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기사펌]교육관련 진짜 공감하는 기사..
음 조회수 : 998
작성일 : 2017-08-06 15:48:26
따뜻한 개천으로 내려오든가!!
내가 사는 서울 동작구의 작은 보습학원 앞에는 몇 년째 똑같은 현수막 하나가 내걸려 있다. ‘축! ○○고 ○○○양 서울대 ○○과 합격.’ 굳이 분류하자면 하위권 학과에 해당하지만, 최초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동네학원 원장님의 벅찬 보람과 긍지가 자간마다 흘러 넘친다. 출퇴근길 지나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삐져나오며 혼잣말을 다 중얼거릴 정도. ‘○○아, 공부는 잘하고 있니?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 한국사회의 역군이 되어다오. 강남 금수저들한테 기죽지 말고.’ 남들은 저런 플래카드가 눈꼴사납다지만, 나는 볼 때마다 대치동에 가지 않은 ○○양과 그 부모님, 학원 원장님의 어깨를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다. 학군 안 좋은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서 동네학원에 다니며 이룬 저 성취가 더 없이 대견하다.
어떤 반론들이 나올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서울대 입학이 성취의 잣대가 되는 구시대적 학벌 이데올로기를 타파해야 한다, 교육을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보는 저렴한 사고방식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보다는 살 만한 개천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등등. 말인즉슨 구구절절 옳다. 그러나 발화(發話)라는 행위는 그 내용보다 형식, 주체, 시점, 상황이 더 많은 정보를 발신한다. 누가 저 말을 하는가. 왜 저 말을 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학교수들이며, 거개가 서울대를 나왔고, 자기 자식을 특목고와 로스쿨, 의전원에 보낸 사람들인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싫어한다는 사람들 중 개천 출신을 본 일이 없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가 없다고 웅변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문장 뒤엔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이 저절로 용이 되고 말았네. 미안~’이 생략돼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악의적 생각마저 든다.
교육은 역사상 신분상승의 수단이 아니었던 적이 한번도 없다. 그것만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하면 옳지 않으나, 그리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위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왜 교육만이 성공의 사다리인가, 교육 말고도 개천에서 강으로 거슬러 오를 더 많은 사다리들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지, 교육은 신분상승의 수단이 아니라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자신과 그 자식은 이미 올라온 사다리. 개천용 반대론자들에겐 개천의 정서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유토피아적 미래를 그려내는 논리적 전망만 승할 뿐 현재를 지배하는 가난의 울분을 너무 모른다. 그러니 내가 하는 사교육은 아이의 재능을 꽃피워주려는 고상한 욕망이고, 네가 하는 사교육은 신분상승에 목을 건 저렴한 욕망이 된다.
내 주제에 이만하면 용이지 생각하는 나로서는 개천에서 아등바등 기어올라 여기라도 와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곳은 살기가 이토록 좋구나. 내 가족, 친구, 친척, 이웃들도 다 건너오면 좋겠다, 나만 건너와 슬프고 미안하고 외롭다, 교육 말고 다른 방편으로 이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개천용들은 쉽게 개천을 저버린다고 ‘내추럴 본 드래곤’들은 함부로 말하지만, 떠나 돌아오지 않을지언정 한 명이라도 더 위로 올려 보내고 싶은 게 개천의 애틋한 마음이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 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 몇 해 전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던 어느 유명인사의 문장들이다. 그의 말마따나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 모두가 용이 될 필요가 없는 사회는 도래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올라오지 말라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니라면, 개천용을 더 이상 꿈꾸지 말라는 말을 아직은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히 그 말을 하고 싶다면, 당신들이 먼저 아이들 손 꼭 잡고 개천으로 내려오라. 아직은 개천이 따뜻하지 않아 올 수 없다면, 그 입 다물라.
박선영 기획취재부 차장대우 aurevoir@hankookilbo.com
IP : 175.125.xxx.4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7.8.6 3:53 PM (119.207.xxx.31) - 삭제된댓글따듯한 개천이고 뭐고 간에 4차 혁명의 밀물은 뭘로 막을지.....
이미 슈퍼리치들이 그자리 다 차지하고
개천은 다 마라 버릴듯..
기본 소득 주면 그거 쓰면서 아등바등이겠죠...2. 동감해요
'17.8.6 4:15 PM (211.246.xxx.89)그 입 다물라22222
누가 쓰신 칼럼인지 읽다보니 눈물이 나네요
개천의 용
누구 눈에는 천박해 보여도 전 참 장하게 느껴지네요
따뜻한 개천에서 행복하게 살라고
그걸 왜 니들이 정하냐? 개천에서 살든 말든 그건 나랑 내새끼가 정할 일이지 그냥 셧업하시고 가만히들 계시거라!3. 동감
'17.8.6 4:17 PM (211.246.xxx.89)개천에서 용나는거 촌스럽다더니
지자식은 꾸역꾸역 대치로 보내서 서울과고 입성시켰네요
니자식은 개천출신 아니라는거냐? 누구 눈에는 너도 개천것이야~~~그러니 좀 입다물고 있어라 제발4. ㅇㅇㅇ
'17.8.6 5:00 PM (114.200.xxx.23)개천에서 용나고 서울대 나와서 나중에 괴물만 안되면 됩니다.
우병우처럼5. ㅇㅇㅇ
'17.8.6 5:03 PM (114.200.xxx.23)우병우처럼 아무리 똑똑하고 좋은대학 나와도 인성이 괴물이면 성공한 삶이라고 할까요?
그들에겐 권력과 돈이 성공한 삶이라고 하겠죠
문재인대통령처럼 흙수저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랐지만 항상 올바름과 정의와 인권을 위해 살아온 삶이 더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결국 그러한 삶이 국민들이 알아보고 대통령을 만들어 주었죠6. 참나
'17.8.6 5:05 PM (183.104.xxx.108) - 삭제된댓글요즘 하나에 물고 뜯고 흥분하고 ㅠㅠ
많이 과해요. 왜 그럴까요?7. 돌돌엄마
'17.8.6 7:07 PM (222.101.xxx.26)캬 명문이네요 퍼가고 싶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715937 | 이총리)택.운ㅡ518영화중 가장 가슴친 영화 1 | 페친들이랑오.. | 2017/08/06 | 1,170 |
715936 | 오늘 휴가 끝인데요 2 | 피로누적 | 2017/08/06 | 963 |
715935 | 류준열도 실존인물 연기한 건가요? 11 | 택시운전사 | 2017/08/06 | 5,280 |
715934 | 택시운전사 보고 나오는길. 무조건 보세요 두번보세요~! 8 | 추천 | 2017/08/06 | 2,598 |
715933 | 여러분은 어떤 취미를 갖고 계신가요? 5 | ... | 2017/08/06 | 1,653 |
715932 | 정수라 노래 아 대한민국 7 | 나마야 | 2017/08/06 | 1,636 |
715931 | 여우같은 여동생 7 | ㅁㅁ | 2017/08/06 | 4,096 |
715930 | 택시운전사와 문대통령 7 | ... | 2017/08/06 | 2,524 |
715929 | 발뒤꿈치 각질 완전 해결했어요 40 | ㅇㅇ | 2017/08/06 | 23,320 |
715928 | 그렇게 돈없다고 하면서 페디네일은 꼭 하는 사람 44 | 네일 | 2017/08/06 | 17,579 |
715927 | 친정엄마 전화 받으면 제가 난폭해져요 10 | 탈출 | 2017/08/06 | 4,689 |
715926 | 쌍꺼풀 재수술 했는데 언제정도 되면 붓기 빠지나요?-열흘째에요 4 | .. | 2017/08/06 | 2,129 |
715925 | 송강호가 진짜 대단한게.... 25 | ㅇㅇ | 2017/08/06 | 14,599 |
715924 | 1920년대 한국의 귀한영상 4 | 조상 | 2017/08/06 | 1,205 |
715923 | 오월 광주를 소재로 한 소설 추천해주세요. 18 | 택시운전사 .. | 2017/08/06 | 1,407 |
715922 |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던 레스토랑 2 | 광화문 | 2017/08/06 | 1,117 |
715921 | 모유수유중인데요, 젖량은 개인차인가요? 6 | 아기엄마 | 2017/08/06 | 1,241 |
715920 | 자식이 보험이라는 사람 있더라구요 18 | .. | 2017/08/06 | 5,063 |
715919 | 운동했더니 땀이 어마어마하게 나네요 4 | 폭염 | 2017/08/06 | 2,105 |
715918 | 노트북 그램쓰는데 애 영어숙제중 녹음이 안돼요 2 | 땅지맘 | 2017/08/06 | 936 |
715917 | 택시운전사 보러갈 때 화장하지 마세요 12 | 약속 | 2017/08/06 | 4,633 |
715916 | 티비보고 따라한 여름 물김치 무우 매워 난감해요.. 4 | 당황 | 2017/08/06 | 1,494 |
715915 | 이 여름이 가기전 중화냉면을 먹겠습니다. 8 | 먹고싶다 | 2017/08/06 | 2,119 |
715914 | 롯데월드 사고.무섭네요 7 | 한시간뒤신고.. | 2017/08/06 | 8,030 |
715913 | 품위녀에서 박복자가 그러죠. 부자들은 편도없고 의리도없고 7 | 드라마 | 2017/08/06 | 6,3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