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댁명절을 마무리하고 친정에 갔어요.
저녁을 먹으려고 엄마랑 동생이랑 상을 차리다 보니 저보다 먼저 도착한 여동생 부부가 오다가 떠왔다고 회접시를 꺼내
놓더라구요.
회까지 놓인 풍성한 밥상에서 오빠와 스물 이쪽저쪽 남매조카까지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동생네 8살짜리 조카가 회접시 한쪽에 놓인 전어회를 집어먹으며
"이건 무슨 생선인데 이렇게 반짝거리나요?" 하길래 제딴엔 자상하고 확실하게 가르쳐 준다고
"응,이게 바로 집나간 며느리도 들어오게 한다는 전어란 거야~~" 하고 말했는데
제 말꼬리의 ~~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깨달았어요, 건너편에서 밥먹고 있는
오빠의 전처,그러니까 올케랑 3년전 이혼하고 며느리 없는 밥상이라는 걸...ㅠ.ㅠ
그런데 그때 딱 이 어린 조카가
"며느리가 왜 집을 나갔나요?" 하지 뭐예요..ㅠ.ㅠ
"아니,다시다시..이 생선이 너~~무 맛있어서 집나간 아이들도 이 생선 굽는 냄새 맡고
엄마가 해주는 밥이랑 생선 먹으러 다시 들어오고 싶어질 정도로 맛있다는 거야 주저리주저리.."
근데 이눔의 조카가 한마디도 안지고
"아이들은 집 안나가요~며느리가 맞을 걸요"...ㅠ.ㅠ
아..진짜..밥상에 앉았던 오빠와 그 조카들 얼굴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남은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요..
평소에 속담이나 관용구 잘 갖다 붙이는 말버릇이 이런 낭패를 불러올 줄이야..
저 어제 진짜 나도 트로트가수다 보느라고 여러마디도 안 했는데...어린 조카 말 한마디 거들었다가 이게 뭔 실수래요.
오빠..미안해... 엄니 잘못했슈..조카들아 미안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