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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정 부모님이 점점 힘들어져요.

여행 조회수 : 5,599
작성일 : 2013-04-15 15:11:52

친정 부모님, 연세가 많긴 하세요.

저는 아직 30대 중반에 아기 키우고 있는데,

결혼을 늦게 하시기도 했고, 나이 차이도 많이 나셔서 엄마 60대 후반, 아버지 70대 중반이세요.

두 분을 모시고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함께 가려고 하는데...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오네요.

 

아버지는 대화 주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음식 이야기에요.

뭐 저희랑 공감대 형성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아서 그러시겠지만,

음식 이야기도 온통 불만... 저희가 어딜 모시고 가서 식사 대접을 하면,

이건 죄다 수입산이다, 이건 조미료를 엄청 쓴다, 이건 옛날 맛이 아니다, 하여간 요즘 식당들은 어쩌고...

한식은 죄다 잔반 재활용한다, 중국집은 불만제로 보니까 사먹을게 못되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불평불만이세요.

그럼 그런 음식 사드리는 저희 입장이 뭐가 되나요.

게다가 무슨 날 한 잔이라도 술을 안드시면 큰일나요. 언젠가 별미 사드린다고 인도음식점에 모시고 가는데,

거긴 술을 따로 안판다고 했더니,

검은 비닐봉지에 소주를 숨겨오셔서 컵에 따라 드시길래 정말 기함한 적 있어요. 남편 보기 민망해서요.

담배도 하루에 반갑 이상 피시는게, 아기가 뒤따라 가는데도 앞에서 담배 피시면서 가시고

게다가 저희 남편은 담배에 아주 치를 떠는 사람. -_-

여행 다니면서 또 얼마나 남편 눈치를 보게 될까요.

 

그리고 저희한테 금전적으로 해주신 것 없어도... 저는 그걸 한 번도 탓한 적 없는데...

부모님께 할 도리는 다 하려고 노력하는데...

쓸데없이 돈쓴다고 나무라시는 것도 지긋지긋해요.

물론 딸 내외한테 미안해서 그러시는거 잘 아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지,

단 한 번이라도 그냥 고맙다, 이렇게 잘해주니 참 좋구나, 선물이 멋지다 라고 해주시면 안되는지.

"쓸데없이" "낭비하고" "이따위 것에 돈을 허투로" 쓴다고 맨날 짜증섞인 말씀을 백 마디씩 하시니,

진심은 아닐 거라는 걸 알면서도 짜증이 확 나네요.

여행도 당장 내일모레인데, 오늘 안부전화 드리니 다짜고짜

"야! 낼모레부터 일주일 내내 비온댄다, 당장 취소해버려라. 무슨 날짜를 잡아도 그렇게 잡냐"

이러시니 정말 미치겠어요. 정말 취소하고 싶더라고요.

이번 여행 제일 가고 싶어하시는 분이 저러니까요...

 

엄마도,  매사 어른스럽게 결정하시는 것 없이 쩔쩔 매는 모습 너무 속상해요.

저희 가족이 친정 들러서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늘 쩔쩔...

"맛있게 하려고 했는데 맛이 너무 없어서..."

"이 반찬을 어떤 그릇에 담아야하지 도대체 마땅한게 없어서..."

결혼하고 5년동안 단 한 번이라도 이 말씀을 안하시는 걸 본적이 없어요.

게다가 사위한테 아직도 반말을 턱턱 못하시고, 말씀을 늘 "네"와 "응"의 중간 발음을 하세요.

남편이 어머님, 어쩌고 저쩌고 하면 "에응" 이런 식으로 대답을-_-;;;;;

손녀랑 좀 시간을 보내달라고 부탁해도 (정말 어쩌다 한 두시간)

도대체 어떻게 놀아줘야되나 쩔쩔쩔.... 멍하니 바라만 보고 계시죠.

 

재력이나 명예 따위를 떠나서

나이가 들수록 평소의 생활 습관이나 언행이 그 사람을 빛낼 수도 있고, 빛바래게 할 수도 있구나를

서글프게도 저희 부모님을 보면서 느끼네요.

깔끔하지도 못하셔서...

친정에 아기를 잠시도 맡길 수가 없어요.

제가 3월 초에 중요한 일이 있어 아기를 친정에 이틀 재웠는데,

그 때 아토피가 재발되어 친정만 갔다하면 얼굴이 울긋불긋해져서 오네요.

여기저기 먼지 투성이에 목욕도 안하는 강아지... 집에 밴 개냄새, 몇 달이 가도 빨지 않는 이불...

 

그에 반해 저희 시어머니는 정말 깔끔하고 당당하시거든요.

아기랑 하루종일이라도 놀아주실 수 있고,

정말 애가 시어머니만 있으면 저를 안찾을 정도니까요.

내가 한 이 음식 맛은 없어도 몸에는 좋을거다! 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것도 보기 좋고,

집은 얼마나 깔끔하게 정돈해두시는지... 가구 구석구석 어디 먼지 한 톨 없고...

연세는 우리 어머니랑 동갑인데 말이죠...

 

아 여행가기 싫어요...

남편이 천사같은 타입이라 장인장모님이 그러셔도 허허실실 넘기면 고맙기라도 하겠지만,

절대 그럴 위인이 아닌지라, 인상 빡빡 쓰며 저 눈치보게 하겠죠.

다 떼놓고 혼자 가고 싶네요. -.,-

 

 

 

 

 

IP : 175.211.xxx.183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뭐하러
    '13.4.15 3:15 PM (180.65.xxx.29)

    남편까지 끼고 여행가세요? 무슨 날인가요?
    남자니까 저정도 참지 며느리라면 벌써 시댁무시 했을 그런 집이네요
    친정부모님 두분만 보내던지 가족끼리 여행가세요 그래도 부모라고 효도 한다고
    남편까지 벌서면서 여행가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 2. 궁금
    '13.4.15 3:15 PM (1.235.xxx.88)

    보나마나 괴로운 여행일텐데 그럼 왜 가시는 건가요?
    누구의 계획으로. 무슨 이유로 가는 여행인가요?
    님도 부모님이랑 똑같네요...싫으면서 안 즐거울거 뻔히 알면서 누가 목에 줄 매서 끌고 가나요?
    진심 돈이 아까운 허튼짓 하고 계시네요.

  • 3. ...
    '13.4.15 3:17 PM (123.98.xxx.54)

    에고..님.. 그 마음 잘 알아요.
    근데 그 애증의 부모님들이 돌아가시니 그 지긋지긋함마저 눈물나게 사무치더군요.
    어떤 모습으로든 생존해 계시는 것만으로도 자식들에겐 큰 복이구나..느껴지실때가 있을거예요.

    흠.. (너무 쉽게 말씀드리는거 같은데)걍 여행은 다니지 마세요. 될수있으면 부딪힐일을 최대한 피해보도록 노력해보세요.

  • 4. 토닥토닥
    '13.4.15 3:17 PM (218.38.xxx.24)

    착한 따님이신데 부모님이 복을 차시네요.
    저도 오래 살아보니 그런분껜 당분간 지원을 끊어보세요.
    뭐하러 힘들게 여행을 가나요..
    취소할 수 있으면 취소하세요.
    모시고 가도 좋은소리 듣지도 못할텐데..
    정말 올케는 없나요?
    며느리 들어오면 그 며느리 힘들겠네요.
    지원 끊으시고 왜그러냐고 물으시면 나도 힘들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심이..

  • 5. ***
    '13.4.15 3:21 PM (222.108.xxx.152)

    여행은 두 분이서 가시라고 하던가 따님만 가세요.
    왜 부모님의 약점(?)을 계속 남편에게 노출을 시키나요?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만 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 6. 원글
    '13.4.15 3:27 PM (175.211.xxx.183)

    사실은 남편 떼놓고 가고싶었어요. 그런데 부득불 같이 가겠다네요. -_-a 가서 좋은 인상으로 있을 것도 아니면서... 부모님의 이런 행동이 싫지만, 부모님이니까요... 위에 어느 분 말씀처럼 돌아가시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함께 바다 건너 여행은 한 번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이랑 똑같다는 말이 확 와닿네요. 욕하면서 배운다더니, 저도 우유부단 어영부영 불만폭발의 결정체인가봐요.

  • 7. ㅡㅡ
    '13.4.15 3:28 PM (125.133.xxx.194)

    참 답답하시네요.
    두 분이 잘 사셔요.
    친정 부모님은 그들 방식대로 잘 사시게 하시고요.
    효도 한답시고 괴롭히는 거예요.

  • 8. 저흰
    '13.4.15 3:30 PM (121.136.xxx.249)

    아빠가 성격이 유별나셔서 엄마가 자식들이랑 같이 가면 더 눈치보일꺼 같다고 두분만 다녀오신다고 해서 두분만 보내드려요
    많이 부딪혀서 좋을 일이 없더라구요
    우리 남편은 그나마 잘 맞추는 편인데 제부가 한바탕 난리가 났어요
    자주 보고 함께 하는게 좋은것만은 아니더라구요

  • 9. ...
    '13.4.15 3:30 PM (123.98.xxx.54)

    여행내내 싸우며 지옥인 여행길보다. 그냥 다 포기하고 서로 마음 상하지 않는게 백배 천배는 나아요.
    효도의 방식도 부모님 마음과 안맞으면 그건 효도가 아닐수도 있죠.
    차라리 여행가지말고 여행자금 그냥 돈으로 드리고 끝내세요.
    여행은 신랑분과 알콩달콩 재밋게 다녀오시고요.

  • 10. ..
    '13.4.15 3:34 PM (39.121.xxx.55)

    그런 성격의 부모님이면 여행을 모시고가면 안돼죠!!
    원글님이 더 답답하네요.
    그 성격 다~알고..예전에 여행가서 겪어보며 고생해봤는데
    또 가세요??
    굳이 여행보내드려야겠다하시면 두분만 보내드리던지요..

  • 11. ..
    '13.4.15 3:35 PM (58.141.xxx.204)

    왜같이 가세요
    가서 괜히 신랑 눈치보지말고
    여행가서 쓸돈 부모님 용돈드리고마세요
    남편도 싫을꺼아니에요..

  • 12. 근데
    '13.4.15 3:38 PM (118.46.xxx.27) - 삭제된댓글

    두분같은 부모님은 해드리고도 좋은 소리 못들어요.
    아니 안해드린만 못하게 되더라구요.
    그게 본인들 복을 차는지 모르고 그러시는데
    담부턴 마음힘들고 돈쓰고....그러지 마시고 그냥 용돈으로 드리시거나
    패키지에 두분만 다녀오시게 하세요.

    이번일도 정 힘들면 날씨가 그렇다는데 정말 취소할까요 물어보시구요.
    개념치 않을거 같으면 취소하시는게 나을거 같아요.
    힘들고 돈쓰고 좋은소리 못듣고 남편한테 눈치보이고.....이게 뭐랍니까

  • 13. ㅅㅇ
    '13.4.15 3:42 PM (124.51.xxx.6)

    결혼을 했으면 님도 독립된 가정을 이끄는 사람입니다 . 남편이 무슨죄입니까?
    부모님과 여행을 같이 가는것만이 효도일까요? 나 이만큼 효도하며 산다고 남에게 보이고 싶은맘은
    아닐까요. 누구하나 행복하지않은 여행을 왜갑니까.

  • 14. 저도
    '13.4.15 3:44 PM (222.107.xxx.181)

    친정엄마 만나는게 즐겁지가 않아요
    나이들면 불평 불만이 늘고
    사람들이 다 못마땅한가봐요.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 15. 그냥 두분이
    '13.4.15 3:57 PM (1.229.xxx.203)

    다녀오시라 하시고
    님 부부는 빠지세요.
    같이 가면 원글님 남편한테 책 잡혀요.
    표현 안해도
    남편이 은근 원글님한테 쌓이는게 있을 겁니다.
    궂이 뭐하러 그런 무리수를 두려는 건지
    삶에 지혜로울 필요가 있습니다.

  • 16. ..
    '13.4.15 3:58 PM (124.49.xxx.19) - 삭제된댓글

    보통 여행을 가는건 가족들간에 화목을 도모하고저 할때 같이 가는겁니다, 가서 즐겁게 놀고 사이도 좋아지구,, 근데 원글님은 지금 여행갔을때의 상황이나 여행후의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도
    그 몹쓸 효도 컴플렉스로 인해서 사위랑 딸이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가야한다는 설정을 해놓고 있는거죠,
    이런 설정은 바꾸면 됩니다, 그냥 두분만 가게 하면 됩니다, 그것도 효도에요,,

  • 17. 님이
    '13.4.15 4:56 PM (14.52.xxx.59)

    자진해서 힘든 상황을 만드시네요
    전 잘하는건 아니지만 ...
    저희 부모님도 약간 저래서(너무 당당하시면서 불평이 많은 스타일) 절대 여행 같이 안가요
    저도 쉬려고 가는 여행에 스트레스 받아올 필요 없잖아요
    돌아가시면 후회될지 몰라두요...일단은 저도 아이 키우면서 너무 힘든데다
    시부모님 안계셔서 시댁 스트레스도 없는데 남편한테 우리 부모님 스트레스 주기도 싫어요
    저희 엄마는 사위한테 대놓고 저런 일꾼같은 아들 있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는 분이라서요 ㅠㅠ

  • 18. 음...
    '13.4.15 8:42 PM (121.175.xxx.150)

    그게 진정한 효도일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는데 저도 한표요.
    부모님이 즐거우셔야 효도 아닐까요? 내가 부모님께 뭘 해줬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거다가 아니라...
    서로 얼굴 찌푸려지고 마음 멀어질게 뻔한 여행을 효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 번 여행 보내드려야겠다 싶으면 부모님 두 분만 패키지 여행 보내드리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 19. ㅇㅇ
    '13.4.15 11:07 PM (193.83.xxx.79)

    그게 나한텐 효도지만 부모한텐 고역이예요.
    제일 답답하고 피곤한 사람이 다른 사람 의사 존중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만 고집하는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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