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아니게 며칠 내 집에서 머물게된 일본여자
비슷한 연배에다 직종도 관계돼 있어 흔쾌하게 OK했다
워낙 단촐한 살림살이지만 그래도 손님이 드니 집안을 한번 들었다 놨다
새로 시트도 깔고 욕실 수건도 빳빳하게 각 잡아 단아하게 정리하며 드는 생각
"긴장하고 있나?..내가??..."
원래는 게스트하우스를 물색 중이었는데 선배가 그럴 필요 뭐 있느냐며 내게 의뢰한 일이다
받아들인 데는 일본여자에 대한 내 개인적인 호기심과 호감이 있다
오타루에서 만났던 친절과 야시시한 내숭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일단 메일로 신상 탐색하고 인사는 마쳤다
다행히 한국어를 조금 한다고 하니...
최대한 풍부한 표정과 마음으로 대하면 무리 없겠지 싶다
조근조근 배시시한 말투며 속을 알 수 없는 아리까리한 분위기도 그렇고
내겐 나쁘지 않은 인상이다
아주 모르는 낯선 타인을 만난다는 즐거움
게다가 언어의 한계가 주는 답답함보다는 안도감이 있다
정해진 시간이 있고 그녀는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소설 속 여인네에 대한 사심 가득한 향수가 걱정일 뿐이다
한국영화 중에 "파이란"을 젤 좋아한다고...
코드란 이렇게 소소한 취향에서 스파크가 터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자긴 가이드북에 나온 서울 명소보단
골목골목 자그마한 동네를 보고 싶단다...
내가 별로 애쓸 일이 없을 것 같다
해서 손님맞이 대청소는 이쯤 해두고 지나치게 틀에 잡힌 가구와 장식들도 그냥 내버려두었다
한국에 사는 어떤 집의 일상을 보고 싶은 거다
부시시한 커튼이 봄바람에 젖어 폴랑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