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를 보면 자연스레 한번 껴안는 버릇이 있다
내가 모르는 시공의 이야기가 뿌리 깊숙히 살아있을 것 같은 신비감 때문이다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하다
녹음이 우거진 나무...그 풍성한 이파리에 더운 땀이 씻겨내려가듯 절로 쓰다듬게 되기도 하지만
한적하고 어둠이 내려앉은 숲속에서 느꼈던 공포감은 여지껏 생생하다
나무가 그 등걸과 가지가 무섭다
식은땀을 날려버린 건 조그만 다람쥐였다
저 다람쥐나 나나 이 나무숲 사이에선 똑같구나 생각하니 관계의 갈등에서 뛰쳐나와
한적한 자연을 찾은 내가 작아지면서도 무거운 배낭의 끈이 툭 떨어진 것처럼
의외로 편하다
만약 그 와중에 고양이였다면...글쎄...
공포를 넘어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와 당장 그날로 서울행 표를 끊었을 것이다
다행히 달이 뜨기 전 산행을 마치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주인집 아줌마의 퉁명스런 사투리와
똥개의 격하게 날 반기는 꼬랑지와
무수한 손님들이 지나간 베개와 이부자리가 전혀 불쾌하지 않다
누군가의 흔적에 오늘 또 나의 시간이 보태어진다
날이 밝으면 다시 그 숲,그 나무를 봐야겠다
좋아라 껴안았던 그 나무가 맞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