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음의 사춘기

갱스브르 조회수 : 944
작성일 : 2014-09-10 18:08:41

사춘기는 한번 앓으면 끝나는 줄 알았다

성장의 내성이 혹독할수록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해서 나이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내면의 "손님"이 낯설어

변덕이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자학이겠지 했다

아마 나이값 못하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나 보다

어른이란 그렇게 참고 또 참고 일관된 의식을 가져야 폼도 나고 성숙해지는 거란 자기 믿음에 갇히는 거다

엄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가 아니구나..하는 때가 온다

나이 먹어도 늙어 꼬부라져도 맛있는 건 맛있다

여자 냄새가 사라질까 전전긍긍하고 젊음을 의식하는 순간 또 안다

늙었다는 것을...

저마다의 나이테가 다르다 보니 한줄 한줄 채우고 그 칸을 바꿀 때마다 맘의 요란한 부침을 겪는다

변덕과 집착이 고마움과 사랑이 어울리지 않는 조화를 부리며 정신을 어지럽게 한다

그렇게 이쁘고 욕심나던 옷이 어느 날 너무나 후지고 신경질이 난다

옷이 무슨 죄...

새옷을 입어도 몸에 돈을 갖다뿌려도 맘이 초췌하니 위로가 안 된다

그런 자기 위안을 빌미로 쓸어담은 온갖 빛나는 물질들은 오래지 않아 너덜너덜해지거나

방구석 서랍 끄트머리에서 굴러다니기 일쑤다

연휴가 지루하기도 했지만 막상 오늘이 끝이라 생각하니 별 특별한 일을 계획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일상의 팍팍한 바람이 부는 것만 같은 답답함이 온다

나이의 어느 고비를 넘고 있는가 보다

두서도 이유도 불분명한 화가 치밀고 그런 자신의 권태에 자조한다

생리전후 증후근이라는 이유도 밑천이 다했고

스트레스 때문에 맘에 여유가 없으니 명상을 해보라는 것도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됐다

알면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무기력증이다

또렷하게 의식을 하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확인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우르르...

일가친척들이 빠져나간 주방엔 설거지가 쌓여있고

마루며 방이며 남의 머리카락과 먼지가 굴러다닌다

씩씩거리며 걸레질하고 지겹다고 혼잣말 하고 옥상에 올라가 보니 뭉게구름이 듬성듬성...

하늘은 너무나 다정하고 가볍다

미성숙한 자신을 발견하고 후회도 하고 발광도 하는 걸 자책하지 말아야 겠단 생각이 든다

늘상 그런 것은 아니니까

보고 싶었던 가족들이 돌아갔다고 홀가분해하는 건 그들이 미워서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조렇게 이쁜 구름이 먹구름이 돼 하늘도 가끔 우르르 꽝꽝 성질내니 말이다

바람 한결에도 울고 웃는 사람의 마음을 가진 이상

울긋불긋한 사춘기는 어느 때고 또 찾아올 것이다

사춘기라는 이름을 풀어놔야 겠다

IP : 115.161.xxx.20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도
    '14.9.10 6:09 PM (115.21.xxx.39)

    잘 쓰네...

  • 2. 명문이로세...
    '14.9.10 7:17 PM (110.14.xxx.144)

    '늙었다느것을...'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9847 그래도..신해철. 4 ... 2014/10/28 550
429846 안녕, 그리울 거야.. 2 ... 2014/10/28 593
429845 북한도 가지고 있는 군사주권이 남한만 없네요. 4 미쿡 2014/10/28 650
429844 눈물이 더 나네요 3 잠못드는밤 2014/10/28 582
429843 그의 죽음이 내 가까운 친구 지인을 잃은 것처럼 슬픈건 8 허무하게 보.. 2014/10/28 2,005
429842 요절이라는 단어는 보통 몇살까지 보통 쓰나요..?? 2 .. 2014/10/28 2,170
429841 내 젊은 날의 추억을 도둑 맞은 느낌... 5 ..... 2014/10/28 1,064
429840 미치겠네요, 진짜 1 아니라고해 2014/10/28 995
429839 잘가요/쉬크했던 마왕..그동안 찌질해서 미안했어요 3 2014/10/28 1,258
429838 2002년 노짱과 마왕. 3 waterl.. 2014/10/28 1,803
429837 마왕...불꽃같은 삶이네요 3 YHSMOM.. 2014/10/28 2,522
429836 마왕 안녕 잘가 6 안녕 2014/10/28 980
429835 바보같이, 난 그가 일어날 거라 믿고 있었어요. 4 ... 2014/10/28 879
429834 유년기때 사진. 그리고 최근까지 잘정리되어있는 인터뷰네요 4 그의 인생을.. 2014/10/28 2,331
429833 故노무현 추모콘서트 故신해철 - 그대에게 4 ... 2014/10/28 1,810
429832 이제 20년 전 노래라니... 2014/10/28 592
429831 댓글 모두 감사합니다 16 고민입니다 .. 2014/10/28 2,529
429830 신해철의 '무한궤도' 1988 MBC 대학가요제 - 그대에게 9 대학가요제 2014/10/28 1,719
429829 해철님 마지막 방송 2 ... 2014/10/28 1,347
429828 이런 경우는 처음이고 앞으로도 없을듯해요 3 진정한 영웅.. 2014/10/28 1,216
429827 친구가 저한테 의지를 많이 하지만 부담스러워요 4 ... 2014/10/28 1,727
429826 미친듯이 슬프다... 7 얄리 2014/10/28 1,328
429825 지난여름 마왕이 배캠대타디줴이했던거듣고있어요 3 음악캠프 2014/10/28 1,263
429824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신 이후로 4 인생무상 2014/10/28 1,445
429823 리부트 마이셀프 ㅡ 아따 뮤비 보시죠 1 음악만은 비.. 2014/10/28 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