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비포 선셋에 이어 비포 미드나잇 다시 봤는데, 제가 보이네요. ㅋ

빈틈 조회수 : 1,779
작성일 : 2016-04-12 15:39:17

줄리 델피가 저와 닮았단 얘긴 아니구요. ㅋ


오늘 특별한 일정 없는 휴가라서 모처럼 케이블에서 비포 선셋을 하길래 중간부터 보다가 비포 미드나잇까지 봤어요.

예전에도 봤던 영화이고 좋아하는 시리즈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계속 이어지는 영화라서 다시 보니 또 새롭더군요.

비포 미드나잇도 예전에 봤을 땐, 뭔가 삶에 찌들어버린 초중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대사 하나하나가 와닿았어요. ㅋ


특히 셀린느의 모습을 보면서, 제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제시의 모습에도 남편이 있더라구요. ㅋㅋ

생각이 꼬리를 물어 집요하게 생각하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기회를 틈 타 폭발하는 셀린느와

이기적인 생각을 갖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셀린느의 마음을 어떻게든 수습하려는 제시에서 저와 남편의 모습이 보이구요. ㅋㅋ

육아 문제에 대한 시각이나 표현도 너무 재밌었구요.


그렇게 종반까지 끝을 향해 달려가는 듯 했지만, 마지막에 탁 놓아버리는 셀린느와 제시 ㅋㅋ


요새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제가 너무나 교과서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였어요.

제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살지 않으면, 흐트러질까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게 되고, 계속 계획하고 모든걸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남편에게도 엄정한 잣대라고 할까요. 사랑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아버지로서의 역할과 동반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상대로 보게되고, 바라게 되구요.

물론 현실을 살아가면서 현실을 놓칠 수는 없겠지만, 요즘 제 모습 특히 남편을 제 모습 보면서, 참 딱딱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던 차였죠.


그런데 영화속에서 셀린느가 제시에게 하는 말 중에... 나는 산소를 마시고 살고, 당신은 헬륨을 마시고 사는 것 같다라는 대사가 있어요.

셀린느는 다큐로 말하고 제시는 개그로 맞받아친다는 거죠.

저 또한 그랬어요. 그리고 그런 시도를 하는 남편의 말을 받아줄 때도 있지만, 다큐를 다큐로 받아내질 못하는 남편에게 더 다큐로 대했을 때도 많았거든요


비포 미드나잇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사람에게는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빈틈이 있어야 한다는 것.

산소도 필요하지만 가끔 헬륨도 필요하다는 것.

심각하던 모든 것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해제 시켜버릴 줄도 아는 개그도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게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 지속시키게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칼로 물베기라는 게 그런게 아니겠어요. ㅋ


요새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영화를 본 것 같아요. ^^


IP : 119.64.xxx.2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빈틈 좋습니다.
    '16.4.12 3:49 PM (14.53.xxx.161)

    글 읽고
    저도 표현못한 제 마음을 볼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헬륨과 산소표현이 너무 잘 들어옵니다.
    정신 안 차리고 살면 다 흐트러질까봐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았던 제가 저와 제 남편을 힘들게 했다 싶네요
    육아가 거의 끝난 40대 후반 인데 젊으신 분께 많을 것을 배웁니다.

  • 2. ..
    '16.4.12 3:49 PM (119.192.xxx.73)

    비포미드나잇에서 셀린느 욕 많이 먹었는데.. 저는 안타깝기만 하더라고요. 제시가 자기 하고픈 일 하며 아들 때문에 미국 가고 글 쓰느라 왔다 갔다 할 동안, 쌍둥이 키우면서 유모차 끌고 밤에 돌아다녔다는 셀린느 생각하니까ㅠㅠ 볼 땐 잘 봤는데 시간 지나니 유모차 끌고 밤에 돌아다녔다는 셀린느 말 밖에 기억에 안 남는 영화였어요. 이제 살만해서 다시 일하고 자리 잡으려 하는데 또 미국 가자고 하는거 보고 정말 같이 빡치더군요.. 비포선셋 정말 좋아했어요. 너 그러다 비행기 놓친다고 말하면서 노래 부를 때 멋있었는데... 그러던 언니도 애 낳고 육아하느라 허덕이는데 인터넷에서 셀린느 성질 더러워지고 피곤하다 소리만 많이 들은 거 생각하면....ㅠㅠ

  • 3. 주말에
    '16.4.12 3:55 PM (221.139.xxx.19)

    비포 선셋 우연히 보고 시리즈? 모두 다시 보고싶어요.

  • 4. 향기
    '16.4.12 4:39 PM (14.52.xxx.193)

    이미 시기가 지났지만 급 보고 싶네요

  • 5. ..
    '16.4.12 4:55 PM (124.5.xxx.41) - 삭제된댓글

    비포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인것 같아요
    그게 내 이야기같다는 것

    비포선라이즈를 보고 9년뒤 비포선셋을 보는데
    그들이 하는 대화가 나의 이야기더라구요
    연애에 시행착오를 한 나의 이야기
    그리고 비포미드나잇은 아이를 낳고 중년이 된 나의 이야기

    나와 같이 성장해가는 영화같아요

  • 6. 그때
    '16.4.12 5:11 PM (39.123.xxx.107) - 삭제된댓글

    그시절의 내가 그립고...
    지금의 내 상황같아서 ....
    비포시리즈 진짜 훅 들어오는 영화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08282 뜨개 질문이요. 애착인형 뜨고 싶어요. .. 22:07:47 15
1608281 송일국네 삼둥이 티비로 봐도 기빨려요 1 ... 22:07:46 199
1608280 국립중앙의료원에 차량 돌진사고 택시운전사 급발진 주장 1 왜죠 22:05:34 220
1608279 그냥저냥 결혼한 분들 말고 정말 서로 케미가 맞아서 결혼한 분들.. 22:05:34 74
1608278 약과도 얼먹하니 맛있네요 55 22:01:51 133
1608277 콩국수와 탈모 5 ... 21:57:55 551
1608276 울 냥이 천재만재 14 집사 21:55:46 416
1608275 돌출입 검색하니 압구정 재교정 21:52:49 252
1608274 아고 답답 .. 21:46:41 299
1608273 갑상선저하증인데 늘푸 21:46:38 262
1608272 베이킹재료 온라인몰 어디가 좋은가요? 1 타르타르 21:46:30 155
1608271 유퀴즈는 이제 8 ..... 21:39:17 2,213
1608270 뉴스에.. 1 21:38:51 307
1608269 잣을 사려는데 국산과 중국산 차이가 클까요~? 2 ... 21:38:27 405
1608268 조국의 빛이 되어 주십시오. 12 헬프 21:37:17 634
1608267 윗집주인 3 릭킹 21:36:00 675
1608266 실외 달리기하는 분들 물, 폰 어디에 넣고 달리세요 10 하니 21:35:21 686
1608265 남편이 얼마나 알뜰하냐면요ᆢ 5 어이쿠 21:35:15 1,292
1608264 국짐것들은 캐비넷이 무섭겠죠 5 졸지에 21:33:41 315
1608263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에게 책추천해 주세요 6 하아 21:32:05 404
1608262 골프 재미없다면서 가는 동반자 4 ㅇㅇ 21:30:51 505
1608261 리들샷 사용하시는분들 순서 좀 알려주세요 2 미리 감사드.. 21:30:37 420
1608260 姦 이 한문이 뭔지 아세요 8 에잇 21:29:37 1,754
1608259 과천 산 밑 아파트 자랑글 어디갔나요? 18 소리없이 21:29:18 1,305
1608258 복숭아향기 ㅇㅇ 21:28:47 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