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면 아마도 어떤분이 일기장이니? 할 것 같아
쓸까 말까 고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여기만한 곳이 없어요.
그리고 이 글을 쓰면 공감 해 주실 것 같아 써요.
별거는 아니고요...
제가 예술, 문화, 책 , 공연 이런거 참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런거 별로잖아요. 제 남편도 추가입니다.
제가 영화보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 제 의견을 조금 풀면 난리가 납니다.
그냥 보지 왜 분석 하냐고요. 아니 같이 보고 주제가 보이는데 감상평도 말 못하냐 그러면 화냅니다.
나중에 고백을 하더군요. 본인은 밥만 먹고 산 집안에서 커서 너가 그런말 할 때 열등감 느낀다고요.
어휴 ...이 답답아 별게 다 열등감이다.
여하튼 그러니까 제가 영화를 보고 어디 말할 곳도 없고 동호회 활동할 만큼 시간도 없어서
그냥 저냥 지내는데 제가 사는 곳에서 한시간 정도 운전 해 가면 작은 영화관이 있어요.
주로 독립영화,예술영화만 상영해 주는 곳인데요.
며칠전 일었던 일입니다.
그곳은 주차료가 아주 비싸고요. 시간상 하루 큰 마음 먹고 가야하는 곳이지요.
꼭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어서 갔던 그 날.
무척이나 뜨겁던 그날 설레여 하며 갔는데 몇번이나 가보았는데 그날따라 다른 방향으로
와서 그런지 또 헷깔리길래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그 영화관 위치를 물어봤지요.
그 학생도 마침 그곳을 가는 길 이라며 같이 가게 되었고요.
(여기서 부터 뭔가 조짐이 웃낌) 그렇게 그 여학생과 도착한 작은 영화관 입구에 메모지가 붙어 있더군요.
밥먹고 올테니 기다리라고요. 평일임에도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니 어느덧 열명이 모였는데
주인장은 전화도 안받지.상영 시간은 훨씬 넘었지.다들 불안불안해 하고 있었지요.
옆에서 보던 영화관 옆집 가게 사장님이 더운데 입구에서 그러지 말고 들어와서 쉬라고 하길래
중년의 여성분두명, 여학생(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 학생), 아이 엄마로 보이는 분 , 저 혼자 이렇게 들어갔고
그 가게 사장님 덕분에 어렵게 영화관 주인장과 통화가 이루어 졌어요.
상영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으니 죄송한데 돌아가라고요.
헉! 50분이나 기다린 우리들(?) 은 기가차고 나머지 몇몇은 포기하고 가버린 상태였어요.
저는 멀리서 오기도 했고 오기도 생기고 그 주인장 처신에 화나가서
번호 달라고 해서 제가 다시 전화 걸어서 따졌어요.
미안하다가 먼저 아니냐 왜 그런식으로 처신하냐
늦게라도 와서 영화 올려라 했더니 법대로 하라고 합니다.
영화 한편을 위해 그 멀리까지 모인 사람들의 간절함을 알아서 일까요 볼거면 니들이 숙이라 식으로 나오더군요.
분위기상 제가 뭐 손님 대표(?) 스럽게 되었고 화도 나고 협상을 어찌 할까 뭐 그런 분위기 였지요.
여하튼 결론은 우리가(?) 점심을 먹고 올테니 늦게라도 와서 그 영화를 올려라 협상은 이루어졌지요.
그 후에 다른 영화 보러 오는 손님이 있다면 그 손님을 설득해서라도 꼭 그 영화를 봐야한다고 뜻을 (?)
모으고 다시 점심을 먹고 모이기로요.
이 화나는 상황에 끝까지 기다린 다섯명의 여성들은 분위기 묘하게 그럼 다같이 식사 하러 가시죠가 되었고요.
이왕 이렇게 된거 우리 꼭 영화를 봅시다 하는 묘한 동지 의식이 생기면서 말이죠.
롯데리아 에서 버거를 다같이 먹으면서 다들 기가 차 하는 와중에
제가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에피소드 같다 웃으며 영화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데
어쩜 그리 편안하면서도 재미있던지요.
서로 감동스럽게 보았던 영화 이야기와 ,감독이야기, 배우 이야기,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하는데
누군가 우리들을 보았다면 한시간전에 처음 만났던 사람들 이라고
전혀 보이질 않을 만큼 자연스러웠어요. 영화가 조금 늦게 상영 되어도 좋을만큼
충분히 흥미진진한 대화였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라는 그 작은 공통점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시간을 공유 할 수가...
앞서 말한 그 중년의 여성분들 참으로 교양있고 위트가 넘치고 여학생도 수줍게 경청하고
아이 엄마도 상황을 즐기고 저도 한 수다 하니까 세상에 그 상황 자체가 코믹하고 다들 즐기고 있더군요.
특히 그 여학생은 친구들끼리 이런 이야기 안하는데 이렇게 우연한 상황에서 영화이야기가 정말 즐겁다고 하고요.
이러다가 우리 그 영화 혹시 못 보고 피같은 주차료를 물게 되더라도 이 즐거운 시간을 즐긴 값이다.
생각하자 마무리 되었고 끝내 그 영화를 보고 헤어졌답니다.
그 영화가 생각만치 그렇게 기다린 보람만큼 재미있진 않았지만
제게는 뭔가 선물같은 하루 였어요.
배우자와 그런 대화를 못해 그런가 갈증이 심해 있을 때 시원한 물을 벌컥 들이킨 기분 이었달까요?
그분들을 다시 그 영화관에서 만날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제게 즐거운 시간을 공유해준 그 우연한 만남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이런 뜻하지 않은 우연이 저는 참 좋아요.
돌아오는 길 운전이 그렇게나 즐거웠답니다.
뭐 그냥 그랬다고요 ^^
p.s:참 그영화는 베스트 오퍼 였어요.
참 힘들게 본 영화... 네에, 아주~~는 아니지만 좋은 영화 였지요.
왜 아주는 아니었냐면 음...제 예상대로 결론이 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