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이 뭔지 점이 뭔지를 알기 훨씬 전부터
불가사의한 존재에 대한 맹신이 있었던 듯하다
꿈이 안 좋으면 외출도 삼가고
이사 가거나 심지어 강아지 한 마리 들여올 때도
손?없는 날 따져 무슨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신중하셨던 외할머니와 엄마
그 때문인지 그냥 자연스레 해 바뀌면 운세 보고 좋아라하거나 조심하거나 했고
삼재 때면 꼬박꼬박 부적도 챙기고
나중에야 그놈의 삼재가 끝이 없는 복불복의 확률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됐지만
살다 맞닥뜨리는 답답함에 습관적으로 철학관, 무당집, 타로 등등에 기대
속는 셈 치고 이번만 보자 하며 질질 거렸다
과거를 잘 맞춘다, 미래를 내다 본다 하는 통찰은 그들이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내 얼굴과 말씨 그리고 매무새에서 힌트가 나가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게다가 그들이 누군가...
택시기사 분들도 몇 년 지나면 손님이 문을 여는 행동거지만 봐도 그 "감"이라는 게 본능적으로 들어와
순식간에 데이터가 쫙 나온다는데...
내리 사람 속 후비고 들고 파는 점사들의 기술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
그곳을 찾기까지 당사자의 마음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절망감이니
그 의존하고 싶은 무게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를 담보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늦은 나이에 심각하게 결혼을 고민하는 친구가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다
일요일마다 주님 만나 은혜 입는다고 감사가 충만한 친구...
갓 신내린 무당을 만나 흥분이 가시지 않는단다...
지금 만나는 남자를 맞췄다며
부적만 있으면 백년해로 하고 조상 구염 받아 보살핌 받으라고
상당한 돈을 지불한 눈치다
한껏 들뜬 친구의 눈동자가 생각난다
분명 신이 서린 무당은 그 열감을 감지했을 테고
갑자기 예전 기억이 새롭다
극단적으로 단정 짓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확실한 긍정으로
어찌나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던지...
분명 내 행복이었는데 무당의 신끼에 감사했던 어처구니 없던 나를
요상한 게 심리라
나쁜 말을 하면 그 자체를 피해야 한다면서도
은근 기다린다...
의심을 갖는 순간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지는 것처럼
갖다 맞추면 다 그럴싸한 "그림"이 된다
행복도
불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