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즐기는 사람입니다..나름 계획 잘 세워서 여행을 하구요.
친하게 지내는 동생(40대 미혼)이 저랑 여행 같이 가는 게 희망이라고 해서
잘 지내고 있었던 터이라 기꺼이 같이 가기로 했고
그 친구는 외국여행을 거의 안 다닌 터이라 저에게 다 맡긴다고
자기는 그대로 따르겠다고 해서..제가 계획을 세웠고 예약도 제가 다했어요.
여행지에서의 일정은 뭐 그 나라를 처음 가는 그 친구 위주로 했구요.
아, 그런데 첫날..둘째날까지는 뭐 큰 탈없이 잘 지냈구요
이 친구가 카톡을 끼고 살아도 뭐 그러려니 했어요.
모처럼 여행와서 친구들에게 전해줄 게 많은가 보다..
둘째날 밤에 가기 전부터 그 친구가 그렇게 노래노래 부르던 야시장에 델구갔는데
별로였는지 30분도 안 되어 가지고 해서 그러자하고 왔고
그날 잠자기 전에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눴으니 별 일이 없었죠
저는 뭐 같은 곳을 여행하고 여행해도 즐거운 사람이라
외국여행..같은 곳을 몇 번이나 가도 별 상관을 안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국내여행..같은 곳을 몇 번이고 가는 것처럼..
세째날에 홍콩에서 마카오를 가는 일정인데
갑자기 오전부터 이 친구가 뭔가 짜증이 난 것 같은데
미리 표를 예약해 놓으면 그 시간에 맞춰 서둘러야 하잖아요.
그곳을 몇 번이나 가본 저로서는 그 상황을 알지만 그렇다고 그 친구에게 재촉을 하지는 않았어요.
암튼 그렇게 해서 마카오행 배를 타기 위해 페리터미널에 갔는데
헐..갑자기 이러는 겁니다.
자기는 마카오 가는 게 배를 타고 가는 건지 몰랐다고..
바다 위로 가는 건지 몰랐다고..자기는 배 트라우마가 있어서 배 원래 안 탄다나??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여행가기 전부터 홍콩에서 마카오..가는 거 배타고 간다..한 시간 정도 걸린다
열 두번은 더 말했을 거여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그러니 제가 참..할 말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나 군산갈 때 배타고 간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그때 배 못 탄다고 했으면 당연히 나도 일정 수정했을 것이다..
지금 이러니 나는 솔직히 황당하다.......
암튼 그리고 나서는 뭐가 그렇게 성에 안 찼는지..
마카오에 가서 광장과 성바오로 성당 등등 그 근처를 돌아보고 난 후
그냥 홍콩으로 가면 안 되겠냐고 합니다.
그래서 이왕 왔으니 조금 더 구경하고 가면 좋지 않을까 했더니
뭐 언니가 이미 다 보셨는데 자기 때문에 그런 것이면 안 가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러면 아예 처음부터 저랑 같이 여행을 하자고 하지 말아야지요.
저는 이미 다 보고 다 갔던 곳을 가이드처럼 하고 있는데
저렇게 말을 하니 아 정말 기분이..ㅠㅠ
(근데 저는 그것에 대해 전혀 싫어하지 않아요..외려 전에 왔을 때랑
상황이 약간씩 다르기도 하고..그런 거 전혀 괘념치 않는 사람이거든요)
그래도 뭐 우여곡절 끝에 대충 돌아보고 배시간을 앞당겨 홍콩으로 돌아왔고
자기가 하고팠던 발마사지 (전날 받았는데 또 받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거까지 한 번 더 받고 공항으로 가는데 그사이에 분위기는 쏴아~
거기에 여행 첫날부터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 하고
카톡에 전화에..저 친구가 여행을 온 것인지 뭔지..
대충 여행지에 대해 공부라도 하고 왔으면 나았을 텐데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와서 툴툴거리는 것을 보니..-.-
나이 많고 여행 좀 많이 해본 제가 참아야지..몇 번이나 릴렉스..릴렉스..ㅠㅠ
그동안 많은 친구들과 둘이 여행을 다녔는데요
정말 단 한 번도 이렇게 마음 상하면서 끝난 적이 없었어요.
외려 다시 계획 세워서 같이 가면 갔지..ㅠㅠ
그 친구가 끊임없이 셀카를 찍어 인스타에 실시간으로 사진올리는 것을 보면서
저 친구는 그냥 보여주기용 여행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어요..ㅠ
그래서 느낀 점이 바로 이거랍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랑 가는 게 중요한 것이라는 것..
그리고 여행을 가면 그 사람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된다는 것도 깨달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