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
장그래처럼 아무 스펙이고 준비고 뭐고 없이 ..
그냥 그저그런 학교를 졸업하고 ..
학교 다니면서는 연애니 운동이니 어설픈 지식쌓기 따위에 이발 저발 담그며 시간을 보냈어요 . 사회에 나가 치열하게 싸워 이겨서 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 ,
게으르고 나태했죠 .
그러다 운 좋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우연찮게 연이 닿아 발을 딛게 됐어요 .
첫날 , 도무지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지 ,
여기가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인지 ,
나 외의 모두는 각자 자신의 몫을 잘 해내고 있는 , 나보다 훨씬 더 앞선 이들인 것만 같았던 ..
그래서 주눅 들고 바짝 긴장해 ,
나를 향해 ( 지금 생각해보면 실은 나를 향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건데 )
멸시나 , 깔보거나 얕잡아보는 듯한 시선에 어쩔 줄 몰랐어요 .
하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못하고 그냥 제 일만 할 수밖에 없었어요 .
모두가 퇴근하고 텅 빈 , 그 넓디 넓은 사무실에서 혼자 엄청난 양의 물품들을 처리하던 저녁이 , 아마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 이렇게 가을비가 축축히 내리던 서울 , 러시아워의 불빛 , 술집과 식당을 채운 직장인들 , 광화문의 차가운 거리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 장그래가 내려다보던 , 지나치며 걷던 그 서울의 불빛과 골목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 모두 나와는 다른 세상 , 그렇지만 이제 내가 어떻게해서든 파고들어 버텨야만 하는 그곳의 모습 ....
저는 이제 40 대 중반 ,
성공했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 그냥 제 전공 연장해서 이 나이까지 남들 받는 만큼 비슷하게 받으며 어디 가서 명함 내밀기 부끄럽지는 않게 살아요 . 물론 저보다 더 알뜰하고 열심히 사신 분들 앞에서는 부끄럽지만 .
첫날 ,
장그래는 집에 돌아와 자신을 후회합니다 .
‘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림받은 것이다 .’
나도 그랬어요 .
하지만 20 대의 나에게 돌아가 말해주고 싶어요 .
다 별것 아니라고 , 시간이 지나면 모두 별 것 아니게 된다고 .
그리고 새로운 자신의 선택에 장그래가 스스로 말합니다 .
‘ 길은 걷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라고 있는 것이다 ’
맞아요 . 이건 모두 과정일 뿐이에요 .
목표는 직장 , 직위 , 내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앞으로 보여주겠지요 .
정말 좋은 원작 , 좋은 스토리 , 오랜만에 삘 받았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