네 딸도 ~~했다
    그러니까 제가 무슨 말을 하면 지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것처럼 보여요.

    세월이 지나서 남편과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한 결과
    자기집 식구들이 열등감이 많고 말로라도 이겨먹으려는 습성이 있다는 거예요.
    그 말로 이겨서 나는 너보다 우월하다란 인정을 받고싶은 겁니다.
    그게 시어머니 남편 시누이 다들 형태는 다르지만 유사한 화법으로 나타나는 거죠.
    다른 사람 말에 동조 안 하는 것.

    제 남편은 자기 화법이 어디서 연유되었는가 이걸 연구하고 있습니다.
    왜 공감을 못하는가 왜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실제로도 그런 감정이 잘 안 든대요
    정말 어려운 문제죠. 말하기 연습이 안 된 게 아니라 심리적 어느 우물에 원인이 있는지 본인과 본인 부모까지 들여다봐야 하니까요.
    원글님네도 남편이 자격지심이 있는 게 아닐 수 있어요 오히려 원글님이 가진 문제를 더 들여다봐야해요.

  • 44. ..
    '20.4.13 6:32 AM (130.208.xxx.184)

    재미있는 주제네요.

    원글님처럼 대화하시는 분이
    할머니 집단으로 느껴져요.

    상대방이 무얼 말하는지
    나는 다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자기 아는 거를 줄줄 내놓는데,

    새롭게 받아들이는 정보도 하나도 없고,
    대화도 깊이있게 나가지도 않고,
    친밀감도 형성 안 되고,
    답답하고,
    서로 나 잘났다, 내가 더 많이 안다는 이야기만 하게 되고,

    사람이 아니라
    벽이나 기계랑 이야기하는 느낌.

  • 45. ....
    '20.4.13 6:40 AM (61.75.xxx.109)

    좀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원글님이 남편분과 대화해도 공감을 받지 못하고 남편이 난 항상 옳은 말만해 이런 자세이다 보니 변하게 된 게 아닐까요? 저희도 남편은 뼛속까지 이과 공대생, 저는 사회과학 전공한 문과생인데, 제 남편도 공감, 인정이란 걸 몰라요. 항상 자기 생각이 옳아서 거기에 대해 반론을 하거나 대화를 이끌어 가려하면 저를 비난해요. 십년 넘게 당하다 보니 이제 전 남편이랑은 중요 주제에 대해선 대화를 잘 하지 않구요, 남편이 말을 꺼내도 거기에 대해 남편의 의도를 투영해 몇 단계 건너뛰는 답을 하기도 해요. 며칠 전엔 남편한테 진중권 같다는 욕도 들었네요. 자기 맘대로 해석해서 다 꼬아듣고 세상을 적으로 만든다고... 나참 기가 막혀서.... 저는 딱 남편이랑만 말할때만 그래요. 서로가 이렇게 만든거겠죠. 저 위에 어떤님이 얘기한 것처럼 서로 안맞는거죠. 첨부터 이런 관계가 아니라 서서히 바뀐거고 님이 스스로를 남편이 말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면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번 대화를 꼭찝어 써서 그렇지 솔직히 제가 보기엔 남편분 대화기법에도 문제가 많을듯해요.

  • 46. 글쎄요.
    '20.4.13 6:40 AM (223.38.xxx.137)

    댓글을 수정하여 다시 쓴다는 게
    오히려 공감 정도를 줄이고 ㅎㅎ 와 닿지 않는 예를 든 모양이네요.
    그런데 묘사하신 가지치기의 달인 집단이 할머니들 아니냐, 그런 대화의 극대화된 모습은 저런 양상이다... 하는 걸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원글님이 저 지경으로 말하시는 게 아니라 해도.
    ...


    어쨌든 좀 이어서 써 보자면

    공대 성향, 문과 성향
    이런 얘기도 나왔는데
    글쎄요.

    댓글님들은 글을 보고
    남편은 공감을 원하는 문과 성향인데
    이과 성향 원글님이 팩트만 말하니까 화난 거 아니냐, 는
    보통 남녀관계에서의 대화 단절의 이유를 성별 바꿔 본 단순 짐작을 하고 계신데,
    원글님은 남편이 공대, 본인이 문과라 하셨고요.

    그렇다고
    원글님이 보이는 성향을 문과적 성향이라고 부를 수도 없죠.
    문과 전반에 공히 드러나는 성향도 아닌 데다가 저 역시 뼈속까지 문과생이지만
    위에 썼듯 그런 대화법은 이상해 보이지,
    문과인 것과 상관있어 보이지 않고요...

    이과냐 문과냐 단순하게 나눠 짐작할 일이 아니라 이건
    개인 성향과 대화 양상을 같이 들여다볼 일인 것 같은데...
    원글님 남편은 원글님이 묘사한 바에 따르면서 짐작을 덧붙여 보면
    공대 출신이고, 분명한 거 좋아하고,
    대화가 딱딱 논리적으로 맞아떨어지며 이어지는 걸 좋아하는 거 같네요. 이런 사람에게
    뚱딴지같은 소릴 툭툭 하는 듯한, 원글님 생각 속에서 앞질러가는 대화법은 아마
    환장하게 짜증스러운 걸 거예요.
    비논리의 총체처럼 느껴질 태니까요.
    거기에다 공감이나 지지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맥락없이 툭툭 잘리는 게 진짜 싫을 테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런 식으로 비난을 쏟아놓는 게 과연 옳으냐, 잘 하는 짓이냐,
    그게 대화법을 개선하는 방법이 되기는 하냐... 의 문제가 남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론 남편의 비난이 과하다고 봐요. 너무 감정적이고.)
    부군이 느끼시는 게 어떤 짜증스러움인지는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입니다.

    만약 부군이
    아 진짜, 내가 원하는 공감만 내놓으라고!
    라면
    이 역시 답정너로, 좋은 태도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을 들을 만한 것 같은데...
    지금은 원글님이 뭐라 할 수가 없지만, 추후에 어느 정도 대화법이 개선된 다음에 진지하게 얘기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글님 댓글을 보니
    진지하게 잘 성찰하고 개선해 나가실 수 있는 분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걱정은 내려놓을게요.
    문이과 얘기에 뭔가 각자들 핀트가 엇나가는 것 같아서 조금 덧붙여 봤어요 ㅎ

  • 47.
    '20.4.13 6:54 AM (24.57.xxx.194)

    지금 댓글 다는 님들이 말씀하시는 시댁분들 또는 그런 부류의 대화가 뭔지 아는데요 ㅎㅎ
    아이구 제가 그런 유형은 어니어요. 저도 그런 유형을 아주 싫어라 해요.

    단지 위에 121.136님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뜻이 맞는 사람들하곤 맞장구 치고 의견도 묻고 한다니까요.
    오히려 남편은 그래?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식의 잘문이 없어요. 그리곤 다신의 의견에서 조금이라도 방형이 다른 말을 하면 딴지다..이런다는 거에요.
    자기가 정해놓은 대화의 순서, 줄거리에서 빗나가면 분노한다는거죠.
    이게 참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 주제죠? :)

    그래도 님이 말씀하시는게 뭔지는 이해하겠어요.
    동의를 전제로 말했는데 듣는 사람라 그렇게 못 느낀다면 확실히 대화의 기술이 부족한거겠죠.
    넘겨짚어 말하지 않기 일단 주의할게요. 상대방을 존중하고 끝까지 들어주고 그 의도를 헤아릴 수 있도록 말이에요. 사실 열등감 부분은 남편이 있어 더 저러는것 같아 걱정했었는데...오히려 내 안의 자아가 열등감이 있었건건가? 하고 잘문을 던지게 되네요.
    오늘 많은 댓글이 참 소중합니다.

  • 48. 이 집 남편은
    '20.4.13 6:55 AM (211.197.xxx.5) - 삭제된댓글

    참 대단하네요. 스스로 연구하고 있다니...

    "제 남편은 자기 화법이 어디서 연유되었는가 이걸 연구하고 있습니다.
    왜 공감을 못하는가 왜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실제로도 그런 감정이 잘 안 든대요
    정말 어려운 문제죠. 말하기 연습이 안 된 게 아니라 심리적 어느 우물에 원인이 있는지 본인과 본인 부모까지 들여다봐야 하니까요.
    원글님네도 남편이 자격지심이 있는 게 아닐 수 있어요 오히려 원글님이 가진 문제를 더 들여다봐야해요."

    "그런데 저와 제 남편이 내린 결론은
    어딜 가나 자기말을 우선으로 하고 자기 의견을 남보다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반영된 거라는 겁니다."

    이거 아주 흥미있는데요... 남편과 진지한 대화를 통해서 이만큼 알게된거잖아요.
    보통 여기까지 대화가 되지 않을건데 말이죠.
    이건 무의식의 흐름까지 생각해봤다는 거니까요.

    "자기말을 우선으로 하고 자기 의견을 남보다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반영된 거"

    이걸 인정할 사람이 별로 없을거예요. 내 의견이 더 낫다라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없어. 이렇게 부정하게 될건데 말이죠.
    내가 낫다라는게 아니라 실제로 현실적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이게 맞는 거 아니야? 이렇게 나올거거든요.

  • 49. 아니에요
    '20.4.13 7:01 AM (24.57.xxx.194)

    윗님
    사람은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또는 자신의 의견이 맞다 또는 낫다(? 우습지만)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긴 쉬워요.
    단지 말을 많이 하고 달변가라고 꼭 그 의견이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게 문제죠.
    100마디중 건질게 하나도 없는 사람보다 한두마디애도 울림이 있을 수 있는게 사실인데 생각보다 그게 쉽지 않은거에요.
    저도 특히 남편하고는 말 줄이고
    고개 끄덕이고 동조해주고 응원해주는 마음으로
    듣기연습부터 다시 해야겠어요!
    오늘 댓글로 일주일치 말은 다 한것 같아요 :)

  • 50. ㅎㅎ
    '20.4.13 7:07 AM (219.250.xxx.4)

    대화라는 공을 받아서 그걸 던져 줘야 하는 건데
    새 공을 디립다 던져대니
    내 공 아디갔음??? 하는 격

  • 51. ㅎㅎㅎ
    '20.4.13 7:11 AM (24.57.xxx.194)

    윗님 최고!!

  • 52.
    '20.4.13 7:22 AM (121.136.xxx.125)

    대화라는 공을 받아서 그걸 던져 줘야 하는 건데
    새 공을 디립다 던져대니
    내 공 아디갔음??? 하는 격
    ---완전 촌철살인이네요 ㅎㅎㅎㅎ

    마지막 추가하자면
    남편네 화법에는 3종 풀셋트가 있었습니다.
    1)~~도 그래(제가 말한 거에 그랬구나 가 아니고 무조건 다른 예를 들어 ~도 그렇다. 저는 뭐라고 해야할지 막막)
    2)아니 그게 아니라(물론 그게 아니라 다음 문장은 제가 했던 말 내용 그대로 표현만 바꾼 것)
    3)그건 니가 몰라서 그래(너는 얼마나 아는데? 정말 어이없는 디스)

    이 세 가지 전부 상대 말에 태클 걸고 보자는 것이고요. 니 의견에 동조하기 싫다 입니다.

    물론 남편도 저 아닌 다른 사람과는 대화 잘 되는 사람 있습니다.
    남편 본인 분석, 사람을 가려서 그런다는 것이지요.
    그럼 어떤 기준이 있느냐
    만만한 상대한테만 그래요.
    자기가 인정받고 우월감 성취하고 싶은 대상에게는 한 없이 동조 잘 합니다.(제가 남편이 누군가와 전화통화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런 거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포기했는데 잘 하더라구요. 그 후 전쟁이 시작되었죠)

    이 3종 세트에 처절히 공격받아서 제가 자존감이 바닥으로 갔다가
    요즘 남편의 참회로 조금 회복되고 있는 중입니다.
    제 남편 대단하다고 하셨는데 이게 사람이 바뀌려면 인생에서 죽을 고비를 넘겨야 깨닫는 것 같아요.
    그게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제 남편은 정신적으로 죽을 고비가 있었습니다.

    지금 남편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대부분이
    제가 지난 20년 동안 문제라고 말해왔던 것인데
    그래서 예전엔 왜 그랬냐고 물으면 그 땐 제가 하는 말이 안 들렸대요.

    지금은 들린답니다.
    광고도 있죠 잘 들으라고.
    제 남편도 글은 잘 써요. 그게 직업이라.
    그런 사람이 이럴 줄 제가 알았겠습니까
    참고로 저흰 둘 다 문과에요.

    사실 이게 누가 더 문제 있다 크다의 문제지 저도 완벽한 화법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양자의 협조가 관건입니다.
    사실 부부들은 서로 어떤 각자의 결핍에 서로 끌려 사랑하고 결혼을 한 것이고
    그런 점이 맞부딪혀 시너지 효과로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입니다.한쪽만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니에요
    저도 댓글에서 많이 배우네요.
    같이 노력합시다!

    원글님 그래도 수용폭이 있으신 분 같으니 잘 변화하시리라 믿습니다.

  • 53. 글쎄요.
    '20.4.13 7:23 AM (223.38.xxx.137)

    댓글들 읽다 보니 한 가지 더 생각이 나서 덧붙입니다.

    원글님이 말하신 것 같은, 두세 단계 점프하는 대화법을 구사하는 집단이 하나 더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특히 많이 몰린 연령대가 있어 보여요)
    그건 십대입니다.

    제가 십대를 많이 만나는 일을 하는데 얘네한태 질문을 던지거나, 같이 얘기를 하다 보면 그런 식의 벽에 부딪쳐요.
    질문에 안 맞는 답을 한다거나
    앞의 말과 이어지지 않는 말을 하는 거죠.
    이건 얘네가 바보여서가 아니에요. 상대방과 ‘대화’를 하기보다 ‘자기 생각’에 매몰돼서인 거지.

    이 경우엔 애들이 어리고 저는 어른이니까,
    그리고 이런 애들을 하도 많이 봐서, 저는 짜증나지는 않아요. 단, 답답하죠. 엉뚱한 소릴 하고 있으니까요. 애들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그런 답을 했는지 환하게 보여도, 답답한 건 답답한 겁니다.

    이런 화법은 개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데 본인들은 이미 머릿속에서 생각을 끝내서 그게 왜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저는 아주 단순화시켜 예를 들어 줍니다.
    -네가 지금 한 대답은
    얘 너 이름이 뭐야? 했을 때
    고1이에요, 라고 대답한 것과 같아.

    이런 예를 들어 주면 바로 아...! 하고 뭐가 문젠지 확 깨닫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이 예가 자기가 방금 한 말과 어느 지점에서 닿아 있는지
    자기가 한 말이 왜 문젠지 모르는 애들도 있어요.
    애들은 제가 뭔가를 물어봤을 때, 그 질문으로 촉발된 어떤 생각을 훅 훅 훅 이어간 거죠. 그리고 그 생각의 종료 시점에 남은 문장을 저에게 답으로 말하는 겁니다.
    자기 딴에는 생각의 이어짐이 있었기 때문에 왜 이상한지 안 느껴지는 거예요.

    이 때 저는
    -내가 물은 건 이러이러한 거였는데
    너는 저러저러하게 대답했어.
    하고 짚어 줍니다. 그럼
    -아~
    하거나
    -아...? (뭔가 자기가 들어도 이상하긴 한데 뭐가 이상한지 아직 잘 모르겠음. 얘기할 만해서 한 거라는 생각이 남아 있음)
    하는데

    이때 저는, 혼자 훅훅 머릿속으로 넘어갔을 단계를 말해 봐요.
    너 내가 이런 질문 하니까 이런 생각 했지. 그리고 그 다음에 이런 생각 하고, 그 다음에 이게 생각난 거지? 그래서 이런 대답을 한 거지?

    그럼 맞대요. 엄청 놀라며
    와 어떻게 다 아세요? 이러기도 해요.
    소오름, 내 머릿속을 다 읽었어! 이러기도 하고요.
    중요한 건 어떻게 다 아느냐가 아니라, 그래서 최종적으로 네가 내놓은 답이
    ‘네가 하고 싶었던 말’이지,
    ‘내가 물은 것에 대한 답’은 아니라는 것- 그것이다, 라고
    저는 짚습니다...

    생각의 속도가 빠른(?) 것, 단계를 뛰어넘는 것,
    그것의 문제는 결국, 다른 데 있지 않아요.
    생각이 실제로 빠른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걸 대화에 도입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그것은

    대화 상황이 아니라 자기 생각의 속도를 쫓아가는 태도,
    귀기울이기보다는 지루해 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극히 결여돼 있고
    오로지 ‘자기 생각’에 매몰되면 나올 수 있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배려도, 예의도 없는 거예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나는 내 생각이 더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
    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부군이 화내시는 지점은 아마도 거기가 핵심이 아닐까요.
    속도가 아닌
    존중, 배려의 문제.
    맥락에서 벗어나는 대화의 문제는 사실 애초에 거기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의 시작점을 완전히 다시 잡아 보셔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덧1.
    이런 대화법이 자기 위주의 미숙하고 배려 없는 대화법일 수 있다는 건...
    그게 주로 드러나는 연령대가 위에 말씀드렸듯 십대, 그리고 노년층이라는(원글님의 논리 전개 양상은 노년층 특유의 것과 좀 다르다고 하셨고 충분히 믿어지지만 어쨌든 자기 본위로 훅훅 점프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니)
    점으로도 힘을 좀 얻게 되는 짐작 아닐까 해요.

    덧2.
    비슷한 속도로, 짝 하면 쩍 하고 맞는 대화 상대가 있다고도 하셨는데
    그건 어쩌면, 배려 없이 자기 식대로 훅훅 가 버리는 화법을, 서로 구사하기 때문에 서로 기분이 안 나쁜 상대...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 상대만 만날 수 없다는 문제에 앞서,
    통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런 화법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일이라 봅니다.

  • 54. 진짜로 마지막;;
    '20.4.13 7:32 AM (223.38.xxx.137)

    아 그런데... 십대의 예를 들었다고 해서 원글님이 그러신다는 건 아니에요.
    원글님이 말하신
    생각의 단계 뛰어넘기, 의 공통점을 가진
    극단적인 예여서 들어 본 겁니다;
    그 공통점이 무엇을 공통적으로 시사하는가
    그걸 보자는 거였어요.

  • 55. 82 좋다
    '20.4.13 7:41 AM (208.98.xxx.3)

    재가 오늘 판 깔기 잘한것 같아요.
    제가 청소하면서 댓글달고 있을동안
    남편이 마당에서 화단정리 다하고 화분 분갈이까지..
    네..여기 외국이구요. 집콕중이에요. 힌달째!

    님들의 정성어린 댓글에 많이 배우고
    남폄이 좀 안되보이고 미안하네요. :)
    짜증 그만나게 조심할게요.

  • 56. 공감
    '20.4.13 9:42 AM (223.62.xxx.114)

    제 모습이 원글에서, 댓글에서 마구 보이네요ㅜ
    엄청나게 도움받고 있어요
    원글님, 댓글님 훌륭한 말씀들 속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 57. ***
    '20.4.13 10:38 AM (58.232.xxx.87)

    제게 정말 소중한 조언들이네요.
    저의 화법을 돌아보고 공감의 대화를 하려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58. ....
    '20.4.13 11:43 AM (183.101.xxx.81)

    머리속에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그래요
    엄청난 잡생각들이 하루종일 머리속을 떠다녀요
    뭐 하나 하려고 하면 생각이 줄줄이 떠올라 결론까지 나버리죠
    대체로는 결론이 비관적이기도 해요
    안좋은 결과까지 모두 예상해서 생각해 내거든요
    뭐 하나 배울때 세상에 나와있는 그 일에 대한 것을 다 파악하고 시작해요
    실패를 두려워 하기도 하고
    잘 몰라서 엉뚱한 길로 돌아갔다 오는 낭비를 싫어하고요
    그 몰랐던 걸로 지적받는 것도 싫어해요
    젊었을때야 서로 다른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호감이 짜증보다 우세해 상대를 경청해주지만
    지금은 서로 배려보단 자신의 감정이 우선하니까 갈등이 생기겠죠
    이런 상황의 부부에게
    더욱더 필요한건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것과 이런 서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예요
    상대방의 감정을 세세히 묻고 경청하고 인정해주는 대화를 시작해 보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노년층에 많다고는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머리도 둔화되어서 오히려 편한 성격이 되기도 해요
    전 요즘 아이들 얘기 듣는게 너무 재밌어요
    제 남편도 예전엔 머리가 핑핑돌더니 왜 이렇게 둔해졌냐고 하는데
    예전엔 그런말이 싫었을텐데
    전혀 싫지 않아요
    그리고 인생은 복잡한 계산 집어치우고 단순한 계획과 그냥 된다 라는 실행력을 가진 사람이
    더 행복하고 더 성공하더라구요

  • 59.
    '20.4.13 11:50 AM (24.57.xxx.194)

    계속 좋은 글..
    82님들 존경합니다.
    삶의 경륜이 묻어나고
    지혜가 반짝이네요.
    이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대화하며
    듣는자세로 상대방이 어떤 감정인가
    무얼 말하고자 하는가에 집중하는 성숙함을
    키워야겠어요.

  • 60. 와..
    '20.4.13 1:15 PM (219.249.xxx.146)

    이게 바로 82죠
    댓글 보면서 너무 기분이 좋아지네요
    어쩜 이리도 지적이신지요~~~
    저도 마흔넘어가니..댓글에서 묘사하신 할머니들의 대화모습이 간혹 나오는거 같아요
    어떨땐 짐작해서 짚어주면(단,말을 끊지는 않습니다.끝까지 듣고 공감후 다음단계를 짚어주면) 누군가는 감탄하며 저를 보던거에 혹했던 적이 많았던거 같아요
    하지만 지금보니 참으로 어리석었던 행동이고 생각이네요
    원글과 댓글들 다시 정독해서 좀 더 매너좋은 사람이 되도록 저를 다잡고 싶어요
    감사드립니다~~~~

  • 61. 61.75님!!
    '20.4.13 1:17 PM (24.57.xxx.194)

    왜 제가 님의 댓글을 이제사 읽었을까요 ?
    저의 상황을 제일 근접하게 이해하셨어요.

    "원글님이 남편분과 대화해도 공감을 받지 못하고 남편이 난 항상 옳은 말만해 이런 자세이다 보니 변하게 된 게 아닐까요? 저희도 남편은 뼛속까지 이과 공대생, 저는 사회과학 전공한 문과생인데, 제 남편도 공감, 인정이란 걸 몰라요. 항상 자기 생각이 옳아서 거기에 대해 반론을 하거나 대화를 이끌어 가려하면 저를 비난해요. 십년 넘게 당하다 보니 이제 전 남편이랑은 중요 주제에 대해선 대화를 잘 하지 않구요, 남편이 말을 꺼내도 거기에 대해 남편의 의도를 투영해 몇 단계 건너뛰는 답을 하기도 해요. 며칠 전엔 남편한테 진중권 같다는 욕도 들었네요. 자기 맘대로 해석해서 다 꼬아듣고 세상을 적으로 만든다고... 나참 기가 막혀서.... 저는 딱 남편이랑만 말할때만 그래요. 서로가 이렇게 만든거겠죠. 저 위에 어떤님이 얘기한 것처럼 서로 안맞는거죠. 첨부터 이런 관계가 아니라 서서히 바뀐거고 님이 스스로를 남편이 말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면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번 대화를 꼭찝어 써서 그렇지 솔직히 제가 보기엔 남편분 대화기법에도 문제가 많을듯해요."

    제 남편도 공대고 저도 사회학과 출신인것도 같네요.
    정말 가뭄에 단비처럼 제 마음을 이해해주시는 분을 만나서 기뻐요.

    다른 분들이 쓰신 앞서가서 짐작해 말한다도 아니고
    대환장파티식의 우후죽순 이야기 나열도 아니며
    정보와 사실만 늘어놓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거든요.
    아마 제 원글이 명확한 전달을 못해서 그런지 저마다의 입장에서 해석을 달리 하셔서 그런지 댓글들을 여러 방향에서 접근해주신것 같아요. 여하간 다들 좋은 말씀이라 새겨 듣고 있었는데요.

    바로 61.75님의 글이 99%제 맘이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처지시라니 반가워요!! 님처럼 저도 남편이랑은 중요한 주제, 특히 시사적인 야기를 하면 꼭 브레이크가 걸려요. 그래도 님은 진중권같단 얘기라도 듣죠. 저는 논리없고 맥락에 안 맞는다는 핀잔과 무시를 당하네요. ㅠㅠ
    그리고나선 제가 정말 그런가하는 자책아닌 자책에 빠져 우울해졌던 거에요.
    아... 둘이 잘 안 맞긴해요.

    아까 문득 깨달은 사실..
    같이 산 25년 세월동안..남편은 어떤 감상적인 말은 없었던것 같아요
    예를 들면 " 꽃이 이쁘다 경치가 좋다 하늘이 맑다 날씨가 좋다 바람이 시원해서 기분이 상쾌하다 이거 재밌다" 등의 자신이 느끼는 감상과 감정에 대한 표현이 없어요. 당연히 제가 저런 말을 하면 듣고 아무 대꾸가 없죠. 오히려 제가 주저리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는 느낌? 공감은 남편이 안하고 있었죠.
    아.. 정말 나랑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과 결혼했어요 ;;

  • 62. 약간 오해하신 듯
    '20.4.13 2:36 PM (211.197.xxx.5) - 삭제된댓글

    누구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고, 내 의견이 맞다 이걸 무의식적으로 생각하지만 그걸 스스로 인정하는게 어려웠을거라는 뜻에서 말한거였는데요. 님은 단번에 '아니에요' 라고 딱 잘라 말하시네요.
    그 분의 댓글이 또 있는데 그래서 그걸 인정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죽을만큼 힘들었던 과정이 있었나고 쓴 댓글이 있어요.


    "아니에요'20.4.13 7:01
    윗님
    사람은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또는 자신의 의견이 맞다 또는 낫다(? 우습지만)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긴 쉬워요."

  • 63. 약간 오해
    '20.4.13 2:40 PM (211.197.xxx.5) - 삭제된댓글

    누구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고, 내 의견이 맞다 이걸 무의식적으로 생각하지만 그걸 스스로 인정하는게 어려웠을거라는 뜻에서 말한거였는데요. 님은 단번에 '아니에요' 라고 딱 잘라 말하시는군요.
    제 말 뜻을 이해한 그 분의 댓글이 또 있는데 그래서 그걸 인정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죽을만큼 힘들었던 과정이 있었나고 쓴 댓글이 있어요.


    "아니에요'20.4.13 7:01
    윗님
    사람은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또는 자신의 의견이 맞다 또는 낫다(? 우습지만)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긴 쉬워요."

  • 64. 약간 오해
    '20.4.13 2:41 PM (211.197.xxx.5) - 삭제된댓글

    누구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고, 내 의견이 맞다 이걸 무의식적으로 생각하지만 그걸 스스로 인정하는게 어려웠을거라는 뜻에서 말한거였는데요. 님은 단번에 '아니에요' 라고 딱 잘라 말하시는군요.
    제 말 뜻을 이해한 그 분의 댓글이 또 있는데 그래서 그걸 인정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죽을만큼 힘들었던 과정이 있었다고 쓴 댓글이 있어요.
    "아니에요'
    윗님
    사람은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또는 자신의 의견이 맞다 또는 낫다(? 우습지만)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긴 쉬워요."

  • 65. 정말 답답한
    '20.4.13 2:50 PM (211.197.xxx.5) - 삭제된댓글

    기분이 들겠네요.
    이 정도 표현을 안하는 사람이라니...
    님도 관찰 한번 해보세요. 저 위 댓글 님처럼. 죽을만큼 힘들게 고친 분.
    남편이 다른 사람한테도 그렇게 반응하는지.
    님 자신에 대해서도 관찰해보고.

    "예를 들면 " 꽃이 이쁘다 경치가 좋다 하늘이 맑다 날씨가 좋다 바람이 시원해서 기분이 상쾌하다 이거 재밌다" 등의 자신이 느끼는 감상과 감정에 대한 표현이 없어요. 당연히 제가 저런 말을 하면 듣고 아무 대꾸가 없죠."

  • 66. 원글님 남편도
    '20.4.13 2:57 PM (211.197.xxx.5) - 삭제된댓글

    님에 대해 이렇게 말하나요? 61.75님 처럼요?

    "자기 맘대로 해석해서 다 꼬아듣고 세상을 적으로 만든다고..."

  • 67. 원글님 남편도
    '20.4.13 2:59 PM (211.197.xxx.5) - 삭제된댓글

    님에 대해 이렇게 말하나요? 61.75님 처럼요?

    "자기 맘대로 해석해서 다 꼬아듣고 세상을 적으로 만든다고..."

    그렇다면, 특정 주제가 있나요? 정치? 인간관계?

  • 68. ....
    '20.4.17 3:36 PM (211.178.xxx.171)

    머릿속에서 생각의 가지가 너무 빨리 자라는 한 사람으로서.
    도움되는 글이 많아 저장합니다.

  • 69. ...
    '20.4.22 8:17 AM (175.114.xxx.39)

    자기본위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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