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깡패 고양이의 환영

.... 조회수 : 1,186
작성일 : 2014-04-11 19:38:10
깡패 고양이는 요즘 좀 심심한 것 같아요. 제가 늘 늦게 들어가거든요. 며칠 전에는 좀 우울해보이더군요. 밥 먹고 나선 늘 신나서 우다다 뛰어다녔는데 그 날 따라 그냥 침대 발치에 올라와서 조용히 잠들었어요. 제가 일어나도 쳐다보기만 하구요. 그러다가 또 뭐 기분이 나빠졌는지 제 손을 꼭꼭 깨물어보기도 했어요. 

다행히 다음 날 아침엔 전처럼 활발한 고양이가 되었지요. 요사이 저희 건물이 공사중인데 낮에 시끄러워 잠을 못 잤거나 스트레스 받아 그런가 추측만 할 뿐입니다.

어제는 저도 너무 피곤해서 일곱시 쯤 집에 들어갔더니, 고양이가 자다 나와서 격하게 반겨요. 저녁 일곱시는 아직 그에게 한 밤중인 거에요. 아홉 시는 넘어야 일어나는데 말이지요. 어쩐 일로 이리 일찍왔느냐는 듯 난리에요. 제 손에 뺨 문지르기, 귀 앞 이마 문지르기, 박치기하기, 구르르륵 하면서 180도 돌아서 엉덩이 들이 밀기를 번갈아 해요. 엉덩이는 대체 왜? -_-; 아마 궁디팡팡을 원하는 것 같아서 토닥토닥 해줬어요. 제가 책이나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으응~ 하면서 손으로 제 팔을 건드리는데 그럴 땐 정말 사람하고 똑같아요. 으응~ 다음에 나 좀 봐, 책 그만 보고. 하고 말이라도 할 것 같아요. 억양도 꼭 사람 같아요.

고양이 밥을 먹이고 저는 일찍 잤어요. 요즘 운동을 계속 열심히 하는데다, 일도 많아서 피곤해요. 주말에도 늘 직장에 가서 이것 저것 찾아보고 급하지 않으나 중요한 일들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일은 참 재미있어요. 작년엔 급한 일에 치어서 중요한 일들을 할 틈이 없었는데 올해는 인력이 늘어서 편하군요. 좋아요. 작년에는 세 명 분의 일을 혼자 해야 했거든요. 올해는 그래도 두 명입니다. 

일을 늘 완벽하게 할 수는 없는데, 실수가 치명적인 분야도 있어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제 정신을 유지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완벽할 수는 전혀 없다는 걸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정신차리고 하는 걸 목표로 해야겠어요. 극단적인 완벽주의가 우울감과 더불어 극단적 선택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걸 가까이서 보곤 합니다. 세상에 하늘이 무너질 일이란없는데, 그래도 어떤 상황에 너무 몰입하면 또 그렇게 보이기도 하나봐요.
IP : 147.46.xxx.9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아 부럽
    '14.4.11 8:34 PM (121.162.xxx.155)

    아유 글을 참 잘쓰시네요.
    깡패고양이 한마리 들이고 싶네요 저도.ㅎ
    어쩜 저리 애교스런 동거냥이라니..

    전 회사 바로 앞 조그만 공원에 사는 제가 퇴근할 때 마다 다가오는 냥이가 있어
    근처 편의점 가서 크래미 하나 사서 줬네요.
    잘먹던걸요 ㅎ
    그길로 집근처 슈퍼에 가서 캔 잔뜩 사왔네요. 3개 ㅋㅋ
    퇴근할 때 마다 줘야겠어요.

  • 2. 동거냥 얼굴쫌..
    '14.4.11 8:37 PM (121.162.xxx.155)

    근데 깡패는 어디가면 얼굴 볼 수 있나요?
    줌인줌아웃??

  • 3. 아기처럼
    '14.4.11 8:43 PM (121.162.xxx.155)

    집에 계실때 격하게 같이 많이 놀아주세요.
    고양이들도 외로움 많이 탄대요.
    우리 공원에 고양이들도 서로 잡기놀이 하더라구요... 즐거워 보이더군요.
    비둘기나 새가 있으면 그거 잡느라 초 집중놀이.
    뭐 그렇게 하루종일 노는듯했어요.
    그런데 깡패는 혼자 집에 덩그러니 하루종일 있으니...

  • 4. ...
    '14.4.11 9:12 PM (147.46.xxx.91)

    저는 가끔 고양이들이 정말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느껴요.

    동네 고양이 한마리가 숨어서 멀리 있는 참새를 노리는 걸 봤는데,
    제가 말을 거니까 돌아보면서 눈빛을 쏘더군요.

    안녕? 나도 너랑 놀고싶은데 지금은 저 참새 때문에 좀 바빠, 그럼 이만!

    딱 요렇게 말하는 눈빛으로 저를 보더니 낮은 포복으로 다음 숨을 곳을 향해 전진.
    우왕 너무 사람 같았어요.

    다른 한 녀석은 저희 직장 근처에서 본 고양이에요.
    원래 그 구역 짱이 제가 준 먹이를 독점하길래,
    인석한테는 떨어진 곳에 따로 먹이를 줬거든요.
    뭐라고 말할 것 같은 표정으로 저를 2-3초 보더니 밥을 맛나게 먹더군요.

    눈빛이 정말 인상적이라 잊을 수가 없어요.

  • 5. ..
    '14.4.11 9:19 PM (211.224.xxx.57)

    저희집 주변에도 고양이들이 많아서 관찰해보면 개들끼리 엄청 재미나게 놀아요. 혼자 멍때리고 있으면 뒤에서 몰래 다가와서 확 밀기도 하고 둘이 씨름놀이하기도 하고 햝아주기도 하고 낮엔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로 각자 흩어져서 오수를 즐기고 둘둘이 마실도 가고. 고양이들은 형제가 아니더라도 어려서 비슷하게 자란 애들끼린 싸우지 않고 친하게 지내더라고요. 겨울엔 자기네 보금자리서 다들 엉겨붙어 자고요. 그래야 따뜻하니까. 여기는 시골이라서 고양이들 살기가 좋거든요. 애들은 저희가 사료를 줘서 배는 덜 곯기도 하고요. 첨엔 애미잃은 형제 둘만 줬는데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고정멤버 4마립니다. 몇마리 더 와서 먹고 가기도 하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9431 국민티비에서 국회의사중계 시청해 달랍니다. 9 꽃향기짙은날.. 2014/05/14 1,013
379430 (박근혜 퇴진)내일 안산 분향소 다녀올게요 5 늦었지만 2014/05/14 689
379429 [전문]세월호 유가족이 김호월에게 보낸 편지 3 저녁숲 2014/05/14 1,159
379428 제가 콘크리트 아버지를 설득한 방법 18 스플랑크논 2014/05/14 4,135
379427 예전에 김어준님이 안희정님 인터뷰한건데요. 10 딴지일보 2014/05/14 7,186
379426 [박근혜 하야] 써보고 싶어서요. 냉무 5 .. 2014/05/14 769
379425 (박그네퇴진)이런건 자랑해야 할듯 해서..^^; 3 자화자찬 2014/05/14 1,299
379424 박영선 이명박도 국정조사 대상 22 박영선 짱 2014/05/14 2,596
379423 펌) 김호월 교수 사표 수리 되지 않았음 10 ... 2014/05/14 3,818
379422 국회 첫 세월호 보고…여야 '눈물과 분노의 질타' 7 세우실 2014/05/14 967
379421 산지애사과드셔보신분? 5 궁금 2014/05/14 1,833
379420 오마이뉴스가 정리한 세월호 사고 [타임라인] 2 기억하자 2014/05/14 834
379419 지난 손석희뉴스 볼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4 뉴스재방송 2014/05/14 713
379418 (박근혜아웃) 동네학원 vs 과외 선택 어렵네요 3 박근혜아웃 2014/05/14 1,263
379417 [박근혜하야] 그냥 기분좋아서 한번 써봐요~ 5 투딸 2014/05/14 780
379416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열 가지 이슈 1 참맛 2014/05/14 881
379415 부처님오신날 박그네 웃으면서 손 흔드는 사진 찾아요 10 00 2014/05/14 1,491
379414 남편명읜데 수신료거부 될까요 1 2014/05/14 735
379413 김기춘, '대통령 조문 연출' 보도한 CBS에 8천만원 손배소 .. 14 멍멍 2014/05/14 2,243
379412 정몽즙이 팽목항 을 간대요.. 몽드립 한번 날려주세요~ 22 .. 2014/05/14 2,769
379411 국민라디오ㅡ " 오늘" 합니다 1 11 2014/05/14 955
379410 ...그동안 감사했어요 (펌) 18 /// 2014/05/14 3,623
379409 이상규 의원, 두번째 신고 전화 "살려주세요".. 4 lowsim.. 2014/05/14 2,221
379408 새누리당 국회의원중 군필자가 거의 없네요 23 apple 2014/05/14 2,148
379407 (박근혜하야) 밀봉된 즙은 유통기한이 어떻게 될까요? 1 2014/05/14 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