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살이 된 아이와 어디 다녀오느라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갑자기 아이 어릴 때 일이 생각났어요.
7살때인가 유치원 끝나고 집에 오면 늘 시무룩한 표정이었어요.
무슨 일 있나해서 유치원에 전화해봐도 아무 일 없없다고 하고,
친구랑 놀이터에서 싸운 것도 본 적이 없고,
원래 떼 쓰고 보채는 아이가 아니라 갖고 싶은 걸 못 가져서 그런 것도 아니고,
외동이라 장난감이나 옷 등 부족한 적도 없는데 왜 이런가 고민했는데
같이 마트갔다가 집에 들어오면서 이유를 알았어요.
유치원에서 안전교육을 받으면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
본인이 탄 엘리베이터의 번호를 외우는 것이 안전하다고..고 배웠대요.
엘리베이터 번호는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이런식으로 긴데
아이가 그 번호를 열심히 중얼거리며 외우다가
집에 와서 도어락 번호를 누르다가 엘리베이터 번호를 잊어버리는거예요.
그러니 집에 들어오면서 사고났을 때 번호를 못 외워서 어쩌지.. 하고 시무룩..
아이가 민망해할까봐 대놓고 웃지는 못하고 안전벨 누르라고 알려줬어요.
그리고 작년에 또 시무룩한 표정으로 들어와서
붙잡고 왜 그러냐.. 말해봐라.. 했더니 입을 씰룩씰룩 울먹이며 말하길
학교에서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있는 안전사고 관련 안내문을
잘 읽어보고 사고가 나면 대피하거나 관리사무소로 연락해야한다.라고 했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있는 안내문은 총 4문장이고
문장 당 4줄씩인데 어휘가 너무 어려워서 첫번째 문장을 읽으며
생각을 하다보면 집에(15층 아파트에 12층) 도착한대요.
두번째랑 세번째, 네번째 문장도 읽어야하는데
첫번째 문장이 무슨 뜻이지.. 한참 생각하다보면 집에 도착한다고..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한 문장씩 풀어서 설명해줬었어요.
아이들 읽기에 어렵게 쓰긴 했더라고요.
안전반에 있는.. 조작을 하고.. 급하강시.. 등등..
모레가 개학이라 밀린 숙제하느라 정신없는 아이 뒷모습을 보니
그때가 새록새록 생각나에요.
올 한해도 또 새로운 이벤트를 쉴 새 없이 보여주겠지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