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연애 '몰락'

oo 조회수 : 1,646
작성일 : 2018-04-20 07:22:44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된장녀에 대한 남자들의 반감의 핵심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물질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성관계를 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지점에 있다. 된장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외제 차를 탄 남자가 나타나서 여자를 데리고 가는 것으로 끝난다.

남자들은 그 외제차를 탄 남자가 아니라 나에게 비싼 밥을 얻어먹고 아무것도 ‘주지 않고’ 사라진 여자들에게 분노를 쏟아낸다. 남자들은 마치 자판기가 돈을 먹은 것같이 행동하면서, 이 서사에서 ‘순진한 피해자’의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은 진심으로 억울해한다.

억울함이야말로 오늘날의 여성혐오가 가지고 있는 특징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억울함이라는 감정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생겨난다. 하지만 여성혐오자들이 대체 무엇이 억울한지를 알기는 어렵다. 무엇이 부당하단 말인가? 비싼 밥을 사주면 반드시 섹스를 해야 한다거나, 고백을 하면 반드시 받아줘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애초에 돈을 쓰면 대가로 섹스를 얻는다는 공식은 일방적으로 남자들의 뇌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것이 무슨 공리라도 되는 양 신봉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세계 안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는 것을 억울해하며, 심지어 그 탓을 여자들에게 돌린다. 따지고 보면 이런 식으로 발현되는 여성 혐오의 목적은 일종의 가격협상 같은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니 ‘된장녀’니 ‘보슬아치’니 ‘김치녀’ 같은 명칭을 붙여가며 너의 가치를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중략


게다가 이제 세상은 변했다. 만약 이 황당한 억울함을 거두고 공존을 위한 혼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남자들은 멸종할 것이다. 그 이유는 지극히 논리적이다. 먼저 과거의 결혼이 여성에게 어느 정도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었다면, 가족임금체계가 붕괴한 오늘날 남성 혼자 버는 돈으로 가정경제를 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하지 않는 오히려 기혼여성은 이기적이라며 욕을 먹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은 가사노동 대부분을 떠맡고 있다. 결국 여성은 결혼을 통해 오히려 비약적인 노동의 증가만을 얻게 된다. 게다가 한국의 결혼제도는 여전히 여성에게 지극히 불리해서, 이른바 ‘시월드’의 부담까지 한층 더해진다.

여기에다 출산과 육아에 매우 불합리한 국가제도와 기업의 인식 등은 그나마 결혼의 이유가 될 수 있는 아이에 대한 생각마저 싹 달아나게 한다. 이런데도 남자들은 빨리 결혼해서 부인이 해 주는 따뜻한 밥을 먹고 싶다거나, 결혼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는 말을 스스로 대견한 말이라도 하듯이 내뱉는다.

여성 입장에서는 비록 엄청난 임금차별이 있다고는 하지만, 혼자 일해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 결혼한 것과 비교하면 드는 비용과 에너지가 훨씬 적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할 불타오르는 사랑과 닥쳐올 시련에 대한 무지가 아니라면 여성이 결혼을 택할 이유는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http://slownews.kr/48631


결혼 '몰락'과 함께 불타오는 사랑 신화도 몰락하는 거죠.




IP : 211.176.xxx.4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o
    '18.4.20 7:38 AM (211.176.xxx.46)

    신분제 사회에서 주인이 노예를 먹이고 입혀서 부려먹었듯이, 남성중심사회에서 남자가 여자를 먹이고 입혀서 일을 시킨 것? 거기다가 여자는 남자의 악세사리이기도 해서 외모 관리해준게 좀 다르다?

    여자가 자신이 노예라는 생각을 하면 이런 시스템이 잘 안돌아갈테니 사회가 '불타는 사랑 신화' 퍼뜨려서 기름칠 한 것? 여자가 오히려 이 시스템을 열렬히 찬양토록?

    남자가 먼저 죽어 남자 재산 여자가 갖게 되면 여자를 마녀로 몰아 그 재산 남자들이 챙긴 역사가 많은 것을 시사하죠.

    이러했는데 여자가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자유인이 되니 산통 다깨진 거.

  • 2. ...
    '18.4.20 8:05 AM (111.118.xxx.4)

    문단 처음에 딴지걸고싶은 문장
    밥 안사준 여자도 욕하던데요 ㅋㅋ

  • 3. 공감가는 글이네요
    '18.4.20 8:17 AM (118.223.xxx.155)

    능력녀들은 굳이 결혼이 필요치 않은듯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04174 요즘 국산(?)마카롱들 맛있나요? 1 .. 2018/04/21 916
804173 제주도 모 리조트에서 있었던 일... 1 제주여행 2018/04/21 1,877
804172 생물쭈꾸미 어케씻어요? 5 zz 2018/04/21 841
804171 손가혁들아 어쩌니..드루킹은 극문이 아니라 정치자영업자임이 밝혀.. 4 ㅇㅇ 2018/04/21 1,049
804170 자궁경 시술 병원 선택 조언 부탁드려요.. 2 ㅇㅇ 2018/04/21 765
804169 게르마늄 팔찌, 어디서 구입해야 할까요? 5 질문 2018/04/21 1,484
804168 ㅋㅋ웃겨요. 소송 취하라니. 36 ... 2018/04/21 15,421
804167 무릎 보호대는 어떤 게 좋을까요 ? 1 산티아고 길.. 2018/04/21 591
804166 나의 아저씨에서요? 8 2018/04/21 2,048
804165 김경수는 파파진이네요~ 8 새벽향 2018/04/21 2,324
804164 점심에 오겹살 구워 먹었다면 저녁엔 뭐 드시겠어요? 11 메뉴 2018/04/21 2,304
804163 김경수와 드링킹 엮는법..이해빡~ 8 ㅇㅅ 2018/04/21 1,445
804162 핸펀으로 음악을 듣는분들요.. 어디서 3 흥흥 2018/04/21 863
804161 더민주 권리당원분들께 문의합니다. 23 ㆍㆍ 2018/04/21 1,015
804160 지금 서울에서 에어쇼하나요? 4 장관 2018/04/21 640
804159 박창진 사무장님 자살시도까지 하려고 하셨던거엿군요 10 김ㅇㅅ 2018/04/21 3,830
804158 새로운 여자면 다 좋아한다는 남자들 3 남자 2018/04/21 2,456
804157 물걸래 청소기좀 추천해주세요 8 청소 2018/04/21 2,297
804156 내가 사는 터전을 성폭행범 애비, 자한당 기레기에게 넘길 생각 .. 7 .. 2018/04/21 614
804155 나의 아저씨 가장 임팩트 있는 회가 9,10회 맞나요? 12 00 2018/04/21 2,344
804154 보세 이쁜옷 정말 없네요. 5 .. 2018/04/21 2,805
804153 김경수가 처음 눈물 보였을 때라는군요./펌 13 찡하네요 2018/04/21 2,941
804152 부모에게서 비판을 전혀 받지 않고 자란 인간의 단점이 뭔지 아세.. 18 mmmmm 2018/04/21 4,366
804151 비긴에게인2의 존 레논 imagine 듣다가..존레논과 오노요코.. 1 미미 2018/04/21 1,150
804150 자동차 햇빛 가리개 무릎용 있나요? .. 2018/04/21 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