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격상 남에게 부탁을 하거나 신세를 지거나 민폐를 끼치는걸 저 스스로 매우 불편해 하는 성격이라 남에게 부탁을 하는 적이 없어요. 상대방이 거절을 하려면 불편한 마음이 될것 같아서예요.
반면에 친구들에게 다산 콜센터라고 불리는 저는 사회생활도 오래했고 외국생활에 마샤 스튜어트 못지않게 잡다한 생활지식이 있어서 친구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부탁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사무실을 어디에 얻을까...얻고나면 인테리어를 봐달라...우리 집 팔까...복비는 어떻게 내고할까... 얼마에 내놓을까...치과에 가려는데 어디로 갈까...치료를 할까말까...대출 고정금리를 할까 변동으로 할까...별별 민원이 다 들어옵니다.
재산상으로 크게 실기 할뻔 한거 알려준것도 여러번이예요.
남편과 싸워도 전화오고 친구와 싸워도 전화오고 자식들 때문에 속상해도 전화해서 제 사정과는 상관없이 두시간씩 하소연을 들어줘야 해요. 저는 친구들이 나름 급하다고 전화해서 물어보는데...제 일이 있어도 끊어야 한다거나...우리 아이 밥을 줘야 한다거나 말을 끊지를 못하겠어서 대책없이 일을 하면서 듣고 아이 밥을 차려주면서 듣고 길이라서 잘 안들리면 모르는 건물 빌딩 비상구 계단에 앉아서라도 들어줍니다. 울고불고 하는데...잘 안들려...내가 지금 바빠서 이렇게 말을 못하겠어요. 이런 식이니 친구는 많죠...
그런데 지난번에 한 친구가 사무실 인테리어를 부탁해서 주말에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도와줬는데 저녁 되니까 바쁘다면서 밥도 안먹고 그냥 가더라구요...속상하다고 만나자고 전화해서 아픈데도 약먹고 나가보면 자기 어디 가는데 한 시간이 비어서 땜빵으로 부른거라던가...심지어는 이 친구가 이삿날 아파서 입원하는 바람에 제가 대신 이사도 해줬네요. 결국 막판에는 장보는 요령이 없다고 해서 같이 갔더니 꽃게를 사면서 자기 꽃게장 좀 담가서 달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길래 이건 정말 아닌가보다 싶어서 결국 정리했어요.ㅜ이 글 읽으면 그 친구가 자기인 줄 알거예요.
또 한 친구는 경제적으로 제가 도움을 많이 준 친구인데...알고보니 뒤에서 제 험담을 하고 다닌다고 해서 물어보니 적반하장으로 니가 예민한거다...그 정도 말은 할 수 있지 않냐 이래서 정리.
엊그제는 제가 좀 속상한 일이 있어서 모처럼 친구한테 차 한잔 하자고 했더니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이 친구는 자기가 아쉬울때는 전화해서 만나자 보자 하지만, 내가 어쩌다 보자고 할때는 대부분 안된다고 했던걸 깨닫게 되었어요. 자기가 만나고 싶을때만 만나는거죠. 가장 친한 친구중에 하나인데...얘도 그만 봐야 하나.
이 정도는 그냥 참고 살아야 하나...친구가 많다지만 이러다간 사람이 남아나지 않겠다 싶기도 하고.
마음이 착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