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alone 조회수 : 1,594
작성일 : 2016-07-11 17:46:05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있는 것이나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나
살아있는 모든 것은 행복하라
집착없이 세상을 걸어가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
모든 속박을 끊고 괴로움과 욕망이 없는 사람
마음과 잡념의 번뇌를 벗어 던지고 맑게 살아가는 사람
거짓도 없고 자만심도 없고
어떤 것을 내 것이라 집착하지도 않는 사람
이미 강을 건너 물살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어떤 세상에 있어서도
삶과 죽음에 집착이 없는 사람
모든 욕망을 버리고 집없이 다니며 다섯가지 감각을 안정시켜
달이 월식에 벗어나듯이 붙들리지 않는 사람
모든 의심을 넘어선 사람
자기를 의지처로 하여 세상을 다니고
모든 일로부터 벗어난 사람
이 것이 마지막 생이고 더 이상 태어남이 없는 사람
고요한 마음을 즐기고 생각이 깊고
언제 어디서나 깨어 있는 사람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렵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어제 여기다 글 쓰고 위로가 참 많이 되었어요 펑 하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안 지우고 있네요

때로 가까운 사람보다 일면식조차 없는 타인의 위로가 생생하게 와 닿을 때가 있더라고요

아직 세상은 살만하구나......

그리고 생각나는 지난 날들


몇 년 전
제게 출가를 권했던 그 분의 마음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흔들리는 제 눈동자너머 보였던 암묵의 ego를 그 분은 아셨나봅니다
그 때의 저는 한 없이 저 자신을 흐리게 하고 믿음의 창은 맑지 않았으며 배려의 깊이는 손가락 한 마디조차 되지 않는것을요
자기연민을 방패막 삼아 갖가지 생채기에 둘러싸여 가시를 돋우고 스스로 갉아먹기 바빴죠

정말 저에게 필요했던 것은 내려놓음이었는데 그게 뭐 쉽게 되는 일도 아니고요

그럴수록 몇 가닥 붙어있는 희망같은 자위에 빠지게 되죠
허나 저는 그 시간을 부정하고 결국엔 박차고 나왔어요,
저를 완전히 둘러 본 후에 저 이외의 것들을 살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했던 그 시기를 제 발로 걷어차버린 셈이었죠
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 때가 아니더라도 후회할 일은 지금처럼 오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는 오히려 더 큰 고통을 주는 것을 알기에 빨리 떨치려고 했죠

그럼에도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아찔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그때 그 시간을 다 버티지 못해서 이 만큼 힘든 건가? 그럼 달게 받겠다 하고 겸허히 고통을 받아들였습니다
힘들기는 증말 더럽게 힘들데요....
그 때의 약간은 정신 나간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조금은 더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는지도 몰라요
지금의 이 터널도 그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끝없는 자기 반성으로 저는 저의 일부분을 채워넣고 또 버립니다
사는 동안 무한 반복되겠죠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성찰하는 과정이고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라 흔한 패배의식에 빠지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나를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더라고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도 중요하지만 누구의 나, 어떤 관계에서의 나가 아닌 본질적인 나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요

그러다보니 사람에 대한 기대와 집착이 자연스레 사라지게되고

발 끝에 매달려 있는 고치같은 불안함을 떨쳐버릴 수 있었어요

혹시나 괴로움에 속 앓이 하시는 분들 있다면
한 박자 쉬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셔요
하루에 십 분이라도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부여할 시간을 주세요

이건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또 심적으로 흔들리는 불특정 다수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두에게 해피엔딩,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은 행복해야 합니다

IP : 58.227.xxx.20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행복 좋아요
    '16.7.11 5:51 PM (223.62.xxx.182)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렵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다시 읽어도 좋은 글귀~~

  • 2. ...!
    '16.7.11 6:14 PM (211.36.xxx.60)

    다시 읽어도 좋은 글귀
    하루의 피로와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주네요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7565 요즘 된장찌개와 누룽지숭늉 해먹고 있어요 1 삼시세끼때문.. 2016/07/18 900
577564 가난은 당신의 뇌도 바꾼다 13 .. 2016/07/18 6,122
577563 단종된 향수를 샀어요. 7 추억 2016/07/18 3,078
577562 성주 사드배치는 끝났다!!! 3 성주는 끝 2016/07/18 1,632
577561 앙금케이크 때문에 찜기를 샀는데요 나야나 2016/07/18 895
577560 한국에서 미국 가는 항공권 가장 싸게 구입하는 방법은 무엇이가요.. 6 ... 2016/07/18 1,569
577559 중딩 영어 자습서 cd나 문제집듣기 cd..mp3사면 2 기계치 2016/07/18 468
577558 드라마 관련 설문 부탁드립니다 (고딩 소논문 작성 용도) 잠시만 2016/07/18 358
577557 자동차 접촉사고 났는 데 좀 이상해요 12 000 2016/07/18 2,725
577556 시어머니 13 귀여워 2016/07/18 3,627
577555 마늘짱아찌 수명...? 3 12e 2016/07/18 846
577554 제주게스트하우스 2 숙소 2016/07/18 790
577553 시판 피클 중,물컹거리지않고 아삭한 식감 살아있는 오이피클 아.. ㄹㄹ 2016/07/18 426
577552 미용실에서 '선생님' 호칭요 17 ... 2016/07/18 6,337
577551 어젠 끔찍한 하루였어요..ㅠㅠ 3 ㅎㅎ3333.. 2016/07/18 2,422
577550 오이지 물 끓여서 할때요 3 ㅇㅇ 2016/07/18 1,176
577549 아플때 그냥 누워계세요? 2 000 2016/07/18 888
577548 강남터미널 내려서 3 코엑스까지 2016/07/18 868
577547 손이 작은건(씀씀이가 작다) 기질, 환경, 탓인가요? 21 손이 작은 2016/07/18 3,686
577546 실력있는 전문과외선생님, 어떻게 구하나요? 7 sd 2016/07/18 1,347
577545 나는 왜 영양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되었나 10 ........ 2016/07/18 3,090
577544 남편이 아직 나를 사랑한다고 느낄때있나요? 34 사랑 2016/07/18 5,789
577543 중학생 허리 치료 치료 2016/07/18 357
577542 일본관광공사라는 회사는 일본 것인가요? 8 요즘생각 2016/07/18 2,103
577541 서울사시는 분 ,여기가 어디죠? 9 2016/07/18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