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꽃바구니와 할아버지: 오늘 지하철에서의 웃프던 경험

로멘스그레이 조회수 : 2,187
작성일 : 2014-01-17 21:15:09

40대 중반 남자사람 주말부부인데요.

 

오늘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한 어르신을 뵈었어요.

70대 초반? 공무원이나 교직으로 은퇴하셨을 것 같은 분위기와 차림새의 할아버지

고가로 보이진 않지만 점잖은 노인네 스타일 코트에 연세와 분위기에 썩 어울리는 안경태...

 

그런데...

가슴에 예쁜 꽃 바구니 하나를 소중히 안고 계시더라구요.

꽃 장식도 무척 예뻤지만(문외한인 제가 봐도 가격이 꽤 되보이는듯한), 저의 눈을 사로 잡는 것은....

아름다운 꽃 가운데에 꽂혀 있는 심플한 카드와 글귀

"사랑하는 당신 생일 축하해"

무심하게 보일만큼 꽂꽂한 자세와 우직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그 모습이시라 처음에는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저는 기분이 참 좋아지더군요. 그리고 진심 멋져보였습니다. 그 어르신이

 

나는 언제 아내에게 꽃을 선물해 보았던가?

오늘 읽은 기사에서 한국 부부들 30%가 하루 30분도 대화를 안한다고 했는데....

꽃은 고사하고 나는 주 중에 전화로라도 얼마나 대화를 하고 사는가?

가부장적 전통에 솔직한 애정표현이 익숙치않은 우리사회의 분위기 등등....

평소엔 생각하지 않던 것들을 자책 비슷하게 했겠지요.

 

하지만 지하철 안에서는 할아버지를 곁 눈으로 보면서도마음이 훈훈해지면서 우리 부부의 미래 모습도 그려 보았을겁니다.

그러다보니 저의 입가에는 그야말로 "빙그레"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빨리 아내가 보고싶기도 하고요.

마침 저와 같은 역에서 내리셔서 우리 동네에 사시는구나 했지요. (ㅎ, 우리동네 로멘틱 타운!)

 

그런데...

역을 지나칠뻔 했다는듯 서둘러 내리시는 모습과 그 다음 행동을 보았을 때, 저는 분명 깨달았지요.

그 분은 꽃바구니 배달을 가고 계셨다는 것을....

저 혼자 멋대로 행복한 노년의 로맨스를 상상하고 마음 속으로 기쁘게 웃고 있었다는 것을.

그러고 보니 그 분의 코트가 아무리 풀린 날씨라지만 약간 추워보인다는 것을

역명을 확인하고 출구 번호를 헤매이시는 모습에는 꽂꽂하다거나 우직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더군요.

 

제가 참 순진한건가요?

하긴 현 한국사회에 이 정도의 마음적 여유와 로멘스를 간직하고 계실 어르신들이 과연 얼마나 계실지 그제서야 생각이 들더군요.

저 혼자 마음대로 노년의 소소한 행복을 상상하고 웃다가 불과 수 분 후에 슬퍼진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것이 요즘 하는 말로 "웃프다"는 감정이었군요. ㅠㅠ

하긴 아내에게 그런 꽃바구니 사주면 쓸데없는 데 돈 썼다고 책망이나 들을 것도 같구요.

IP : 222.107.xxx.6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17 9:24 PM (121.165.xxx.165)

    169 댓글 참 뜬금포네요

  • 2. ..
    '14.1.17 9:25 PM (118.243.xxx.210)

    남자사람이라는 말은 어디서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말인가요? 출처가 정녕 궁금해요..
    남자사람이란걸 일본 어투인데..요즘 유행하는 말인가요?
    궁금해서 여쭈어봅니다...

  • 3. 와중에
    '14.1.17 9:27 PM (183.98.xxx.95)

    올리브가든 댓글은 광고인가요?

  • 4. 애들도아니고
    '14.1.17 9:31 PM (14.32.xxx.97)

    결혼한 성인이
    남자사람이라는 표현

  • 5. 원글
    '14.1.17 9:38 PM (222.107.xxx.62)

    솔직히 저도 의미를 모르고 썼군요 그 표현이 일본식인지 젊은사람들의 표현인지도요 거슬렸다면 죄송하구요 영어로 chair man을 chair person으로 표현하는 것 처럼 사용하는가보다하고 썼습니다

  • 6. ;;
    '14.1.17 9:50 PM (121.165.xxx.165)

    진짜 댓글보고 불쾌해지긴 간만이에요 지하철택배 어르신들 못보셨나봐요..정말 많이들 하세요.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사시는 분들인데..아무리 농담이라도 애인집이라니요;; 솔직히 웃자고 한 농담에 안웃어지네요;; 지워진 첫댓글은 어이없는 꽃집광고질 않나

  • 7. 춥네
    '14.1.17 10:32 PM (223.33.xxx.52) - 삭제된댓글

    저도 오늘 9시도 한참 넘어 집에 들어오는데 머플러에 검정 롱코트를 점잖게 차려입은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 단지 밖으로 나가시는걸 봤어요
    아마도 대리운전 하시는 분인것 같던데 한겨울에 오리털 잠바도 아니고 코트입고 밤거리를 다닐걸 생각하니 돈벌기 참 힘들다 싶으면서 맘이 안좋더라구요
    꽃배달이나 대리운전이 손님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위해 옷을 차려입게 하는 뜻은 알겠는데 겨울에는 좀 따뜻하게 입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8042 우리는 이런나라에서 사는군요. 7 궁민1호 2014/02/06 1,765
348041 한양대에 야간대학원 있나요? 2 ........ 2014/02/06 6,174
348040 공주-부여 여행 가요. 숙소 추천 좀 해주세요! 4 2014/02/06 3,739
348039 아기들이 선호하는 얼굴 있죠? 14 2014/02/06 10,444
348038 키스앤크라이, 이동훈선수, 소치올림픽 출전하나요 ? 5 무식해서 죄.. 2014/02/06 2,799
348037 급급급~~~ JK키친 청담 가보신 분 계실까요? 2 궁금이 2014/02/06 794
348036 국정원 수사은폐의혹 김용판 무죄라자나 진실외면자들.. 2014/02/06 432
348035 사이드테이블 추천해주세요.. 꼭필요해요... 2014/02/06 656
348034 아기얼굴은 열두번도 더바뀐다는데 4 국밥 2014/02/06 1,593
348033 모바일에서 82할때요~ 3 어떻게 2014/02/06 731
348032 노후연금 1 ㅅㅇ 2014/02/06 1,321
348031 목동에 스파게티 어디가 젤 맛있나요? 9 스파게티 2014/02/06 1,436
348030 집에서 거품염색 했는데 잘안되서 3일만에 다시 집에서 해도 될까.. 6 염색이빘서 2014/02/06 1,896
348029 중고나라 쿠폰사기 3 바보 2014/02/06 1,499
348028 치아 교정 하신분께 여쭈어 볼께요 3 으라차차 2014/02/06 1,856
348027 강아지 키우시는 분들께 도움청합니다 8 너머 2014/02/06 1,315
348026 뉴질랜드여행 조언부탁드려요~ 6 까미노 2014/02/06 1,357
348025 건자두 알이 크던데 하루에 몇개정도 먹어야 좋을까요 1 .. 2014/02/06 6,720
348024 자식들 놀래키는 시엄니^^;; j-me 2014/02/06 1,459
348023 광주터미널에서 농성동상록회관까지 가는법? 4 결혼식가요 2014/02/06 994
348022 아이들 청바지 찢어졌는데, 찢어진 곳에 대고 꼬메는거 그거 3 아끼자 2014/02/06 1,486
348021 어떤 자식을 낳느냐.. 3 638796.. 2014/02/06 1,275
348020 시사IN 주진우 기자의 문재인 의원 인터뷰 4 참맛 2014/02/06 2,595
348019 [정부 부처 업무보고] 풀 수 있는 규제 다 푼다… 경제 활성화.. 1 세우실 2014/02/06 604
348018 스웨이드 vs 소가죽 부츠 2 skan 2014/02/06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