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외로움은 가장 따뜻한 순간에 온다...

갱스브르 조회수 : 1,818
작성일 : 2014-09-27 16:36:56

20대 때의 외로움은 옆구리가 시려 그렇다고 생각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주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끊긴 필름처럼 그 시절의 모습이 사진처럼 남아있는 시기를 지나

완전한 영상으로 재생 가능한 5~6 살 무렵의 나도 외로웠더랬다

미처 기억할 수 없는 태생 초기의 블랙박스는 살아봐야 드러난다

어른들은 혼자 잘 노는 아이를 칭찬하지만

지금은 안다 , 그것이 얼마나 애쓰고 난 뒤의 포기인지를...

본래 사람은 빛을 따르고 온기를 좋아한다

내성적이고 말 잘 듣는 아이가 손가락을 꼬물락거릴 때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우리 부모 모두는 사랑으로 키운다지만 결과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랑이 넘치는 건 모자란 것과 같은 결과를 준다

이상하게도 온 가족의 사랑이 빵빵한 풍성처럼 둥둥거릴 때 베란다에 혼자 서있는 느낌을 받았다

살면서 드러나는 의문은 불친절하고 당황스럽게 온다

전혀 앞뒤 연관성 없는 무작위로...

사랑하는 사람과 만족한 데이트를 하고 오는 길도 그랬다

친구와 온 마음으로 우정을 나누고 난 뒤에도 동굴의 찬바람이 불었다

가장 끔찍한 기억은 꿈을 이루고 난 뒤의 외로움이었다

오매불망...몇 년을 기다리고 치이고 다시 오르고

너덜너덜해지기 일보직전 환희의 찬가를 불렀지만 심한 울증이 찾아와 나를 또 놀래켰다

가장 행복하게 느끼고 즐겨도 모자랄 시간을 잠이 다 가져갔다

내가 모르는 구멍으로 바람이 드나든다

아마 평생을 그 허함을 메우려 사는 것 같다

공부가 일이 사람이 정신적 유희가 가끔 그 역할을 했지만

어느 한폭  공간은 줄지 않음을 확인시켜주고 간다

아무리 좋은 가을 볕이라 해도 집에서는 빛을 들이지 않는다

블라인드를 내려 자연 채광을 막았다

그런데 그 구석탱이 좁은 틈으로 실오라기 같은 조명이 든다

풀어야 할 삶의 그림자는 기다린다

빛이 들어야 자신을 증명해 보일 수 있으니까...

마음을 헤집고 들어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IP : 115.161.xxx.20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9.27 6:16 PM (110.14.xxx.185)

    사랑이 넘치는 건 모자란 것과 같은 결과를 준다
    내가 모르는 구멍으로 바람이 드나든다아마 평생을 그 허함을 메우려 사는 것 같다



    꼭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쓴 글 같네요

  • 2. ㅠㅠ
    '14.9.27 10:50 PM (203.226.xxx.28)

    외로움은 가장 따뜻한 순간에 온다...
    가슴을 두드리는 글 잘 봤어요ㅠㅠ

  • 3. 멋진글
    '14.9.27 10:58 PM (183.100.xxx.107)

    고마워요..
    전부 동감하긴 어려웠지만요..
    외로움..

  • 4. 글을
    '15.12.1 8:15 PM (117.111.xxx.32) - 삭제된댓글

    참 잘 쓰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6234 2014년 10월 16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2014/10/16 390
426233 점점 소심해져요 1 소통 2014/10/16 521
426232 선볼때 남자들이 이런 질문 하는거 왜 그러는 걸까요 25 .. 2014/10/16 13,756
426231 '남편복'에 해당하는 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1 2014/10/16 4,219
426230 노다메 칸타빌레 보고 있는데... 3 ... 2014/10/16 1,220
426229 http://thenewspro.org/?p=8125 light7.. 2014/10/16 376
426228 아시아원, 한국정부에 쏟아지는 인터넷 불법사찰 비난 light7.. 2014/10/16 378
426227 서태지브랜드네임없이 크리스말로윈 정말 좋나요? 30 김장해 2014/10/16 3,114
426226 솔직히 세월호는 너무 많이 나갔어요 87 ㅇㅇ 2014/10/16 7,411
426225 집에 포대기 있는 분 있으세요? 14 ... 2014/10/16 2,162
426224 동서식품 불매운동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9 prince.. 2014/10/16 1,655
426223 기분나쁘게 놀리는데요...ㅠㅠ 10 염병할! 2014/10/16 1,993
426222 속상해서 끄적이네요... 2 허니 2014/10/16 728
426221 남펴의 외도로 고민과 번민에 휩싸여 7 가을잎 2014/10/16 3,958
426220 해외 미국초등학교 학생들 공연으로 독도 주제는 어떨가요? 12 궁금 2014/10/16 810
426219 저같이 사는사람....아마 없겠지요..ㅠㅠ 39 잉여 2014/10/16 18,915
426218 똑똑한부모는 아이를 하나만 낳는다 46 ... 2014/10/16 12,557
426217 아래 영화판 종사자 글 다중 아이디 218.50 글이네요. 29 ..... 2014/10/16 1,540
426216 김밥재료보관 트리 2014/10/16 642
426215 검찰, 범죄 혐의자 카톡내용 '필요최소' 범위만 확보 1 .. 2014/10/16 407
426214 땡구맘님 초간단 동치미요... 4 동치미 2014/10/16 1,748
426213 저 몇살로 보여요? 4 b.b 2014/10/16 1,814
426212 감사원, ‘세월호 문건’ 일부 파기 2 충격 2014/10/16 620
426211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유경근님 ㅠㅠ 3 모히토 2014/10/16 1,671
426210 ㅋㅋㅋ 한선교 "청와궁 천기"누설했군요. 3 닥시러 2014/10/16 3,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