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랑받지 못해서 우는 아이들
6월부터는 수시에 필요한 자기소개서를, 10월부터는 면접 준비를 시키느라 거의 매일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옵니다.
고3 아이들. 모두 이제 거의 어른이 된것 같지요. 요즘 아이들 말도 잘하고 당찬것 같지요. 하지만 3월부터 시작되는 부모님 동반 상담부터 하루에 한명씩 남편 앞에서 우는 아이들이 생깁니다.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대로,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다고 학창시절 내내 주눅들어 살던 아이들도... 모두 저마다의 상처 한덩이씩을 풀어내고 웁니다. 의사들도 정신과 담당이 가장 스트레스가 크다는데, 이제 10월이 가고 수능이 다가오면 아이들에게 임시 아버지가 되어가는 남편은 그 아이들의 상처가 못내 힘들어 가끔 저에게도 털어놓곤 합니다. 누구인지는 물론 저야 모르지요.
오늘도 가고싶은 대학 면접 준비를 하던 남학생이 기어코 울먹이며 저는 못난것 투성이에요. 하더랍니다. 컴퓨터 공학과를 가고싶은데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컴퓨터만 하면 혼내셨다고. 게임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어머니는 무조건 컴퓨터에 접근도 못하게 하셨다고. 집안 형편이 나쁜아이도 아니고 모두들 부러워하는 직업의 아버지를 가진 아이가 울더라고요.
요즘 남편은 반 아이들에게 자신의 장점을 다섯개씩 찾아내고 그걸 외우게 합니다. 자신의 장점을 못 찾겠으면 옆 친구에게 한가지씩 찾아내게 합니다. 그것이 언젠가는 모두에게 힘이 되어줄 거라고.
감상적인 글 같겠지만 어머니들이 바라보는 아이들과 너무나 다른, 어리숙하고 버릇없고 힘들게만 하는 아들 딸들도 누군가에겐 울먹이며 털어놓는 비밀들과 상처들이 너무나 많은데....
오로지 점수와 성적만이 전부가 되어버린 현실은 비단 교육 현장만이 아닌, 가정과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학교는 오로지 시험과 경쟁만을 가르치고 있지 않다는것.
학원과 학교는 애초에 교육의 목적이 다른 곳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네요. 학교의 존재 가치가 오로지 입시에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학교를 버려도 됩니다.
남편은 고3 담임을 하는동안 자소서와 면접이 필요한 아이들 모두를 상담합니다. 그리고 그와중에 가장 많이 접하는 사실은...
부모와 소통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게 삽니다. 학원과 과외에 던져진 아이들. 그것으로 할 일을 다한 부모들. 가족과 식사하는 일도 드문 아이들.
비난으로 읽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을 살아가고 있을 뿐. 다만... 가정에서도 이루어지지 않는 배려와 사랑을 학교에서 찾는것은 무리입니다. 부모와 가정에서 제대로 보살핌받는 아이들은 입시에서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행복해집니다.
그러나 그 반대는 힘듭니다. 그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1. ...
'18.10.13 11:12 PM (223.62.xxx.126)아 너무 좋으신 선생님이시네요...!
글 구구절절 공감합니다2. ...
'18.10.13 11:13 PM (116.37.xxx.147) - 삭제된댓글글 잘읽었어요
3. 아이를
'18.10.13 11:16 PM (125.177.xxx.106)키우는 많은 엄마들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4. ..
'18.10.13 11:17 PM (110.10.xxx.158)정말 조은 글입니다...
5. 모모
'18.10.13 11:24 PM (211.58.xxx.146)뭔가 울컥하는 글입니다
내아이 이제 8살이지만
가슴속에 명심하고 노력할께요6. ....
'18.10.13 11:27 PM (220.116.xxx.172)저장해 두고 싶은 글이네요
절절히 동감해요7. ㅇㅇ
'18.10.13 11:29 PM (211.36.xxx.218)진지하게 쓰신 원글님의 글을 읽고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저도 애정결핍으로 고생해왔고, 앞으로도 고생하는
삶을 살아야하는 사람이라 많이 공감이 되더라구요.
배려와 보살핌, 관심어린 대화..이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무척 중요한 것들인데....부모가 역할을 못하면 가정과 사회까지 어지렵혀질수 있죠.
부모는 돈만 벌어주는 것으로 할일을 다한셈이 된다면
아이들은 갈곳이 없게 되는거 같아요. 부모도 힘들겠지만..
생각해볼만한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8. 맞아요
'18.10.13 11:29 PM (223.62.xxx.250)그렇게 점수로만 살아가야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죠.. 그런데 오늘 또 금감원에 입사시험 일등이었던 사람이 금감원 비리로 떨어지고 소송을 걸어 8천만원만 위자료로 받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시험을 우습게 만든 숙명여고 교사나 학교 그리고 이런 비리가 끊이지 않는 사회가 원망스러워지기도 하던걸요. 그리고 얼마전에 오히려 학원섬생님들과 소통한다는 글도 많이 올라오지 않았습니까 원글님 남편분같은 교사가 많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선 그렇지는 않은것 같아 더 안타깝네요 부디 원글님 남편분도 건강 잘지키시고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9. 숲
'18.10.13 11:33 PM (124.5.xxx.58)훌륭하고 따뜻하신 선생님이시네요
그런데 고3 담임들이 모두 원글님 남편같지는 않으시죠
원글님은 남편이 훌륭하시니까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게 보실거라 생각합니다
지난일이지만 수능을 앞두고
담임샘하고 상담하던 제 아이는 상처를 너무받아서 딸아이도 저도 힘들었던 생각이 스치네요.
글이 너무 좋은데 댓글이 별로 없네요10. 보리
'18.10.13 11:38 PM (180.224.xxx.186) - 삭제된댓글정말 이토록 좋은선생님을 학창시절에 만나는건 복이네요
스승의날이 되어도 전화드릴 선생님이 없어요ㅜ.ㅜ
제가 물론 좋은 학생이 아니었겠지만..
좋은글 고맙습니다11. ㅇㅇ
'18.10.13 11:40 PM (211.36.xxx.218)그리고 남편분이 다수에겐 좋은 선생님이시나..
아이들의 상처를 다 받아주는 정신과 의사역할에 고3담임.역할까지 해야한다니..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겠네요.
오래, 길게 가시려면 마음의 부담은 줄이고
최대한 덜 스트레스받으셔야해요. 삐끗하면 탈 납니다.12. 학원
'18.10.13 11:49 PM (210.183.xxx.241)저는 학원 강사인데도 아이들에게서 그런 이야기들을 들어요.
다른 학생들이 있을 때는 조용하게 공부만 하던 아이들도
어쩌다 개인 수업을 하게 되면 그때 공부보다는 상담을 원합니다.
혼자 수업하게 되는 경우는 주로 내신기간일 때가 많은데
시간없으니 공부 먼저 하자고 해도
아이들이 지금 아니면 저 언제 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나요, 하면서 말해요.
여학생들보다는 남학생들이 주로 그렇습니다.
여학생들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서 차라리 나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남학생들은 어디에 털어놓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울어요.
그 내용은 주로 부모님의 기대와 강압입니다.
성적 잘 받으려고 돈 내고 학원 와서 공부가 힘들고 부모님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게 역설적이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부모님이 제발 알아주셨으면 하는 내용들도 많아요.
아이들은 부모님을 원망하면서도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어하거든요.13. 아구아구..
'18.10.13 11:53 PM (115.136.xxx.230)정말 좋은 남편분ㆍ교사분이시네요.
그 반의 아이들 담임샘의 말 한마디에도힘과 위로 받을거라 믿네요.잘 도닥여주세요.
가정에서도 저희들 부모역할 잘 하게. 노력할게요.
사랑먹고 자란 아이들이
힘겨운 세상에서 때론 좌절하고 실망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지요.
글 감사해요.14. 흠
'18.10.13 11:57 PM (220.116.xxx.216)낳을땐 사랑 듬뿍주면서 키우겠다했는데
중고등생되니 그 마음 까맣게 잊고서
성적만 읊어대다보니 사춘기때 서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어요
지금은 서로 궁딩이 두들기면서 장난치지만
엄마인 제가 소중한 그 몇년간의 시간을 망쳤다는 후회아쉬움에
평생 미안함으로 살아갈거같습니다.
정말 '사랑한다 '이말한마디면 아이에게 충분한건데
이 쉽고 쉬운걸 못하고 지나쳤어요.
정말 후회스럽고 미안해요15. 남편은
'18.10.14 12:15 AM (61.101.xxx.49)30년 교사생활 하면서 절반 이상을 고3아이들과 보낸거 같네요. 이제 조금 지친것 같기도 한데, 며칠전 함께 산책하다가 길에서 2년전에 대학에 보낸 제자를 만났어요. 남편이 그 아이를 뭐랄까 자랑하듯이 저에게 소개 하더라고요. 내가 사람만든 녀석이야. 그랬더니 그 아이가 네 맞습니다. 하면서 활짝 웃더라고요. 나중에 들으니 참으로 이쁜 아이였어요. 그런걸 보며 힘을 얻는것 같습니다. 아직 안지쳤다며. 그리고 아이들을 부디 성적으로는 포기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의외로 무언가에 짓눌려 있던 아이들이 그 상황만 벗어나면 일취월장 하는 일이 많습니다. 고3일 때에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인생은 아주 길어요.
16. ...
'18.10.14 12:19 AM (122.36.xxx.56)많은 분들 보실 수 있게 댓글 달아요.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다짐하게도 되고
우리 사회에 참스승님들이 여전히 존재하는거에 희망을 느낍니다.
항상 도시괴담같은 이야기만 들어서요...17. ::
'18.10.14 1:02 AM (222.120.xxx.9)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글이네요.
아직 초등 아이지만 저역시 그냥 학원에 맡기기만 한거였나 반성하게 됩니다.
좀더 깊이 아이를 들여다 보려 노력해야겠습니다.
원글님 글 참 고맙습니다 ~18. 감사^^
'18.10.14 1:13 AM (61.74.xxx.177)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런 분들이 학교에 계시다니... 원글님, 남편분이 정말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중딩맘이고요, 앞으로도 아이 키우는데 있어 이 글의 내용을 마음에 깊이 간직할께요.19. 감사
'18.10.14 1:15 AM (183.109.xxx.87)남편분은 물론 글쓴분도 정말 따뜻하고 훌륭한 인품을 가진시분이시라는게 느껴집니다
아이에게 내일 꼭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해주고 매일 그렇게 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마음을 움직여주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20. 고마워요~
'18.10.14 1:16 AM (24.96.xxx.230)장점 다섯개 찾아서 외우기!!
정말 좋은 방법이네요.21. 좋은 선생님
'18.10.14 1:32 AM (39.7.xxx.79)전 대학생인 아이에게 계속 계속 사랑한다
많이 해주려 노력합니다
자식이라 사랑하는 마음도 있지만
계속 하다보니 더 샘솟는듯한 느낌
애들도 사랑한다 말해주면
생기가 퐁퐁 솟는 느낌이 들어요
오래가진 않지만
어디서 뭘하든
부모가 너의 가장큰 응원군이다 라는
느낌을 받게해주고 싶어요22. 원글님
'18.10.14 4:40 AM (125.143.xxx.15)남편분 같은 선생님만 있음 정말 좋겠네요. 저희 오빠는 학창 시절 내내 그래도 우등생이었는데 고3말에 그때는 집중적으로 모의고사 봐서 그 성적으로 대학원서쓰는 식이었는데(학력고사) 오빠가 그때 장염이 걸려서 시험을 엄청 못봤어요. 그래도 우리집에선 오빠가 그동안 하던게 있으니 아빠가 모눈종이에 오빠 고삼때 성적 그려서 분석해가며 대학 캠퍼스 데리고 다니면서 분위기 느껴가며 지원한 학교랑 과를 들고 상담했더니 담임이 오빠한테 니가 거기 붙으면 내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까지 들었데요 ㅎㅎㅎ 그땐 지원한 대학가서 시험보고 합격하는 식이라 우리 가족 모두 걱정했는데 다행히 철썩 붙었죠 ㅋ 아직도 우리 가족들 그때 얘기하며 그 썩을 선생 이런답니다;;; 지금에서야 웃으며 말하지만 오빤 정말 상처였던거 같아요.
23. 고마워요
'18.10.14 6:21 AM (39.7.xxx.120)장점 찾아서 외우기~
원글님 과 남편님 고맙습니다~~24. ᆢ
'18.10.14 7:07 AM (211.210.xxx.80)진짜 훌륭하신 두분이세요 감동입니다
저도 작년까진 아이와 많이 티격태격하며 지냈는데 올해 대학보내고보니 우리아이가 많이 힘들었을거란 생각이 들어 짠하고 잘해주고 싶더군요
진짜 사랑으로 키워야겠단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25. ...
'18.10.14 7:41 AM (218.147.xxx.79)정말 고마운 선생님이세요.
저도 고등 아이가 있는데 더 많이 사랑하고 소통해야겠어요.26. ..
'18.10.14 7:52 AM (116.34.xxx.239)좋으신 분들♡
27. ...
'18.10.14 8:01 AM (211.221.xxx.47)전 대학교에 있었는데도 그랬어요.
남자 아이들 의외로 많이 와서 이야기 하고 울고...
그 상처가 깊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원글님 남편분과 같은 생각이예요.
남편분 오래오래 교단에 계시면 좋겠어요.28. 상큼쟁이
'18.10.14 8:41 AM (49.246.xxx.228)좋은글 감사합니다
29. ...
'18.10.14 8:50 AM (175.114.xxx.100)고3 담임선생님을 15년하셨다니 실력도 있으신거 같은데 정말 좋으신 선생님이신거 같아요.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얘기하고 울정도라면...좋은글 감사합니다.30. ...
'18.10.14 8:52 AM (39.7.xxx.109)좋은 말씀 감사해요. 주변에 부모의 엄청난 사교육 끝에 마음을 닫아버린 사춘기 남자 아이들이 몇 있어서 더욱 공감하며 읽었어요.
사춘기 애들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애들이에요. 교수 연구실에 상담하러 오면 얘기하다 우는 애들 많고 sky로 갈수록 더 그래요. 그나마 그게 눈물로 표현되는 경우는 다행이고 속으로 곪고 비뚤어지면 두고두고 문제가 되지요.
원글님 남편분 같은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31. .....
'18.10.14 10:07 AM (61.101.xxx.49)아침식사 하고 와보니 댓글이 많아졌네요.
칭찬듣고자 쓴 글은 아닌데 ... 아이들의 고통에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쩌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잘 아시는 분들이 더 공감해 주시는것 같습니다. 약육강식의 사회속에서 당연한 경쟁체제에 익숙해지는거라고, 아이들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평소에 그렇게 생각하시던 분들에게도 조금은 울림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좋은 대화를 시도해 보는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가족에게 신뢰받는것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고해요. 그것이 경쟁력의 바탕이 됩니다.
사춘기가 된 후에 아빠의 손을 처음 잡아보았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대요. 대부분 부모에게 마음을 열면 성적도 좋아집니다.
한가지... 남편이 자기소개서 방면에 꽤 알려진 사람이라 강연의뢰도 받곤 하는데요. 좋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은 부모님 앞에서 읽어보기라고 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조언자는 부모이고 자기소개를 부모앞에서 할수 있으면 면접때도 더 당당해 집니다. 부모님들도 아이의 자기소개서를 들으며 몰랐던 내아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학원에 맡기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32. 고맙습니다
'18.10.14 11:38 AM (97.116.xxx.6)"가족에게 신뢰받는것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원글님 말씀, 맞습니다.
어린 자녀도, 고3 자녀도, 심지어 성인 자녀도, 그리고 부모 조차도, 가족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게 살아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지요. 오늘도 내일도 가족에게 친구에게 사랑의 말, 신뢰의 말 건네주는 하루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