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31105074822
"자기를 은혜로이 돌보았지만 언제 어떻게 돌변하여 총을 겨눌지, 욕을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도시, 또 그러한 사람들이 영웅시되는 사회는 도덕이 바로 설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1981년 3월의 일기에는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선명하게 적혀있다.
2009년엔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의 도리 중에는 의리를 지키는 것도 있다. 의리 없는 사람은 사람이라 할 수 없겠죠." 이 말은 2011년 서청원 의원이 이끌던 '청산회' 송년모임에 전하는 메시지로 다시 한 번 리바이벌된다.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 박 대통령과 서 의원을 잇는 단어는 단연 '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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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의원과 김 의원을 중심으로 한 범친박계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재편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서 의원이 당을 장악하면 새누리당은 다음 총선까지 박근혜당이다. 박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내분 없는 집권자가 될 수 있다. 김 의원 쪽으로 기울면 여권의 원심력이 커진다. 숨죽인 비주류 세력도 제 목소리를 찾을 것이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박 대통령이 일군 보수대연합이 깨질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대체로 일치하는 정치전망은 그렇다.
서 의원이나 김 의원 모두 좋은 품평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다. 개별 정치인들의 문제로 좁혀 두 사람 중 어느 쪽 편을 들어줄 생각 없다. 다만 김기춘-서청원 양 날개가 박근혜 정부를 '안전하게' 벼랑으로 인도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크다. 박 대통령의 독주를 '충성과 의리'의 측근들은 제어하지 못한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상돈 교수처럼 바람직한 불협화음을 낸 사람들이 지금은 없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이의 기형적인 힘의 비대칭도 박 대통령의 독주를 부른 원인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에 부채의식이 별로 없다. 앞선 두 번의 총선에서 박근혜의 '선거 매직' 덕을 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앞에 을(乙)이다. 오죽하면 원희룡 전 의원이 침묵하는 초선 의원들을 질타하며 "새누리당 역사상 당내 토론이 가장 없는 시기"라고 했을까. 국정방향에 대한 견제가 상실돼 정부가 자기 교정력을 잃었다는 진단이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 여기는 것 같지도 않다.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인사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배려가 인색했다. 몇 안 되는 정치인 출신 각료이던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조차 다른 목소리를 냈다고 파문당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이 간헐적으로 쓴 소리 하지만 청와대에선 아무런 반향이 없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등 원로들이 4일 "이명박 정부보다 모든 면이 퇴행하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가 이명박보다 못하다"는 얘기, 안 그래도 요즘 부쩍 늘었다. 어떤 이의 표현을 빌자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5년 계약직 월급사장"보다 못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심각한 얘기다.
윤여준 전 장관은 "국가주의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최장집 교수는 "박 대통령은 독주로 가고 있다. 유신 민주주의라는 표현도 쓰지만 옛날로 회귀한 모습을 보여줘 우려가 크다"고 했다.
박근혜가 바른 말을 하는 사람 내칠때 그 비열함은... 배신의 아이콘 박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