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을 좀 열심히 꾸준히 하는 편이예요.
이 직종은 제가 선택할 때는 다들 갸우뚱 했던 일이지만
지금은 다들 잘 선택했다고들 해요.
저는 남들이 그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별로 상관 안하구요.
저는 어려서부터 제 생각대로 밀고나가는 성격이고
한번 한다면 어떻게든 하고야 마는 사람이라서
또 친정에서는 뭐.. 제가 알아서 뭐를 하든 말든 별로 신경쓰지도 않았으니까
제가 뭐를 하겠다고 해도 그런갑다 했어요.
물론 이 일을 여태 잘 해오면서 제가 제 경쟁 상대들은
엄청나게 똑똑하거나, 아니면 금수저이거나 인맥이 빵빵하거나 했지만
저는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았기에 노력하는 것 외엔 길이 없었구요.
저도 제가 젊은 시절에 그렇게까지 돈이 궁해서 쩔쩔매지 않았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은 더 발전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요.
어찌되었건 제가 제 일에서는 어느 정도 평판을 얻었는데
최근에 제가 일하는 내용으로 해외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꽤 잘 될 것 같은 기회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하기가 싫네요.
우리 애들 어릴때 정말 돈이 없어 극빈자처럼 살면서 눈물로 키우면서 일했고
시댁이고 친정이고 도와줄 사람 하나도 없이 매일 도우미 눈치봐가면서
하늘아래 땅 위에 기댈 곳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키웠어요.
그때 매일매일 처절했던 심정은 지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와요.
시댁에서 당했던 일들도 이젠 잊혀질만도 한데
제 머리 속에서는 파노라마처럼, 바로 일주일 전에 일어난 일들처럼
억울한 심정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그렇게 힘들게 키워낸 애들이 이젠 직장도 잘 잡고 나날이 자리잡아 가고 있고
지금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꽤 넉넉하게 살고 있습니다.
다 제가 열심히 벌은 덕이죠.
이제 애들에게 부모로서 해야할 일은 어느 정도 했다 싶고
애들은 어려서부터 너희들이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고 교육했기 때문에
애들은 각자 경제적으로 독립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어요.
그니까 제가 애들을 위해서 더 많이 벌어야할 필요는 없다 싶어요.
요즘 생각해보면 제가 직업적으로 더 발전할 기회는 눈에 보이지만
결국은 제가 더 많이 벌게 된다 하더라도 그 혜택이 어떤 방식으로든 시댁에 갈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태 살아온거 보면 결국은 그렇게 되더라구요.
제가 시댁 머슴도 아니고
저도 남 좋은 일만 하고 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발전할 기회도 눈 감고
이대로 살아가려구요.
누구 좋으라고 제가 고생을 사서 합니까...
참..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좀 이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