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에서 또 다시 광우병이 발견된 가운데 지난 1983년 한국정부가 수입
도중 폐사한 미국 소 천여마리를 국민 몰래 식용으로 내다판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당시 농수산부는 수입 미국소중 병들어 폐사한 소가 3300여마리라고 공식발표했으나, 본보가 발굴한 당시 정부문서에는 폐사한 미국소중 1300마리를 ‘식용 처리했다’고 기재돼 있다.
전두환 정권이 병든 소를 국민들에게 먹인 것이다. 또 미국소를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 목장주가 검역을 위해 파견된 축협 검수원을 총기로 협박, 엉터리 검역문서에 서명케 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사실도 이번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미국 사법당국이 이 목장주를 총기협박죄로 기소하려고 했으나, 피해자인 한국정부가 국민들이 미국 소 검역부실 등을 알게 될 것을 우려, 미국검찰에 제발 목장주를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던 것으로 드러나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내다보이고 있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1984년 6월 12일 국내 각 언론을 장식한 충격적 사실 ‘도입 소 3308마리 폐사’
이날 농수산부는 ‘지난해 1월부터 금년 5월까지 미국에서 도입한 비육우 2만8996마리 중 3308마리가 죽거나 병든 소로 나타나 폐사율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들여온 소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농수산부는 전체 도입육우 중 66마리가 브루셀라 등 법정전염성에 감염된 소이며, 이들 소는 모두 땅에 묻었다고 발표했다. 농수산부가 도입육우 중 병든 소가 있다고 밝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깜짝 놀랄 일이었다.
그러나 농수산부가 미국에서 도입한 소 3308마리가 폐사했다고 발표했지만 본보가 당시 외교 사료와 정부문서 등을 발굴해 검토한 결과, 더욱 놀랄만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가 사상 최초로 미국에서 도입한 소중 병든 소가 있다고 밝힌 것은 같은 해 4월 16일 미국 연방검찰이 한국에 소를 수출하는 몬타나주의 목장주를 브루셀라병검사기록과 건강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미주리주 서부 연방법원에 기소했고 이에 따라 같은 해 5월 13일부터 ‘캔사스시티 스타’를 비롯한 미국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국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질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농수산부가 병든 소 수입을 자백한 셈이다.
하지만 농수산부는 병든 소 폐사 숫자를 두고 오락가락하며 이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농수산부 ‘미국 소 3308마리 폐사’ 문건
농수산부는 1984년 6월 12일 미국에서 도입한 병든 소 3308마리가 폐사했다고 공식발표했고, 같은 해 6월 20일 외무부에 보낸 ‘83 국가별 육우도입 및 폐사현황’이라는 공문에서도 폐사된 미국소가 3308마리라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1984년 7월 2일 농수산부가 다시 외무부에 보낸 공문에는 폐사된 미국소가 2001마리라고 밝혔다. 이 공문에는 외국에서 7만4164마리의 소가 수입돼 2447마리가 농가입식 전 폐사했으며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2만8996마리를 수입했으나 2001마리가 폐사했다고 명시돼 있다.
폐사된 미국소가 20일 만에 3308마리에서 2001마리로 줄어든 것이다. 농수산부가 이 같은 폐사현황을 외무부에 통보한 것은 미국소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된 데 따른 것이다. 외무부가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야 미국정부와 협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수산부가 폐사 미국소를 3308마리라고 했다가 2001마리로 무려 30%이상을 줄임에 따라 외무부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폐사 미국 소 1307마리가 증발한 것이다.
외무부장관이 1984년 7월 2일 주미한국대사관에 미국폐사소가 2001마리라는 농수산부 공문을 전달하자 주미대사관은 즉각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입수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주미한국대사관은 같은 날인 7월 2일밤 외무부에 보낸 ‘6월 20일자 전문 WUS 1828에는 미국에서 도입된 소 2만8996마리중 폐사두수가 3308마리로 기재돼 있으나 WUS-1951(7월2일자 농수산부공문)에는 폐사두수가 2001마리로 기록돼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주미한국대사관은 도대체 몇 마리가 병들어 죽었느냐, 폐사의 개념차이냐, 뭐냐, 명확히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폐사된 미국소 1307마리 증발사건과 관련, 외무부의 항의성 문의를 받은 농수산부는 같은 날 다시 아예 연도별, 국별 폐사내역을 외무부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서에 따르면 농수산부는 6월 12일 3308마리가 폐사했다는 공식발표와는 달리, 2만8996마리가 한국에 도착했으나 폐사된 소는 2001마리이며, 1307마리는 ‘도태’됐다고 밝혔다. 즉 6월 12일 폐사로 발표됐다가 20일간 ‘실종’됐던 미국 소 1307마리가 ‘도태’라는 표현으로 기록돼 있는 것이다. 도태도 죽은 소를 말한다. 농수산부는 도태에 대해 ‘소의 상태가 농가에 분양할 수 없는 소를 도태 처분한 것임’ 이라고 적고 있다. 이미 병들어서 살 수 없을 지경이어서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소를 도태라고 표현할 것일 뿐 사실상 폐사와 큰 차이가 없다. 농수산부가 이처럼 미국 소 1307마리 증발에 대해 도태라고 통보했지만, 과연 몇 마리가 폐사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갑자기 폐사 미국소가 3분의 1이상 줄었으니 그 누구도 쉽게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병들어 죽지직전 도살 1307마리 식용처리
이에 따라 농수산부는 10일정도 지난 7월 13일 또 다시 외무부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농수산부는 ‘미국으로 부터 도입된 육우의 농가입식 전 폐사두수확인’이라는 공문에서 ‘1983년 미국에서 도입된 육우 중 폐사두수는 2001마리이며, 수송 중에 97마리, 검역소 계류 중 1858마리가 죽었고 법정전염병에 의해 살처분한 미국소가 46마리라고 밝혔다.
농수산부는 이 공문에서 실종된 미국 소 1307마리와 관련해 충격적인 내용을 실토했다.
‘사고로 도태하여 식용으로 처리한 1307마리는 폐사두수에 포함되지 않음’이라고 기록한 것이다. 농수산부가 밝혔던 도태는 ‘농가에 분양할 수 없는 소’이다. 즉 병들어 비실비실해 농가에 분양하지 못하고 도살한 소가 1307마리, 바로 1개월 전 6월 12일 폐사로 발표했던 1307마리를 ‘식용처리’했다는 것이다.
통계표에는 도태라는 단어 옆에 ‘절박도살’이라고 볼펜으로 적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농수산부가 병들어 죽기직전의 미국소를 급하게 도살해, 국민들에게 병든 소라는 사실을 숨기고 몰래 내다팔았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국민이 정부의 은폐아래 병들어 폐사한 소 1307마리를 먹은 셈이다. 폐사된 미국 소 1307마리를 대한민국 국민이 먹었다는 사실은 사상 처음으로 밝혀지는 것이다. 당시는 1980년 쿠테타로 등장한 전두환이 정권을 잡고 있던 시절, 전두환 정권이 국민들에게 병든 소를 먹인 것으로 실로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농수산부가 폐사됐다고 발표한 소를 ‘도태’라며 폐사수를 축소했지만, 1984년 6월 29일 외무부장관이 시카고총영사에게 보낸 3급 비밀 전문도 1307마리의 소는 폐사된 소임이 입증된다. 이 전문에서 외무부 장관은 1983년도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소 2만2천마리중 약 12%가 폐사했다는 것이다. 2만2천마리의 12%라면 적어도 2200마리를 넘는다. 농수산부는 1983년 1월 1일부터 1984년 5월 10일까지 2001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지만, 외무부 공문은 1983년에만 최소 2250마리가 폐사했다고 공문을 통해 밝힌 것이다. 또 이 공문에는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산 소의 폐사율은 0.5%에서 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유독 미국에서 수입된 소가 엄청난 폐사율을 기록한 것이다.
왜 미국소만 기록적인 폐사율을 보였을까? 다른 나라 소는 100마리 수입하면 한두 마리 죽을까 말까인데, 왜 미국소만 비실비실거리고 100마리 중 13마리, 14마리씩 죽어 나자빠졌을까? 본보가 입수한 정부문서에 따르면 이처럼 미국소의 폐사율이 높은 것은 미국소에 대한 검역부정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미국소를 엄격하게 검수하려던 한국 축협의 검수원이 미국 목장주로부터 권총으로 협박받고 목숨까지 위태로워 졌지만, 한국정부가 이에 대해 항의하기는 고사하고 이 사실이 밖으로 새날 것을 우려해 쉬쉬하며 숨기기에 급급하다 국민들에게 병든 소를 먹이는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오히려 이 사건을 수사하려던 미국 연방검찰 FBI에 제발 총기협박건을 수사하지 말아달라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애원했던 것으로 밝혀져, 과연 전두환 정권하의 대한민국이 주권국가였는지 조차 의심스런 행태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장주, 축협직원에 강제서명 요구 권총협박
지난 1982년 9월 2일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소재 가축검역소, 축협중앙회 직원이던 당시 46세 김명중 차장과, 42세 이준영차장이 한국에 수출되는 소를 검역하던 중 미국 몬테나주소재 로즈캐틀목장의 목장주 돈 로즈와 그의 아들 2명으로 부터 엉터리 검수확인서에 서명하라며 권총으로 협박을 받고 폭행당한 뒤 여권까지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축협소속 검수원 2명은 건강한 소를 한국에 들여가기 위해 꼼꼼하게 검역을 실시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목장주 돈 로즈측이 권총을 빼들고 죽이겠다고 협박하면서 폭행을 가한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검수원 2명은 그 다음날인 9월 3일 축협 등에 이를 전화로 보고했고, 축협은 9월 3일자로 재미동포 이완희씨가 운영하는 미국 공급자 메덴사와 한국의 이철화씨가 운영하는 메덴사의 한국대리점 인 가람사에 대해 입찰자격 정지 3년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덴사가 공급자이며 몬테나주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돈 로즈는 자신의 소를 한국에 수출하는 소모집상이었던 것이다.
축협은 또 9월 4일자로 메덴사에 공급중지를 요청하고, 거래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세인트루이스지점에 대금후불로 신용장 조건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조치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다. 미국의 4대연휴의 하나로 꼽히는 노동절 연휴는 보통 9월 첫째 주로 매년 9월 4일에서 9월 6일 사이이다.
축협이 공급중지를 요청했지만 1982년 9월 3일부터 9월 6일이 연휴여서 1차 수송분이 9월 7일 선적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1차분 453마리가 엉터리 검역을 마친 뒤 선적된 셈이다. 또 돈 로즈의 물량 중 잔량 334마리도 신용장변경을 요청했지만 관습상 조건변경이 힘들어서 전량 787마리가 후불이 아닌 선불조건으로 선적돼 버렸다는 것이다. 즉 전량 도입된 것이다.
■ 1982년, 미국인 목장주인. 축협검수직원에 권총 협박■ 강제로 ‘검수확인서 서명하라’ 폭행 뒤 여권까지 압수
‘총기사건 알려지면 뒤집어진다’
FBI에 거꾸로 목장주인 불기소 요청
이중 규격미달소가 118마리에 달했다. 787마리 중 118마리가 규격미달이라면 하자있는 소가 무려 15%에 달한 것이다. 축협은 이 118마리에 대해 영양관리비보상, 선하증권 일자 변조에 따른 지체상금 및 계약위반으로 인한 계약보증금 몰수 등 2200여만원을 보상받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돈 로즈가 수출한 소중 15%가 영양실조상태의 소였던 것이다.
이처럼 검수원을 총기로 협박까지 했던 돈 로즈는 부정을 밥 먹듯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982년 5월 17일 미 농무부가 주미한국대사관에 미국연방검찰이 한국수출소의 검사기록과 건강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돈 로즈와 수의사 월터 러브박사를 기소했다고 통보했다.
FBI와 농무부가 한국소의 폐사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 8개월간 돈 로즈측을 밀착 감시, 부정을 밝혀냈고, 이 같은 행위는 징역 20년 실형에 처해질 수 있을 정도로 중죄라는 것이다. 주미대사관은 이 사실을 외무부 본부에 급전으로 보도했고 허겁지겁 세인트루이스지역 일간지에 실린 기사를 첨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사는 주미대사관이 농무부에서 통보받기 전인 5월 13일 일요일부터 대서특필됐지만, 한국정부는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건 불거지자 한국정부 FBI에 사건무마 요청
특히 1980년부터 1984년 5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4개국에서 도입된 소는 7만4천여마리이며 이중 폐사된 소가 2447마리, 도태된 소가 2097마리로, 사실상 수입이 불가능한 소개 4500여마리로 6%정도였다. 그러나 돈 로즈와 함께 건강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수의사 월터 러브가 검수한 소는 10마리 중 2마리이상이 병든 소였다.
월터 러브가 검사한 소는 1만3231마리였으나 이중 폐사한 소가 1750마리, 도태된 소가 975마리로 무려 21%가 수입부적격 소로 드러났다. 즉 러브박사가 검역한 소는 전체 수입소의 17.9%에 불과하지만, 전체 폐사소의 71.5%, 도태된 소의 46.5%를 차지했다. 그만큼 수의사 러브는 제대로 검역도 하지 않고 무조건 건강하다는 증명서를 발급함으로써 한국에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 장본인이다.
미연방검사 로빈 아이켄은 1982년 9월 발생한 돈 로즈의 한국축협 검수원 총기협박사건까지 정확하게 파악했고, 축협 측에 당시 피해자인 한국검수원 2명과 육우업무담당자 1명 등 3명의 증언을 요청했다.
에이켄검사는 1984년 6월 14일자로 축협 시카고 주재원 배철웅씨에게 증언요청을 서면으로 통보했다. 연방검사가 한국에 수출되는 소의 검역부정을 엄벌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한국 측으로서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한국 검수원이 권총으로 협박당했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질 것을 우려해 전전긍긍하고, 증언을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당시 이상옥외무부장관대리는 이 같은 보고를 받자마자 클리브랜드 주한미국대사 대리를 만나 증언요청철회를 통사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면담은 1984년 6월 21일 오후 5시부터 45분간 외무부차관실에서 이뤄졌다. 이장관은 클리브랜드대사대리에게 ‘총기협박사건에 법정에까지 제기돼 대내외에 알려지면 한미관계를 악화 내지 이간시키는데 이용되므로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부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6월 23일 서면통보를 통해 ‘총기협박사건이 기소될 지는 확실치 않으나 연방검찰이 돈 로즈를 협박혐의로 별개로 기소할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며 ‘미국정부는 정상적 사법절차에 간여하는 것은 원치 않으며 범법자들은 법에 따라 처벌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미국측은 또 ‘사법절차에 간여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으며, 82년 총기협박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미국정부입장은 범법자는 처벌돼야 하고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이다. 미국정부는 한국에 병든 소를 공급한 사람을 처벌하겠다는 입장이고, 피해자인 한국정부는 이를 환영하기는 고사하고, 절대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매달리는 코미디가 벌어진 것이다.
표면화되면 정치공세 비화 은폐 지시
또 이장관은 6월 22일 주미대사에게 보낸 공문에서 ‘1982년 9월 한국검수원에 대한 총기협박사건은 지금 국내에서 보도되고 있지 않으나, 이 사건이 표면화되는 경우 이 문제는 심각한 정치문제가 될 것’이라며 ‘한국정부는 총기협박사건은 법적으로 문제화되지 않고 조용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사실상 이 문제를 은폐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협박사건이 문제화되면 한국국민의 대미감정이 악화되고 한미양국간 이간시키는데 악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미 국무부에 조용히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밝혔다. 또 축협 시카고 주재원에게 절대 이 문제를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며 단단히 함구령을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장관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주미대사관 경제공사는 6월 22일 올브라이트 국무부 부차관보를 만나 ‘총기협박사건이 공개되면 정치 문제화될 우려가 있음’을 강조하고 이 사건이 기소되거나, 공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예 총기협박사건에 대한 기소를 하지 말아 달라고 공식요청한 셈이다. 올브라이트 차관보는 한국 측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으나 ‘총기협박사건은 중죄이며, 만약 한국정부를 이를 법적문제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돈 로즈측에 알려지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것’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100% 뒤바뀐 것이다. 시카고 총영사도 아예 같은 날 직접 아이켄연방검사와 접촉해 과연 기소를 할 것인지를 면밀히 탐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정부는 이처럼 총기협박사건의 기소를 적극 저지하면서도 대책회의 문건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가 의도적으로 총기협박사건을 은폐시켰다는 인상은 피해야 한다’며 거듭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증인출두를 허용하지 않으며 연방검사의 한국방한도 저지하고, 만약 증인으로 파견해야 한다면, 1982년 총기협박사건이 표면화되지 않도록 보안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수사에 협조하는 척 하면서 저지시키라는 등 치밀하고 조직적인 은폐행각을 벌였다.
미국정부 ‘불기소 보장 어렵다’ 사법처리 강행
이장관은 같은 해 6월 28일에도 외무차관실에서 클리브랜드 주한미국대사대리를 만나 다시 한번 총기협박사건 불기소를 간곡히 요청했다. 이에 대해 클리브랜드 대사대리는 ‘국무부로 부터 총기협박사실을 미리 적절한 방법으로 발표해, 한국정부가 처하게 될 난처한 입장을 최소화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클리브랜드대사대리는 ‘연방검찰은 돈 로즈의 행위가 개인의 범죄행위이며, 미국정부가 개인의 행동에 책임을 질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라며 불기소보장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미국헌법상 법을 통한 정의구현이 보장되고 있는 이상 이 절차를 중단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부연 설명까지 했다.
또 시키고 총영사는 6월 29일 세인트루이스로 출장을 가 에이켄검사를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에이켄검사는 ‘한국검수원이 돈 로즈로 부터 총기로 위협을 받았는데도, 계속 그로부터 소를 사들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가능한 한 돈 로즈의 범죄혐의를 모두 밝혀 최대한 중죄를 받게 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전두환정부가 병들어 사실상 죽기 직전의 미국소를 급하게 도살, 한국국민들에게 내다팔아, 이를 먹게 한 것은 사실상 살인내지 상해에 가까운 범죄행위다. 불특정 다수에게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 내지 살해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또 전두환정부가 건강한 소를 수입하기 위해 철저하게 검역하려던 한국인들이 미국 목장주인에게 총기로 위협받고 폭행을 당했음에도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이를 처벌하려는 미국연방검찰을 저지하려 한 것은 국민건강을 담보로 정권안보를 지키려는 또 다른 쿠데타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정부문서를 살펴보면 총기협박사건 공개를 막기 위해 대책회의를 거듭했지만, 폐사직전의 소 1307마리를 식용처리하면서 국민건강에 대한 대책회의 등을 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3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전두환 정권의 ‘폐사 미국소 식용처리’- ‘검수원 총기협박죄 기소저지’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반드시 그 진상을 규명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소 수입과정에서도 검역조작과 은폐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한다.
http://sundayjournalusa.com/2017/08/03/안치용-大기자의-충격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