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친정엄마께서 결혼하고 나서 정말.. 힘들게 사셨거든요.
사연이 좀 기구한지라 알아보시는 분 계실까봐 다 적진 못하겠고..
지금 저렇게 아버지랑도 잘 지내고.. 항상 웃으며 사시는 게 너무 고맙고 눈물이 날 만큼
힘들게 30~40대를 보내셨습니다.
맏딸인 울 엄마만 빼고 외가쪽이 다 잘 된 케이슨데.
명절에 만나면 우리 부모님은(특히 아빠) 대화에 끼지도 못하시고 뒷마당에서 서성거리셨습니다.
평생을 그렇게 사시던 부모님께서 3년여전부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해서
지금은 평균에서 조금 나은 정도로 돈도 버시고 잘 살고 계세요.
전 다른것보다 엄마가 그동안 고생한 만큼의 보상을 지금 받는 것 같아 너무 기쁘구요.
제가 맏딸인지라..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엄마의 궁상맞은 모습들이 너무 싫었고
잔소리도 많이 했어요. 엄마도 그러고 싶어 그리 사는 건 아닐텐데.. 그래도 딸 입장에서 속상하더라구요.
바닥에 떨어진 밥이나 내 옷에 흘린 음식을 주워먹는다던가...
산 지 5년이 넘은 화장품을 버리지 않고 계속 쓴다던가....
다 떨어진 속옷에... 상해가는 음식 나는 못 먹게 하고 뒤에서 몰래 먹고...
그런데.. 결혼 4년차... 4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 내 자신을 보니...
내가 싫어하는 엄마 행동을 그대로 하고 있더라구요.
아이 옷에 떨어진 밥을 후다닥 주워 거부감 없이 내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신랑이 놀라서 그걸 왜 먹어~
저도 놀라서;; 나도 모르게 주워먹었네~
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나도 아줌마 다 됐나봐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다가...
번뜩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오더군요.
내 속옷 중에 떨어진 게 몇개였더라....
비위가 심하게 약해서 상해가는 음식은 절대 못 먹지만....
그 화장품은 왜 아직 안 버렸지...
신랑, 아들한테 쓰는 10만원은 안 아까우면서
나한테 쓰는 만원짜리 티 쪼가리는 왜 이리 아까울까...
지금 둘째 임신중인데 ( 딸이라고 하더라구요 )
딸은 엄마 인생 닮는다고....
내 딸도 내가 하는 그대로 나중에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우리 엄마야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난 내 딸을 위해 좀 더 내 자신을 챙기고 위해야 겠구나..
이런건 내 대에서 끊어야지 대물림하면 절대 안 되겠구나...
절약은 가르치되.. 궁상은 물려주지 않으려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