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5년 7월 9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14
작성일 : 2015-07-09 07:43:50

_:*:_:*:_:*:_:*:_:*:_:*:_:*:_:*:_:*:_:*:_:*:_:*:_:*:_:*:_:*:_:*:_:*:_:*:_:*:_:*:_:*:_:*:_:*:_

동양이고 서양이고 물이란 게
가만히 앉아 있는 성질이 못 되어
찢어진 곳이거나, 보이지 않는
틈까지 찾아가, 미세한 결핍까지
채우고야 흐르는데
떠나고 헤어지는 게 버릇이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공중으로 온몸을 날려
소식도 안 남기고 증발해버리지
.
물에게 제 모습을 간직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원래의 모습이란 게 무엇일까.
가벼운 수소와 산소가 만나
함께 살기로 한 날부터
정성분석 실험실은 늘 젖어 있었다.
 
물은 아무의 말도 듣지 않는다.
철들 나이가 되어도
무리를 떠난 물은,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른다.
물은 물끼리 만나야 산다는 것,
서로 섞여야 살 수 있다는 것,
그나마도 모를 것이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물은 어느 때부터 알았을까.
호흡이 무너지며 글썽이는 물.
함께 살았던 날들만
반짝이는 축제였다는 걸
언제부터 알았을까.
 
그러나 길 떠나지 않는 몸은
눈치만 보다가 죽고 만다.
움직여라. 게으른 물들,
좌절에 흔들려보지 않은 물은
얼어서 결박되든가,
썩어서 사라질 뿐이다.
흔들려라, 젊은 날에는,
그래야 산다.
 
물이여, 그렇다면 잘 가라.
한때는 빛이었고 별이었던,
눈꽃과 얼음으로 크게 피어나던
추억의 물이여, 잘 가라.
어딘가 높은 곳, 물의 가족이
애타게 부르던 소리도 희미해졌다.
길 잃은 물의 집이 어디였던지?
 
그날들이 다 지나고 돌아서면
한가롭고 자유롭고 싶어서일까,
방향을 바꾸어 하늘로도 향하고
색을 바꾼 구름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헤어진 인연을 못 잊어
비가 되어 땅에 다시 내려오겠지만
죽어서 하늘에 갔다는 말도
이제야 조금은 알 듯하다.
 
긴 비 그친 우리 마을에
큰 무지개 하나가 선다.
얼마 만에 보는 황홀이냐.
그렇다, 이런 일도 있었다.
알몸의 물이 춤을 춘다.
물이 색이 되어 하늘에 올랐다


                 - 마종기, ≪물의 정성분석≫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5년 7월 9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5/07/08/5g0902a1.jpg

2015년 7월 9일 경향장도리
[시사만화 ‘장도리’는 박순찬 화백의 휴가로 쉽니다]

2015년 7월 9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99512.html

2015년 7월 9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99776a1eb9e04a45bac89b52a50de697

 

 

조선 로동당 남한 지부

 

 

 
―――――――――――――――――――――――――――――――――――――――――――――――――――――――――――――――――――――――――――――――――――――

칭찬 받기를 기대하는 자는 이미 자기의 칭찬을 잃은 것이다.

              - 알렉산더 포프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1649 48 다이어트 도와주세요. 21 흑흑 2015/07/09 4,339
    461648 서대문구남가좌동가재울뉴타운 살기좋은가요? 가재울뉴타운.. 2015/07/09 1,641
    461647 의회 민주주의는 죽었다 light7.. 2015/07/09 329
    461646 전 살을 뺄 팔자가 아닌가봐요. 7 ㅇㅇ 2015/07/09 2,240
    461645 2015년 7월 9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5/07/09 414
    461644 온더보더 또띠아 나초 2 레인보우 2015/07/09 1,414
    461643 무작정 제주도 여행 4박5일 항공권예약했어요^^; 22 나나나 2015/07/09 3,571
    461642 이거 꼭 얘기하고 싶어요 5 저요 2015/07/09 1,385
    461641 남자들이 생각하는 연예인들 9 hj 2015/07/09 2,768
    461640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 - 나오겠네요 2 참맛 2015/07/09 1,421
    461639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치 않는 진실이 있다면.. 6 진실 2015/07/09 1,340
    461638 개가 이시간에 5번이나 토하네요. 15 ... 2015/07/09 1,613
    461637 농부 눈 으로 본 식제료는... 1 땅심,천심 2015/07/09 1,111
    461636 세모자관련 어떤분이 동영상 올리셨는데,, 한번씩 봐주세요 2 진실 2015/07/09 1,265
    461635 녹조 응집제가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이네요 8 참맛 2015/07/09 2,465
    461634 남자친구의 입냄새... 10 블리킴 2015/07/09 8,944
    461633 교회 다니시는 분들께 여쭤봅니다 10 2015/07/09 1,626
    461632 라디오스타 이미도씨 원피스 5 오늘 라스 2015/07/09 4,256
    461631 회갑 세잎이 2015/07/09 438
    461630 의료보험 2 2015/07/09 507
    461629 정말 피곤하고 힘드네요... 3 ㅜㅜ 2015/07/09 1,206
    461628 김치 담가 먹는거랑 사먹는거요 어떤게 19 oo 2015/07/09 4,086
    461627 육아선배님들 조언부탁드려요 (낯선이에게 공격적인 아이) 7 dd 2015/07/09 1,041
    461626 집이 넓어지니까 정말 살만하네요. 43 ㅜ,;ㅔ 2015/07/09 18,616
    461625 사회생활에서 표정이 중요한 이유가 왜일까요? 6 표정따지는 .. 2015/07/09 4,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