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재미있게 봤고, 결과에 상처받으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마음이 아프지만
어제 문득 남편을 보면서 든 생각에 글 씁니다.
응팔 세대랑 비슷한 나이지만
닭장같은 아파트에 살고 여고 다니느라
대학갈 때까지 남자친구 또는 연애는 저랑 관계 없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대학을 남녀공학으로 가고 어쩌다 보니 남학우 비율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누리고 살았었던.. 나름 화려한 생활을 했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
- 화려하대봤자 희소성에 대한 대우 좀 받은 정도지만 그것도 너무 좋았던 어린 저로서는 ㅎㅎ
남자인 친구들이 많다보니 다들 개성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환이같은 친구도 있었네요.
말은 툭툭 던지는데 왠지 챙겨주는 느낌.
군대 가서도 편지를 여러장씩 보내오구요.
나한테 관심이 많아서 기억도 잘 해주고...
생긴 것도 눈 찢어지고 입술 나온 게 닮았다는 ㅎㅎ
그 친구랑 있으면 서로 농담하고 대화하는 재미는 있는데 남자로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여자로서 대접받는 느낌이 없었거든요.
결국 사귀게 된 친구는 택이같은 남자였어요.
눈 동그랗고 선하게 생겨서 저한테 퉁수주는 말은 전혀 안 하고 항상 웃어주고 받아주고..
결정적인 타이밍에 뽀뽀하게 되서 사귀게 되었는데
순하게 보이는 인상과 달리 열정적인 면도 있었고, 사귀는 동안 나쁜 남자 모습도.. 쯧.
암튼 장기간 연애끝에 결혼하고 애도 낳고 살아요.
덕선이처럼 나이들어가며..
정환이 닮은 친구는 나에 대한 감정이 어땠는지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니
확신은 못하고 내가 좀 중요한 사람이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택이 닮은 친구는 슬쩍 손도 잡고 사람들 앞에서 예쁘다고 해주고
언제나 나만 보고 있고 주변에서도 알 정도로 티를 많이 냈구요.
그런데 이 남자..
나이드니까 예전 순둥순둥한 모습은 없어지고
잔소리도 많고 농담을 빙자해서 구박도 하고.....
딱 김주혁같은 모습이네요.
체형이나 얼굴도 바뀌었지만 예전엔 내가 뭐라 하면 대답도 못하고 웃기만 하더니
이젠 오히려 말로는 제가 못 당합니다.
그래서.. 택이가 너무 중간과정 없이 김주혁이 됐지만
충분히 그렇게 바뀔 수 있다는 거 저는 이해해요.
오히려 하는 짓은 동룡이 같기도 하고......... (왠지 슬픔 ㅠ)
정환이 닮은 친구도 예쁜 신부랑 결혼해서 잘 사는데
요즘 만날 일이 없어서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뭏든 응팔 덕분에 추억도 떠올리고 좋았어요.
응팔보면서 남편이 택이라는 결과를 이해 못하는 남편한테
여자는 정환이보다 택이같은 남자가 더 좋다고 했지만 여전히 이해 못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