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박근혜 신년기자회견 해설판
2014. 01. 06. 월요일 물뚝심송
외국어에 워낙 능통하신 위대한 대통령을 둔 덕분에 평화로운 월요일 오전, 명상에 빠져 인류의 평화를 고민하고 있던 본 정치부장에게는 특수 임무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번역이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기자회견 전문과 질답 내용을 보고 있자니, 이 황당한 어법과 모호한 어휘들의 향연, ‘통일은 대박’이라는 기가 막힌 민중어까지 섞여 있는 문장들을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천만 딴지스들이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생기고 만 것이다. 가뜩이나 명랑사회 구현에 분초가 아까운 그들인데 말이다.
본지가 아니면 누가 하랴. 이 쓰레기 더미를 평이하고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 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고 만 것이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팔 걷어붙이고 관심법을 시전해 보기로 하자. 따라들 오시라.
기자회견 전문
2014년이다. 갑오년이라고 하더라.
지난 1년간 난 졸라 귀찮고 힘들었다. 물론 니들 맘에는 안 들었겠지. 그래도 1년 내내 나보고 물러나라고들 그러는 건 좀 심한 거 아니냐?
내가 올해부터는 좀 잘 해 볼게.
아빠 생각을 하다가 생각난 기찬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어떠냐? 멋지지? 그리고 내가 통일을 위해 힘 좀 써 볼게. 니들 이런 거 좋아하잖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뭘 넣을까 하다가 세 가지를 준비했다.
하나는 “비정상의 정상화”. 우리 사회에 개판인 곳이 어디 한두 군데냐? 이거 내가 다 고칠 거다.
원전비리 같은 거 아무도 안 고치고 있다는 거 알잖아. 눈먼 정부 돈은 여기저기서 줄줄 새고 있고 말야. 방법이야 모르겠지만 내가 고치라면 고치는 거지 뭐. 공공부문부터 고칠 거다. 지금 공기업들 몽땅 빚더미 위에 올라 앉아 있거든. 어떤 곳은 한 해 이익이 갚아야 할 이자보다 적은 곳도 있어.
그래, 알아, 알아. 이거 정부가 떠맡긴 빚들이야. 4대강 공사 하면서 수자원공사에 빚 떠넘겼잖아. 근데 정부만 잘못했니? 공기업들도 잘못한 부분이 요만큼은 있을 거잖아. 그러니 다 쌤쌤이니까 정부 욕 좀 그만해라.
원전도 골치 아프고, 코레일도 골치 아파. 이거 다 고쳐야 되는데, 여태껏 정부들이 하나도 못 고쳤잖아. 근데 나는 고칠 수 있다니까? 어떻게 고치냐고 묻지 말고 좀 믿어라. 그냥 믿어. 어차피 니들이 안 믿으면 어쩔 건데? 어차피 나도 못 고치는 거 다 알면서 자꾸 그러면 혼난다니까.
둘째로 창조경제 계속 할 거다. 이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그냥 대충 창업자들 도와주고, 기술 혁신 같은 거 할 때 지원금 좀 줄 테니까 알아서들 좀 하고 자꾸 나보고 뭐 해달라고 그러지 좀 말라고.
창조경제 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라는 것도 만들었어. 비타민 먹으면 몸에 좋잖아. 그래서 지은 이름이니까 그냥 좋은 거라고 알아두렴.
이명박이 녹색성장으로 잘 우려먹었는데, 나도 그거 할 거다. “친환경 에너지 타운”이라는 거 만들 거야. 환경문제 에너지 문제로 시비 걸려거든 거기 가서 알아봐라.
셋째로 내수 활성화 대책도 만들었다. 수출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사람들이 좀 눈치를 채더라. 그러니까 내수 경제를 활성화 시켜야지. 어떻게 활성화 시키냐고? 보건, 의료, 교육, 관광, 금융 산업을 육성할 거라고. 정부가 어떻게 그런 산업을 육성하냐고? 그냥 한다니까. 좀 믿어. 진짜...
중소기업도 좀 도와 줄게. 이거 내가 뭐 하기도 전에 중소기업 수출 증가율이 작년에 좀 좋게 나왔거든. 그거 다 내가 마음 속으로 도와줘서 그렇게 된 거야.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라고.
그리고 내수 활성화하려면 서비스 산업이 발전해야 된다며? 좋은 얘기지. 서비스 산업 활성화하기 위해서 내가 규제 팍팍 풀어줄게. 투자하겠다는 사람 있을 때 투자하는 게 좋은 거잖아. 투자 못하게 하는 것은 내가 다 해결해 줄게. 대신 민간 자본이 공공 분야에 투자하는 거, 민영화 어쩌구 하면서 반대 하면 안 된다. 응?
이거 다 니들이 내수 활성화하라고 해서 하는 건데 니들이 반대하면 안되지 않겠니?
이런 식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달성되면 뭐가 좋아지냐고? 4% 성장에 4만불 국민소득, 고용률 70% 달성할 거야. 그게 말이 되냐고? 자세히 잘 봐봐. 잘...
자, 봐봐. 분명 아무 것도 없지? 근데 이따 창조적으루다가 경제가 나올 거야
4% 성장은 잠재성장률, 4만불 소득은 달성하는 게 아니고 바라본다는 거고, 고용률 70%는 기준만 바꾸면 나올 수 있는 숫자에다가 청년과 여성을 위한 맞춤형 알바자리는 내가 만들어 줄 수 있거든. 난 거짓말은 안 해.
경제 얘기는 이만 하기로 하고... 또 뭐더라? 그래 남북 문제.
북한 애들이 말 안 들어서 나도 정말 힘들어. 핵실험은 자꾸 하고, 전쟁하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개성공단 폐쇄하고 이산가족 상봉도 무산되고, 그거 다 북한 책임이거든. 되게 높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장성택까지 막 죽이는 거 보라니까.
그래도 우리 통일해야 되잖아. 그러니 어떻게든 해 볼게.
일단 북핵문제는 우리는 방법이 없어. 그냥 주변국들에게 어떻게 잘 말해 볼게.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어. 북한이 알아서 핵을 포기해 주면 더 좋고.
북한 주민들 고생하는 건 나도 잘 알아. 사람들이 반대하긴 하지만, 그거 지원은 더 강화해 볼게. 실제로 될지 어떨지는 나도 모르겠다. 할배들이 싫어하잖아. 그런 면에서 이산가족 만나는 건 어떻게 다시 추진해 볼 수 있겠다. 이거면 되겠니?
그리고 자랑거리도 하나 있다. DMZ 평화공원, 이거 내 아이템인데 되거나 말거나 자랑할 것은 이것밖에 없네. 그리고 맨날 말만 해서 민망하긴 하지만 철도 연결도 추진해 보지 뭐.
사실 서로 다 알잖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거.
그냥 마무리 하면서 립서비스 좀 해 주는 걸로 하자.
입시, 취업, 주거, 보육, 노후 문제 다 신경 쓰겠어. 신경만 써줄게.
여성들, 출산 육아 문제도 신경쓰지 뭐. 신경 쓰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뭐 해주기는 힘들 거야. 돈이 없거든.
그러니 우리 모두 힘을 합쳐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
이게 전부야.
끝.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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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말마따나 노년에 개두마리 키우면 딱좋을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