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본도 당일 나오고 매사 즉흥적으로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지나온 영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일관된 주제와 시선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고 풀어내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는 건 감독으로서의 재능이다
가끔 그의 영화가 지루하고 아 이제 이런 식의 해법은 질리다 라고 답답해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가 사는 삶이 인내가 필요한 반복의 과정임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솔직히 남녀가 만나는 위선적인 구애의 이면에 노골적인 섹스를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우리네 속내가 얼마나 볼품없고 찌질한지 ...
극단적인 막장 연출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대화만으로 관객을 어느 풍경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홍상수 영화를 찾는 이유다
가끔 그 배경이나 소리가 가슴에 너무 착하게 들어와 안긴다
선술집에서 옆 테이블의 밑도 끝도 없는 대화를 엿든는 느낌?...
나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가 되는 맞물림 때문에 공감은 더 커진다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비겁함과 불의를 맑은 소주잔 하나에 흥건하게 담아 충분히 전달한다
기억의 조각을 자르고 또 자르면 전혀 다른 기억이 되고
그 전혀 다른 추억이 만나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미로 같은 영화
생각해 보면 우리의 과거가 그렇게 포장되어 있지 않은가...
서로 다른 연애와 우정의 기억 때문에 어긋난 눈물과 앙심이 그렇고
끔찍하게 사랑 받았던 그 주인공은 가공된 인형에 지나지 않으며
애틋한 마지막 밤이라 아련해하지만 상대는 수많은 밤 중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작 그밤이며...
그렇게 허점투성이인 일상의 구멍을 현미경으로 미세하게 뒤적거리는 감독의 집요함
저예산 독립영화를 지향한다는 감독의 뜻이 의도인지 아니지는 몰라도
홍상수표 영화의 색깔은 점점더 명료해지고 있다
담백해질수록 메세지는 화려하고 진하다
배우 활용도 그렇다
욱중하게 무게를 싣지 않고 가벼운 바람처럼 흩어지게 한다
그래도 그 흔적과 잔상은 분명하게 남기고 말이다
카세료라는 배우의 얼굴이 왜 영화의 제목이 자유의 언덕인지 가늠하게 한다
한적한 연휴 중간
또 낯선 길을 헤맸다
길을 잃었을 때... 처음엔 당혹스럽지만 돌아다녀 보면 안다
어느새
그 길에 취해 점점 익숙해져 간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