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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날씨가 포근포근하네요..
창을 활짝 열어도 몸이 시리지 않으니 간만에 시원스레 청소를 해봅니다.
제가 애정하는 미자씨의 방법으로. (창을 열어젖히고 청소하다 보니 미세먼지 체크를 안했네요)
미자씨는 10년전부터 8년간 일주일에 한 번 저희집 일을 도와주시던 도우미아주머니십니다.
식당일과 도우미일로 자녀 세분을 대학교육까지 시켜낸 억척 어머니지요.
특별한 병명은 없으나 늘 몸이 아팠었고, 중증정도의 결벽증을 지니고 있던 저는 가족들에게
날마다 짜증을 풀어놓으며 행복하지 못한 일상을 지냈었죠.
그러다 도움을 받아보자는 결정을 내리고 미자씨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미자씨는 참 유쾌한 사람입니다. 저희집 베란다에 있는 머루나무와 제가 키우는 강아지를
몹시 사랑해주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지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미자씨는 도우미일에 있어서는 거의 전문가였습니다.
청소하는 방법이 다른 분들하고 약간 달랐었는데, 덕분에 인터넷기사가 고장수리를 하느라 소파를 잡아당겨도 그 뒷부분이 늘 깨끗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미자씨에게 배운 방법으로 청소를 해봅니다.
우선 걸레를 여러개 물에 적셔 짜서 준비하고 창틀,책장 위, 선반, 책상위를 닦으며 먼지를 거둬냅니다. 작은 협탁이나 소파는 잡아당겨 그 뒤쪽도 걸레로 먼지를 제거합니다. 구석쪽의 바닥도 닦아줍니다. 의자와 의자사이의 공간이나 식탁밑 같은 곳도 손걸레질로 닦아줍니다. 의자다리밑에 붙어 있는 먼지뭉치도 떼어냅니다. 걸레받이 몰딩이 되어있다면 그 위쪽에 앉아 있는 먼지도 닦아냅니다. 방문 뒤쪽이나 장롱문짝도 닦아줍니다. 그러니까 청소기나 스팀청소기(저는 아직 이걸 쓰고 있습니다)로 공략하기 힘든 공간들을 다 미리 손걸레질을 하는 거죠. 먼지는 방가운데로
모아주면서요. 방하나를 그렇게 청소하고 청소기를 돌립니다. (결국 청소기는 구석구석까지 공략할 필요는 없습니다.) 순차적으로 거실까지 돌아가며 그렇게 청소를 한 후 스팀청소기로 마무리합니다. (스팀청소기도 구석구석가지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손으로 이미 다 했으니까요)
이렇게 청소를 하면 집 구석구석 어딘가에 뭉쳐져 있는 먼지가 사라지더군요. 미자씨는 매주 해줬지만, 저는 이제 한달에 한번정도만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창밖에 벚꽃이 피면 커피 한 잔 같이하기도 하고, 미자씨 따님의 결혼식도 가고, 첫손주도 같이 맞았습니다. 저희 아들놈 둘 대학보내는 것도, 군대입대와 제대도 함께 지켜봤습니다.
지금도 가끔 전화통화도 하고 더더 가끔 한번씩 만나서 밥을 먹기도 합니다.
미자씨에게도 제가 문득 문득 보고싶은 사람이랍니다.
요즘도 전화하면 우리 머루나무와 강아지 안부를 챙겨 물어주시는 미자씨.
미자씨도 나이가 많아져서 몸이 예전같지 않은데, 일을 좀 줄이시라고 해도 놀면 뭐하냐고 고집을 부립니다. 그래도 한창때 세탕을 뛰던 분이 이제는 하루 한 집만 하신다고 하네요.
친구는 참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지기도 합니다.
몇 년전에는 미자씨가 무릎이 좋지 않아서 일을 쉬는 짬이 있길래 함께 제주여행도 다녀왔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미자씨랑 유채꽃을 보고 정말 즐거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와주실 뿐이지만 내가 다 해줄테니 그냥 쉬라고 말해주던 미자씨가 저는 정말 고마웠답니다.
미자씨는 참 예쁜 제 친구랍니다.
여러분도 우리 미자씨의 방법으로 봄맞이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