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울 둘째딸이 중2에요..
얼굴은 여드름 덕지덕지..머리에 비듬까지..
어찌나 말은 짧고 까칠한지...
그런데 이렇게 변한게 불과 2~3년밖에 안되거든요.
그 전에는
그러니까 초등 6학년까지는 정말 수다장이였어요.
학교 갔다오면 나 붙잡고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1차로 이야기 하고,
언니 하교하고 오면 언니 붙잡고 짧게 2차로 이야기 하고( 언니는 길게 말하면 화내니까)
그러다가 저녁에 아빠가 퇴근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옷 갈아 입는 아빠 쫄쫄 따라다니면서부터 저녁밥 다 먹을때까지 쉬지 않고
회포 풀듯이 같은 이야기를 아주 아주 길게 늘려서 3차로 해요.
그리고 자기전에 4차로 또 한번 아빠한테 와서 오늘 있었던 일과 내일 일어날 일을 연결해서
마지막으로 또 이야기하고 잠들었거든요..
그러다 보니..아빠가 늦게 퇴근하거나...
아빠가 퇴근후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이야기 못들어주는 상황을
울 딸이 제일 싫어했어요.
그런데 가끔 내가 남편한테 장난으로 " 바람펴? 누구야? 누구랑 있다가 늦게 온거야"
막 이랬거든요..
그런데
당시 초3쯤 되었을텐데..
딸아이가 아빠한테 오더니..
눈빛을 반짝거리면서 조용히 귀에다 말을 하더래요.
" 아빠. 나랑 그그그 바바바람 바람 피는거..하자...나하고 하자..."
남편이 깜놀해서 " 너 바람이 피는게 뭔지 알아?"하니까..
역시 눈을 빤짝빤짝거리면서 " 응, 알아. 그거...아빠랑 나랑 먹고 싶은거 먹으면서 즐겁게 아빠가 내 이야기 들어주는 거야..."
남편이 " 뭐 먹으면서 이야기 할건데.."
" 응, 아빠는 라면..나는 짜장면"
울 남편이 라면 무지 좋아하는데 내가 평소 잘 못 먹게 하니까..나없을때 몰래 끓여먹거든요..
울딸이 제일 좋아하는 건 짜장면이었고..
그래서..
서로 좋아하는 라면과 짜장면을 먹으면서 저는 수다떨고 아빠는 들어주고..
그게 바람피는거라고 이해한 거죠..
그때 남편하고 이야기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그 이후로는 농담으로도 바람피냐..는 말 안합니다.
그 종달새같은 애가 중딩 가더니..완전 까칠 중딩2가 되었어요...
당시 어록을 더 많이 기억해둘걸 후회도 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