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작년 이맘때

구사일생 조회수 : 426
작성일 : 2018-07-14 13:08:38
제가 건강한거 자부하면서 사는 사람인데
작년 이맘때 사고로 죽을 뻔하다가 겨우 살아났어요.
건강해서 오래 살거 같은 나도 이런 일로 갑자기 죽을 수 있구나 해서 놀랬었고
우리 가족 모두 커다란 충격에 빠져서 한동안 힘들어했어요.

지난 1년간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나 되돌이켜보니
내가 그때 사고로 죽었다면 지난 1년 간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나 없이 이겨내기 힘들었겠다 싶고
또 넘넘 기쁜 일들도 있었기에 그런 일을 나와 함께 나누지 못한다면 슬펐겠다 생각했어요.

좋은 것이라는게 언제든 갑자기 이별할 수 있다는 거 생각하면 사람이 겸손하게 살아야 하는데
사람은 참 너무 어리석은 존재라서 내가 누리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잊기 십상이죠.
오늘 아침에도 남편에게 잔소리 하고 출근했네요.

저는 토요일에도 출근하고 남편은 토, 일 모두 쉬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시간이 넉넉치 않길래 빨리 아침먹고 가야 하는데
남편이 일어난 기척이 없었어요. 그냥 나 혼자 아침차려먹고 가야겠다 생각했거든요.
안방에 들어가보니 남편이 일어났길래 아침 먹자 했어요.
남편이 아무 답이 없어서 그냥 나 혼자 먹을까 했더니 같이 먹자고 해요. 
제가 다시 부억에 가서 아침 차리고도 남편이 나오지 않아서 몇번이나 불렀거든요. 
겨우겨우 뒤늦게 나와서 식탁에 앉으니 이미 제가 조금 늦었다 싶더라고요.

언제나 설거지는 남편이 하는거라서 저는 서둘러 출근준비하는데
침대 옆 탁자에 남편이 귀지를 또 파놓은게 있더라고요.
우리 남편이 정말 매일매일 귀지를 파요.
멀쩡한 귀를 맨날 후비고요. 
남들하고 얘기 하다가도 귀를 후벼요. 정말 못살아.. 
남편이 설거지 마치고 안방에 들어와서 내가 그랬어요.
도대체 왜 귀지는 맨날 파느냐고, 파더라도 휴지에 싸서 그때그때 버려야지 탁자에 이게 뭐냐고..

남편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휴대용 진공청소기 가져와서 웅~~ 다 빨아들이더라고요.
난 간다.. 이러고 그냥 나왔어요.
사실 우리는 누구고 먼저 집 나가는 사람이 뺨에 뽀뽀 해주고 나가는데
제가 오늘은 남편이 너무 미워서 해주고 싶지도 않더라고요.

출근하면서 생각해보니
이것도 작년에 내가 죽었다면 남편 귀지뿐 아니라 코딱지도 반가울텐데 싶었어요.
사람은 늘 자기가 누리는거 당연하게 생각하는 어리석은 존재라는...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생존 1년 주기에 다시 새겨봅니다.

그래도 여보.. 귀는 좀 그만 파자..

IP : 220.83.xxx.18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7.14 4:42 PM (211.41.xxx.16)

    생활이 묻어난 글 잘 읽었습니다^^
    귀지는 좀 더럽ㅎㅎ
    건강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32995 전업이였다가 직장구하려면~~ 2 47세 여자.. 2018/07/15 1,748
832994 오늘 베스트간 사회적으로 성공한여자들 특징 글 3 지우셨나 2018/07/15 3,431
832993 K3, q3, 니로 혹은 k3과 비슷한 크기의 승용차에 관해 막.. 5 뮤뮤 2018/07/15 1,405
832992 힘들다면서 편의점은 왜 계속 생기나요? 8 dnfleh.. 2018/07/15 4,787
832991 수학 최상위, 쎈과 같은 최상위권 문제 풀리시나요? 9 수학고민 2018/07/15 3,397
832990 미스터선샤인 등장인물 질문이요~ 6 아줌마 2018/07/15 3,326
832989 34평 거실에 6평 에어컨 설치해도 될까요? 5 행복한라이프.. 2018/07/15 3,609
832988 발바닥 굳은 살 없애 보신 분 계신가요? 9 건강 2018/07/15 2,334
832987 히든싱어 린....의상 좀 이쉽네요^^; 2 에고 2018/07/15 3,782
832986 에어컨 궁금증요 4 . . . 2018/07/15 1,076
832985 이병헌은 이병헌이네요. 연기 ㄷㄷㄷ 42 우와 2018/07/15 14,339
832984 흰 양말 빨아도 신던 양말 같아 화나네요. 13 흰 양말 2018/07/15 3,781
832983 다스뵈이다보니 예멘식당일 어쩌고하는짤 다 뻥이네요.. 9 ㅇㅇ 2018/07/15 1,546
832982 카톡 안하니 마음이 편해요 7 mkstyl.. 2018/07/15 3,026
832981 보면서....여명의 눈동자해도 잘하겠다 했어요 17 김태리 2018/07/15 4,497
832980 김태리는 변요한을 10년간 기다린거예요? 6 .. 2018/07/15 6,293
832979 급질문) 원피스 지퍼가 안내려와요 2 ㅠㅠㅠ 2018/07/15 1,244
832978 설겆이 빨리하는 법 있나요 9 주방이야기 2018/07/15 4,727
832977 유아때 감기 달고 살았던 자녀분 계신가요? 7 ... 2018/07/15 1,034
832976 이병헌과 미스터션샤인 5 tree1 2018/07/15 2,911
832975 몸에도 자외선 차단제 바르시나요?? 10 ... 2018/07/15 1,789
832974 거실에 단 벽걸이 에어컨 4 00 2018/07/15 2,494
832973 우울증 남편하고 사시는분 요? 5 ... 2018/07/15 3,117
832972 썬그라스 렌즈가 형광등 아래서 무지개빛으로 보여요 4 바다 2018/07/15 2,773
832971 일요일 저녁 은마사거리 주차단속요~~ 8 대치 2018/07/15 1,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