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그냥 한탄같이 적고나면 좀 나아지겠지 했는데
뭘 어떻게 적어야 할지 감도 안오네요. 그냥 주절주절 써 볼게요.
다들 그렇듯이 당연히 저도 제 일 제 경력, 날리고 싶지 않았죠.
대출 끼고 빠듯하게 시작한 결혼생활이라 더 빨리 돈 바짝 벌어서 자립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고
제가 몸이 약한 편이라 제 몸 하나 겨우 건사하는데 아이 뒤치닥 거리 할 자신도 없고
다행히도 신랑은(사실은 아기 엄청 좋아함) 애를 낳거나 안 낳거나 전혀 상관 없다고 말해주고
사실은 못 도와주는 이유가 가장 크죠.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남편, 토요일도 출근하는 회사라서...
해서 은근 손자 내색하시는 친정 부모님께 하루는 애 낳지 말까 의견을 살짝 비췄다가
무슨소리냐고 펄쩍 뛰시더라구요. 애 키우기 힘들까봐 그러냐며
다 키워주겠다고 걱정말라고 하셔서 솔직히 이 부분을 많이 믿고 용기를 내기로 했어요.
조금 더 경제적으로 안정이 된 후에 다시 생각해보겠다고도 했지만
아기는 빨리 낳아서 빨리 키우는 게 이득이라며...
임신 중에도 우리 아가 언제 나오냐며 다 키워주겠다고 계속 큰 소리 치셔서 더 안심했던 것도 있었죠.
그리고 예상대로 엄청난 난산으로 애기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애를 낳고 부모님이 며칠 보시더니 힘들어서 못 키우시겠다며...
이 순간부터 저의 독박 육아가 되어버렸어요.
체력도 없고 자신도 없고 곧 육아휴직이 끝나 복직도해야하는데
친정에서는 두 손 놓았고, 시댁은 두분 다 일을 하시고 어린이집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복직 전 몇 개월간 아기 적응시키고 복직 후...
아침 6시 반에 곤히 자는 아이 억지로 깨워서 어린이집에 맡기고(말이 6시 반이지 겨울엔 깜깜하더라구요)
날아가듯이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날아와서
아이 데려다가 집에가서 저녁 먹이고 씻기고 재우면 당연히 안 자요 ㅋㅋ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12시간이나 기다렸는데 놀아달라고 난리나죠.
근데 빨리 재워야 저도 씻고 내일 준비를 하는데 ㅜㅜ 억지로 억지로 혼내서 재우고 저도 급하게 잡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다시 애기 깨워서... 이렇게 한 달 하다가 결국 병이 나서 의식 잃고 쓰러진 게 한 달에 3번.
자꾸 구급차로 응급실에 실려가 자리를 비우니 옆 직원들 눈치도 보이고
결국 다시 휴직하게 되었고 곧 복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회사가 더욱 빡세져서 도움을 못 주는 신랑은 그냥 퇴직하라고 하는데
대출도 안 끝난 지금, 무시무시한 교육비가 들어가기 전에 돈을 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처음부터 맡아놓고 키워 줄 사람이 없었다면 끝까지 아이를 안 가졌을텐데
나만 믿어! 해놓고 정작 낳고나니 못하겠다.하시는 부모님도 원망스럽고
아이을 낳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덜컥 부모님만 믿은 내가 등신이지 싶고
왜 돈을 더 많이 모아놓지 못하고 결혼했나 도우미 도움받을 돈도 없이 애를 낳은 내 형편도 원망스럽고
왜 더 월급 높은 회사에 가지 못했나 나는 왜 건강하지 못한가 또 원망스럽고
왜 이런 상황을 이겨낼 정도로 나는 모성애가 강하지 않은 엄마인가 원망스럽고
왜 언론에서는 여자라면 당연히 모성애가 기본 세팅되어있다는 것처럼 얘기하는지
이래저래 내 인생은 망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에 자다가도 화가 벌컥 ㅎㅎ ㅜㅜ
회사는 재취업이나 이직할 수 있지만 출산은 돌이킬 수도 없는데
몸도 아프고 애한테 짜증만 내는 것 같아 애한테도 미안하고
아이가 감기걸려서 3일 전부터 어린이집에 안 보내고 있는데
아침에 짜증내는 아이에게 그렇게 짜증내려거든 니 맘대로 해! 벌컥 소리지르다가
나랑 더 이상 붙여놓으면 안되겠다싶어 "오늘은 가서 친구들하고 놀아," 하고 보내놨네요.
저희집은 높지가 않아 뛰어내려도 다치기만 하고 깨끗하게 죽지도 않을 것 같아요...
베란다 보면서 허세쩌는 중2병질 하고 있네요 ㅜㅜ 결국 죽지도 못할거면서 ㅜㅜ
그냥 이렇게 아픈 것도 싫고 떨어져서 아플 것도 싫고
가족들이 걱정할 상황도 지금도 미래도 다 싫고 그냥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어요.
힘을 내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