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가, 아마 당신이 슬픈이유

영면하세요. 조회수 : 963
작성일 : 2014-10-28 23:36:07
엄마의 잔소리를 반주삼아 88년 고2때 대학가요제를 보는데, 뭔가 부티가 좍좍나는 학벌도 좋은 오빠들이 진짜 멋들어지게 마지막 곡을 부르고 대상까지 타고, 그 다음날 학교에서는 다들 "공부도 잘하는 오빠야들이 노래도 잘하고 진짜 대단하다 아이가" 그럼서 우리 지방아이들은 꼭 하이틴 로맨스의 남자주인공을 좋아하듯 오빠야들을 좋아하곤 했어요.

그리고 이어지던 멋드러진 발라드와 가슴을 콕콕파던 먼가 후까시 가득하던 가사들로 팬질도 않는 그냥 팬이었다가, 사실 직장생활하면서는 거의 잊었습니다. 세월의 때가 묻었고, 바빴고, 제 연애도 중요했고, 직장도 중요했고, 그리고 그 사람 아니라도 마음을 후비는 가요는 넘치게 많았었으니까... 서른살을 넘어가면서는 어느 가수가 되었건, 좋은노래들이 나오면 좋으네 그랬지 뭐 열광적인 마음따위는 잊어버렸고, 게다가 저는 미국으로 유학을 하고 그후 계속 살게 되면서 더더욱 그랬어요.

하지만, 어제 신해철님의 소천 소식에 이리 마음이 아팠던 것은, 그가 천재뮤지션이어서가 아니라 대단한 사람이었기 때문이구나 참, 뒤늦게 늘 감탄하고 있었구나, 생전에는 몰랐지만 했어요.  인기가 많던 연예인은 너무나 너무나 많았죠. 지금 40대라해도 정말 너무나 잘생긴 남자배우들, 가슴을 꼭꼭찌르는 발라드의 주인공들, 드라마의 주인공들, 하지만 그중 누구인가가 불현듯 세상을 등진다 한들, 이리 내 심장을 후비파듯이 아파하지 않았을 이유는 나는 신해철님과 같은 사람을 통해서 사회적 스트레스를 풀고 살았구나 그거였어요.

나는 용기 없어서 하지 못하는 말들, 행동들, 그 거침없는 자존감과 베짱으로 모두를 대변해서, 분명 득보다 실이 많은줄 알고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으면 더 많은 재물, 편안함이 있을줄 알고 있었을텐데도, 두려움 없이 가는거, 그거 나는 대리만족 느끼고 살았구나. 나는 도저히 비겁해서 나 살기 힘들어서 못하는거...

감사합니다. 살았을땐 그게 감사한지 몰랐는데, 정말 대중옆에서 대중 목소리를 메아리로 만들어주셨던 고인께 감사드려요. 천국에서 편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대단한 음악가여서가 아니라 정말 대단한 인생의 선배였어서 너무 아깝고 아까와요.
IP : 108.179.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4.10.28 11:37 PM (175.223.xxx.103)

    그가 너무 아깝고 또 아까워요. 자신의 신념대로 산 멋진 사람....그가 아직 우리는 너무도 필요한데 너무 속상하네요

  • 2. 닥아웃
    '14.10.28 11:51 PM (118.219.xxx.14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현실이 어찌 이리 잔인할 수가..............ㅠㅠ

  • 3. ..
    '14.10.29 11:44 AM (222.107.xxx.147)

    그래요
    정말 슬프네요...정말 아깝고 안타깝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0759 12월 중순넘어 김장 너무늦죠 6 김장 나도.. 2014/12/01 931
440758 알로앤루 라는 아동브랜드 어떤가요? 9 ... 2014/12/01 1,649
440757 저 살림 정리하고 가구 배치 다시 하는 거 시작했어요. 3 .... 2014/12/01 2,010
440756 중학교 내신 영어공부법에 대해 남편과 의견충돌 9 오늘하루 2014/12/01 1,862
440755 K팝스타 '엄마로 산다는 것은' 2 마이셀프 2014/12/01 1,866
440754 남은 한 달 1 건너 마을 .. 2014/12/01 682
440753 올케얘기 50 .... 2014/11/30 14,546
440752 김장 얘기가 꽃 피는 김에 이번 제 김장 3 2014/11/30 1,190
440751 제가 느끼는 82쿡... 5 2014/11/30 1,028
440750 김장용 김치에는 양파 넣는게 아닌가요?;; 19 김치 2014/11/30 4,383
440749 간단한 국어 문법질문.. 4 gajum 2014/11/30 500
440748 대학원 서류전형에서 성적반영 4 자야하는데 2014/11/30 1,046
440747 애견들 하루 세끼먹나요? 10 니가사람이가.. 2014/11/30 1,369
440746 입원중인데 전설의 마녀가 힐링이 되네요 14 마녀 2014/11/30 3,832
440745 호텔 결혼식 식대 얼마정도 하나요? 3 .. 2014/11/30 4,559
440744 구글 위치기록 잘 아시는 분? ..... 2014/11/30 511
440743 10개월 정도 2000만원 대출하려고 하는데요. 2 샤샤 2014/11/30 790
440742 아픈 길냥이가 며칠째 안보여요~ 5 순백 2014/11/30 563
440741 내가 느끼는 82쿡 31 그냥 2014/11/30 2,592
440740 제가 먹고 싶은 케잌인지 빵인지 찾아주세요 10 케잌 2014/11/30 1,987
440739 결혼문제.. 11 ... 2014/11/30 2,448
440738 혹시 약사님이나 소아과의사선생님 계시면 궁금한점이 있어서요. 3 ... 2014/11/30 738
440737 정윤회 게이트 문서 4 심마니 2014/11/30 2,670
440736 장사하고 싶어요 +ㅁ+ 5 꿈! 2014/11/30 2,033
440735 저희동네 길냥이 스티로폼집 만들었는데 8 22222 2014/11/30 1,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