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9시 좀 넘어서 엄마한테 전화가 오더라구요. 보통 제가 일하는 시간이니 전화를 안하시는 시간대인데
이상하게 전화를 하셔서 잠시 나가 받았어요.
받으니 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고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다있니 그러시는 거에요.
저도 너무 놀라서 왜요 왜요 했어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는 말이 뭔지 실감했네요 ㅠㅠ)
그랬더니 지금 집으로 보이스피싱 전화가 온 것 같다고 하시면서 너는 괜찮지? 그러시는 거에요.
엄마 저는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물어보니
집으로 전화가 와서 안 받을까 하다가 (사실 요즘 다 핸드폰 사용하니 집전화로 전화 올 일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도 어른들이라 차마 집전화를 없애지는 못하고 있어요.) 받으셨는데 어떤 여자가
"거기 ***씨 집 맞죠?" 하더래요. (***은 제 오빠에요. 저희 둘 다 컸지만 (30대)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요.)
맞다고 하니 "지금 ***씨가 많이 다쳐서요." 그러더래요.
엄마가 너무 놀라셔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아침에 출근 잘 했는데 무슨 말이냐고 어디시냐고 물어보셨대요.
원래 오빠가 사무직인데 요즘 외부 현장 지원나가거든요. 그래서 밖에서 일하다가 다쳤나 하고 생각하셨대요.
그랬더니 "아드님 바꿔드릴게요" 하더니 어떤 남자가 막 울면서 "엄마 나에요. 내가 지금 많이 다쳤는데.."
그래서 엄마가 어디가 왜 어쩌다가 막 물어보셨대요.
근데 "내가 친구 보증을 잘못서서 (일단 1차 의심. 저희 오빠 보증서고 이럴 사람 아니거든요. 가족이라 이건 잘 알아요.)
여기 어떤 아저씨들이 나를 끌고 와서 내일까지 1억을 안 보내면 나를 죽인대요." 이러더래요.
처음엔 엄마가 너무 놀라서 무슨 보증이냐고 거기가 어디냐고 막 물어보니까 이 사람이
"그게 사채 빚인데 1억을 갚아야 살려준대요" 이러더래요. (2차 의심. 말을 자꾸 하니까 일단 오빠 목소리가 아니고, 오빠 성격상 저렇게 구체적으로 주저리주저리 얘기할 리가 없거든요. 제가 쓴 것보다 훨씬 상황설명을 자세히 하면서 1억을 갚아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주절주절 얘기하더래요.)
엄마가 일단 약간 의심이 드시니까 핸드폰으로 오빠한테 전화를 걸기 시작하셨대요. 하필 현장에 나가있어서 빨리 받지는 못했나봐요. 그 신호음 가는 동안이 한 몇 시간처럼 느껴지셨다네요. 그러면서 계속 말을 시키면서 우리가 당장 1억이 어디있냐 이러시니까 "또 그럼 얼마까지 되는데요. 빨리 되는만큼만 해주세요" 이러더래요. (완전 의심)
자꾸 말을 시켜보니 오빠가 아닌게 확신이 들었고 그 때 오빠가 전화를 받았대요. 왜그러시냐고.
그래서 핸드폰으로는 오빠 목소리 확인하고 집전화로는 이 나쁜 자식들한테 계속 말시키면서...
오빠 안전이 확인된 후 너 내 자식 아니지? 어디서 이런 나쁜 것들이 내가 지금 내 아들이랑 핸드폰을 통화중이다 그러니까 딱 전화를 끊더래요. ;;;;;;
사실 엄마가 너무너무 놀라셨던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저도 놀라서 손이 벌벌 떨리더라구요.
요즘도 이런 전화가 오네요. 지금 30대인 자식인데도 말이에요.
퇴근하면서 청심환이라도 사가지고 가야겠어요.
엄마랑 전화를 끊고 오빠한테 카톡을 하니 오빠가 얘기 들었다고 괜찮다고 그러더라구요.
암튼 오늘 아침부터 가슴이 철렁 덜컥 했어요. 지금 다시 전화해보니 전화 끊고 한 동안 너무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한숨 주무시고 났더니 괜찮으시다고...
모두 이런 수법 있으니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