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조타실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2015년 11월 선장 등에 대한 대법 판결이 나온 후,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세월호 침몰 당일 조타실에서 벌어진 공모 관계와 함께, 이 공모에 청해진해운 본사의 지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들은 퇴선 조치를 못하고 배를 버린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퇴선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한 이 의사결정 과정에선 선장이 아닌 간부선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도 드러났다.
둘라에이스호가 “라이프링(구명튜브)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라, 빨리”라고 두차례 다급하게 퇴선 요구를 한 것에 대해서도, 세월호 간부 선원들은 의견을 나눈 뒤 그 결론으로 둘라에이스호의 요청에 의도적으로 침묵했다.
(중략)
선사로부터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조타실에 있던 조 씨 뿐 아니라, 3층 로비 안내데스크에 있었던 영업부 직원 강○○ 역시 이 지시를 고 양대홍 사무장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여객부 직원 강 씨는 특조위 조사에서 참사 당일인 9시26분경 양대홍 사무장으로부터 CC(Channel Change)라는 말을 듣고 비밀 대화가 가능한 5번 채널로 바꾸어 교신을 하였고, 양 사무장으로부터 “나는 지금 조타실인데 10분 후에 해경이 올거야. 구명조끼 입혀.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어.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조타수 조 씨는 강 1항사가 제주VTS와 교신(8시55분) 직후 몇차례 “누군가에게 단축키를 눌러 전화를 거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문) 통화 내용은 어떠하였나요.
답) 강○○이 존대하는 말을 쓰면서 사고 내용을 보고하였고, 이후에는 “네”, “네”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문) 첫 번째 통화가 끝나고 강○○은 어떻게 하던가요.
답) 통화가 끝나자마자 강○○이 다시 단축키를 누르고 방금 전 통화처럼 존대하는 말을 쓰면서 사고 내용을 누군가에게 또다시 보고하였고, 보고 이후에는 마찬가지로 “네”, “네”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문) 위의 연속된 두 번의 통화 이후에 강○○이 또다시 통화를 하였나요.
답) 네. 하였습니다. 위의 두 번의 통화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이후 이전 두 번의 통화보다 더 오랜 시간 통화하였습니다. 이때는 강○○이 전화를 걸었던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 와서 강○○이 전화를 받고 통화를 하였습니다.
이들 통화는 강 씨의 조타실 내 통화내역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당직 조타수 조 씨는 강 씨가 ‘단축키’를 눌러 통화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때문에 강 씨가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빌려 사용했을 가능성은 낮다. 세월호 선원들이 사용하는 선박용 무전기의 경우 휴대폰과는 크기와 모양이 확연하게 달라서 조 씨가 휴대폰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낮고, 당일 조타실 선원 중 무전기를 사용한 것은 2항사 김○○ 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청해진해운의 연락망을 분석, 1항사 강 씨가 기존 검찰이 파악한 휴대폰 이외에 또 하나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 씨의 진술처럼 강 1항사가 단축키를 눌러 보고와 지시를 주고받았다면 이 휴대폰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강 1항사의 이 휴대폰을 아예 수사대상에서 놓쳤다. 이 번호는 사건 이틀 뒤인 2014년 4월18일에도 청해진해운 간부인 송○○ 여수지역본부장과의 통화내역에서도 발견되지만 검찰은 이 번호를 '미상'으로 처리했고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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