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가을이 들어서나 할 정도로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공기에 양쪽 베란다를 다 열고 맞바람을 쏘이고 있으니 오늘따라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그 바람을 쏘이며 어제 친정엄마가 주신 검은깨를 한냄비 볶았어요.
덕분에 집안에 깨볶는 냄새가 ~~~ 좋아요 좋아
사실 어제 기분좋은 일들이 몇가지 있었거든요.
1.
현재 53세인데 불규칙한 생리에 갱년기 시작이었는지 1-2년 전부터 밤에 잠을 못자 이틀에 한번 잠을 자고 직장을 다니려니 평생 90/60 정도로 유지되던 혈압이 120/80으로 치솟고 살은 45-6키로로 살다가 야금야금쪄서 53키로를 향해 가고 나름 오리궁뎅이라서 바지 입어도 봐줄만했는데 그것도 실종되고 남은 살은 하염없이 중력을 증명하듯 땅을 향해 쳐지고…ㅠㅠ
그렇게 점점 무너져 내리고 움직이는 것도 귀찮고 예민해지고 일 말고는 집 밖에 나가기 싫어지던 어느날 더는 그렇게 못살겠다 싶어 뒤늦게 피티를 하겠다고 나섰죠.
사실은 날로 불러가는 남편의 배를 보고 안되겠다 싶어 남편을 등록시켰는데 무엇보다 자세가 좋아지고 팔, 다리, 어깨, 등에 근육이 생기면서 옷태가 나기 시작하니 스스로 가서 운동을 하더라고요. (나중에 남편 몸매는 또 나오지만 식이는 신경 안쓰고 평소대로 먹었어요)
본인이 득을 보니 미안해서인지 저보고도 해보라고… 그래서 저도 시작했죠.
첫날 인바디 재보고 경도비만이라 찍힌 것을 보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 영혼이 들락거리고 온몸과 얼굴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땀이 흐르며 심장이 터지는 것 아닌가, 내 허벅지가 끊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고통 속에 방탄 노래 제목처럼 피 땀 눈물을 흘리며 보낸 3개월.
어제 건강검진을 하게 되어 기본검사 외에 내시경과 각종 초음파 등을 마치고 일단 즉시 나온 결과만 프린트된 간이 결과지를 받았는데 얏호! 제 입이 귀에 걸리는 일이 일어났네요.
체중은 52.6에서 48.5키로, 체지방률 26.5에서 20, 허리둘레 72센티에서 60 (23.6인치ㅎㅎ), 공복혈당 82, 맥박수 62, 그 외 모든 수치가 지극히 건강한 쪽으로 자리잡았네요.
사실 피티하면서도 워낙 근육이 잘 생기는 체질이라 첫 한달은 몸무게도 꼼짝않고 다리도 단단해지는 것 플러스 더 굵어지는 것 같더니 2달이 지나면서부터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식단도 하루 다섯끼라 평소보다 몇배는 더 먹는 것에 의구심도 들었지만 피티 트레이너가 저와 나이가 같은 여자선생님 (이라고 쓰고 국가대표라고 읽어주세요^^) 맘편히 저의 상황을 잘 이해해주고 멘탈 관리까지 도와줘서 완전히 믿고 맡겼죠.
처음에 살빼는 것, 근육붙이는 것 둘 중에 어느 것을 고르겠냐고 물었을 때 근육을 골랐어요.
실은 트레이너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추천받은거예요.
살은 트레이너 도움 하에 언제든 뺄 수 있지만 나이가 있어서 근육붙이기가 쉽지 않고 운동습관, 식습관, 그외 생활습관을 바로 잡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좋을 것 같아서요.
예전에는 강냉이나 집어먹고 토마토로 배채우면서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착각했던 제가 지금 돌아보면 귀여워요 ㅎㅎ
지금은 아침에 계란 5알, 그 후 닭가슴살 한덩어리씩 메인으로 해서 세끼 더 먹고 자기 전에 한번 더 먹고 총 다섯번을 먹어요. 배고플 틈이 없어요.
그런데 근육은 생기고 살은 빠지고 옷은 헐렁해지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더군요.
피티 시작 후2달 지나 50키로가 되었을 때 82쿡에서 155에 50키로면 뚱뚱하다는 소리를 듣는 몸매인데 제가 가장 날씬했을 때 45키로일 때 입었던 옷들이 다 헐렁하더군요.
하긴 제 다음 시간대에 피티받는 분은 8개월 하셨는데 키 153에 50키로인데 바지 25를 입으세요.
그래서 요즘 매일 아침마다, 하루 중 틈나는대로 복근이 뙇 박힌 납작한 배, 볼록한 엉덩이를 보는 재미로 큰 거울에 붙어 살아요 ㅎㅎ
그래서 저보다 6개월 먼저 시작한 남편이 저를 보며 긴장하고 마음을 다지고 있어요. 제 식단대로 먹기 시작한 최근 열흘만에 3.5키로 빠졌고요.
몸매가 달라진 것도 기쁘지만 건강지표들이 좋아져서 기분좋고, 무엇보다 불면증이 사라지고 이전에 큰 교통사고 3번 당한 후 십년 넘게 온갖 관절, 등 허리가 쑤셔서 고생하던 것이 싹 없어져서 찌푸린 얼굴이 활짝 펴졌어요.
운동의 효과는 단순한 살빼기 외에 참 많은 것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어요.
2.
어제 기분좋게 검진을 마치고 친정부모님을 찾아뵈었어요.
서울과 경기는 가까운듯 하면서도 먼 거리더군요.
딸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두분이고 제가 오랜 해외생활로 저에 대한 그리움이 항상 채워지지 않는 두분이시기에 나름 찾아뵙고 시간을 보내는데 해도해도 두분은 아쉬우신가 봅니다.
남편과 제가 운동을 시작한 후로 외식도 잘 안하고 집에서 클린식만 하다보니 어제도 나가먹자는 부모님께 제가 콩국수를 해드렸어요.
검은콩 삶고 검은깨 넉넉히 넣어서 탱탱매끌한 메밀국수에 말아드렸더니 사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고 하시면서 어찌나 흡족하게 드시던지…
게다가 고혈압 약을 복용중인 남편이 열흘 전부터 약을 먹지 않아도 혈압이 많이 떨어져서 정상이거나 살짝 낮게 나오니 약을 소지는 하되 먹지는 않고 혈압계를 갖고 다니면서 한번씩 재는데 친정아버지께서 쓰시던 혈압계가 고장났다는 얘기에 쓰시라고 드렸더니 별거 아닌거에 또 너무나 고마워하시고…
그런 남편이 예뻐서 고맙다고 쓰담쓰담 해주고 ^^
여느 연세드신 부모님들처럼 노환도 있으시고 암도 걸리셨다 지금은 다 나으셔서 남은 인생은 덤이라고 감사와 사랑한다는 표현을 입에 달고 사시는 두 분.
같이 밥먹고 같이 모여앉아 흔한 드라마 보고 수다떨고… 그것만으로 제 마음이 꽉 차오르는 건 왜일까요.
3.
오늘 아침
저는 일이 있어 집에 남고 남편은 약속이 있어 서울에 갔다오기로 했어요.
어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며 딸이 있어 너무 좋다고 하신 것을 생각하며 흐뭇해 하다보니 딸하나 없이 아들만 두신 시부모님이 생각났어요.
어제 저녁 제가 해드린 콩국수를 맛있게 드시던 친정부모님 모습도 떠오르고.
저도 아들만 둘이라 더 이해가 가죠 ㅎㅎ
그래서 바로 삶아두었던 서리태와 아침부터 한가득 볶아놓은 검은깨를 왕창 넣고 콩국을 만들었어요.
메밀국수 한봉지랑 제가 먹는 훈제 닭가슴살과 쌈싸드시라고 상추와 깻잎 씻고 트레이너가 알려준대로 만든 피클 (비트를 넣어 꽃분홍색이 넘 고와요)이랑 담아서 남편 손에 들려보냈어요.
건강에 관심이 많으시지만 여든이 넘어서 뭐든 귀찮으실 연세시라 한끼라도 편하게 드시라고.
기분이 좋아지니 사람이 마구 여유로워지네요 ㅋㅋ
멀리서 직장다니는 제 아들들이 생각나 사랑한다 문자도 보냈네요. 여름이면 1/3은 콩국수로 날만큼 좋아하던 아이들인데…
어제 그제 검진한다고 금식에 운동을 못했더니 힘이 남아도는지 아침 나절에 참 많은 일을 했네요.
오늘 전국적으로 기온이 치솟는다는데 82여러분들 모두 건강하고 기분좋은 주말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