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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릴 때가 그리워요

.............. 조회수 : 1,307
작성일 : 2020-03-19 12:03:15
지금 된장찌개에 비벼서 김치랑 밥 먹고 있는데요.
김치를 며칠 전에 담궜는데 찌개하기엔 덜 시어진 것 같아 조금 덜어 한나절 밖에 뒀거든요. 
그걸 지금 먹고 있는데 빠른 시간 안에 시어진 김치 맛이 나요.
이게 뭐 같냐면 어릴 때 도시락으로 김치 싸가면 냉장고에서 바로 나온 것과 다르게 갑자기 시어진 김치 맛, 딱 그건 거예요. 
도시락 먹는 기분이네요.

저희 어머니는 도시락을 아주 정성들여 싸주셨어요. 
매일 직장 나가는 분인데도 어찌 그리 부지런한지 아침에 아침식사와 도시락 반찬을 다 하셨어요. 저라면 도저히 못해요...
마른 새우 볶음, 이거 제가 안 좋아하던 반찬인데 지금 생각하니 그 비린 맛이랑 입에서 부숴지던 식감이 그리워요.
캔참치 넣고 김치찌개 끓여서 보온도시락 국칸에 넣어 주셨고. 이게 제가 제일 좋아하던 메뉴였고요.
돈까스 손수 만드셔서 아침에 튀겨서 작게 잘라, 케찹 뿌리고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좋아했던 건 아침에 재서 구운 바삭한 김. 언제 그걸 하실 시간이 있었는지...
입도 징그럽게 짧은 딸이라 그렇게 싸준 도시락도 남겨오기 일쑤였고
저녁에 퇴근하셔서 또 새 음식, 새 밥. 그게 당연한 건 줄 알고 자랐는데
저는 엄마 반만도 못한 어른인 것 같아요.

언제가 행복했니 물으면 잘 모를 정도로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절은 행복한 거 맞았네요.
엄마 그늘에서, 엄마 품에서, 눈물나게 그리워요.
IP : 72.226.xxx.8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3.19 12:21 PM (61.75.xxx.155)

    이 글 읽고 저는 엄마가싸주시던 계란옷 입힌 분홍소세지가 먹고 싶네요

    야채 박힌 타원형 소시지도 ㅜ

  • 2. 둥둥
    '20.3.19 12:31 PM (61.75.xxx.84)

    이 시국에 이런 글 소중하네요
    엄마밥.. 다시는 못먹어요 ㅜㅜ
    공기 걱정 물 걱정 바이러스 걱정없이 공부 걱정도 없이
    늘상 뛰놀던 그 시절 그립죠..

  • 3. 사무치게
    '20.3.19 12:43 PM (39.7.xxx.250)

    그리워요
    저희는 가난해서 김치볶음 장떡 너무 그리워요
    책가방 집어던지고 해가지도록 놀다가
    엄마가 부르시면 짜증내면서 가곤했는데
    그때차려진 저녁밥상
    빠다간장밥 너무 맛있었어요
    옛날이 좋았어요

  • 4. 맞아요
    '20.3.19 1:33 PM (1.253.xxx.54) - 삭제된댓글

    식어빠진 돈까스조각도 점심시간엔 밥이랑 먹으면 그렇게 맛있었어요ㅎㅎ 참치도 정말 좋아했어요. 애들 여럿 모이면 김이나 고추참치캔 짜장참치캔 싸오는애 꼭 하나씩은있어서 좋았던..ㅎ

  • 5. 맞아요
    '20.3.19 1:34 PM (1.253.xxx.54)

    식어빠진 돈까스조각도 점심시간엔 밥이랑 먹으면 그렇게 맛있었어요ㅎㅎ 참치도 정말 좋아했어요. 애들 여럿 모이면 김이나 고추참치캔 짜장참치캔 싸오는애 꼭 한명씩은있어서 좋았던..ㅎ

  • 6. 저도요
    '20.3.19 3:47 PM (218.235.xxx.125)

    지금은 제가 다 만들어야 먹을 수 있네요. 엄마가 해주는 밥 불평도 많이 했는데 그 시절 그립고 코 끝 찡해집니다.

  • 7. ..
    '20.3.19 4:39 PM (211.108.xxx.185)

    저도 장떡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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