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6년 5월 2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88
작성일 : 2016-05-24 07:56:41

_:*:_:*:_:*:_:*:_:*:_:*:_:*:_:*:_:*:_:*:_:*:_:*:_:*:_:*:_:*:_:*:_:*:_:*:_:*:_:*:_:*:_:*:_:*:_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오면서부터 그 집은 빈집이 되었지만
강이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강이나 바다의 높이로 그 옛집 푸른 지붕은 역시 반짝여 주곤 했다
가령 내가 어떤 힘으로 버림받고
버림받음으로 해서 아니다 아니다
이러는 게 아니었다 울고 있을 때
나는 빈집을 흘러나오는 음악 같은
기억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에는
우리가 울면서 이름 붙여 준 울음 우는
별로 가득하고
땅에 묻어주고 싶었던 하늘
우리 살던 옛집 지붕 근처까지
올라온 나무들은 바람이 불면
무거워진 나뭇잎을 흔들며 기뻐하고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그해의 나이테를
아주 둥글게 그렸었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 위를 흘러
지나가는 별의 강줄기는
오늘 밤이 지나면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 집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그 아름다운 천장을 바라보며 죽을 수 없었다
우리는 코피가 흐르도록 사랑하고
코피가 멈출 때까지 사랑하였다
바다가 아주 멀리 있었으므로
바다 쪽 그 집 벽을 허물어 바다를 쌓았고
강이 멀리 흘러나갔으므로
우리의 살을 베어내 나뭇잎처럼
강의 환한 입구로 띄우던 시절
별의 강줄기 별의
어두운 바다로 흘러가 사라지는 새벽
그 시절은 내가 죽어
어떤 전생으로 떠돌 것인가

알 수 없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 집을 떠나면서
문에다 박은 커다란 못이 자라나
집 주위의 나무들을 못 박고
하늘의 별에다 못질을 하고
내 살던 옛집을 생각할 때마다
그 집과 나는 서로 허물어지는지도 모른다 조금씩
조금씩 나는 죽음 쪽으로 허물어지고
나는 사랑 쪽에서 무너져 나오고
알 수 없다
내가 바다나 강물을 내려다보며 죽어도
어느 밝은 별에서 밧줄 같은 손이
내려와 나를 번쩍
번쩍 들어올릴는지


                 - 이문재,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6년 5월 24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5/23/catn_BhUZjC.jpg

2016년 5월 24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5/23/catn_psC0um.jpg

2016년 5월 24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45066.html

2016년 5월 24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d5913b6b01bf4fbfbd5307a6d0548d00




이번에도 역시 "누가"라는 주어가 빠졌구만.





―――――――――――――――――――――――――――――――――――――――――――――――――――――――――――――――――――――――――――――――――――――

미래를 결정짓고 싶다면 과거를 공부하라.

              - 공자 - (from. 트위터 ˝명언봇˝)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5.24 8:40 AM (115.41.xxx.217)

    82에는 보물같은 기사들이 간혹있지요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7250 더민주가 지방재정개편안 해결한다는데 왜 단식을 안푸시는지.. 5 dd 2016/06/16 745
567249 호주나 시드니쪽 커퓨니티나 카페요 1 소낙비 2016/06/16 796
567248 (급질) 국수는 삶아 뒀다가 20분 후에 써도 되나요? 4 요리 2016/06/16 1,609
567247 글 삭제해버리니, 허무 6 열심히 답글.. 2016/06/16 1,236
567246 조규찬씨의 '무지개' 노래 아시나요? 22 좋아 2016/06/16 1,876
567245 오션월드 비발디 파크로 놀러가는데요 캠핑준비물 가져가면 될까요 10 조언부탁 2016/06/16 1,966
567244 남편을 모르겠어요, 6 ㅇㅇ 2016/06/16 2,300
567243 Theory 직구 사이즈 문의드려요 7 직구 2016/06/16 3,644
567242 한전 민영화 하나요? 15 . . . .. 2016/06/16 3,378
567241 급해요ㅜ..ㅜ 3 전세자금대출.. 2016/06/16 1,230
567240 까스타네르 어떤가요? 2 2016/06/16 1,879
567239 이마트 신규가입하면 쿠폰주나요? 1 Ll 2016/06/16 459
567238 필라테스 처음 하려면 뭘 알아봐야 할까요? 1 ;;;;;;.. 2016/06/16 1,654
567237 예전 심리치료 관련 책 추천 댓글이 있었는데 8 풀빵 2016/06/16 1,269
567236 김제동씨도 구의역 청년 빈소를 다녀갔네요 2 재동이 2016/06/16 1,292
567235 세월호793일) 미수습자님들이 바닷 속에서 나와 가족들 꼭 만나.. 7 bluebe.. 2016/06/16 451
567234 lg유플러스 티비 리모콘 저만 짜증나나요? 8 마키에 2016/06/16 5,367
567233 투표한 보람이 있네요. 다행입니다. 9 rariru.. 2016/06/16 1,682
567232 뉴스룸에 손예진 25 예지니 2016/06/16 8,206
567231 신해철씨가 정말 보고싶네요.. 22 보고싶다 2016/06/16 2,077
567230 목동 양정고 성적이 중하위면 안기는게 낫겠죠? 2 .. 2016/06/16 1,938
567229 경찰이 총선넷 참여연대 압수수색 했다네요 2 낙선운동 2016/06/16 513
567228 과일야채즙 좋으네요.. 15 다시금 2016/06/16 3,466
567227 요가는 살이 안빠지네요 5 2016/06/16 3,244
567226 초1 놀이터에 혼자 내보내나요? 15 .. 2016/06/16 4,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