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 2편 올려봐요. 너무 우울할래나요?

우울한 삶 조회수 : 647
작성일 : 2013-03-06 11:08:11

마종기 시  - 익숙지 않다 -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쌂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다음은 다들 잘 아시는 문태준 님의 유명한 시 "가재미"예요.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복사해왔더니 글씨체가 달라졌네요.

 

나이가 들어가니 사는 일이 왜 이리 캄캄해지는 걸까요?

한치 앞을 알지 못하고 헤매는 느낌입니다.

 

이런 시들을 읽고 있으면 가만히 눈물이 나요.

 

IP : 211.51.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3.6 11:11 AM (211.51.xxx.98)

    오타가 있네요.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쌂이 아니고 '삶'이예요.)

  • 2. 세상사
    '13.3.6 11:25 AM (203.226.xxx.158)

    익숙하지않아 살아야될 이유도있고
    내일을 알수없기에 막연한 꿈도
    꿀수있는것같아요
    사는것 별거 아니라며 훌훌 털어버리고
    그릇에 가득 채워진 욕심도 비워내며
    사는것이 그립네요

  • 3. ..
    '13.3.6 11:39 AM (210.180.xxx.2)

    감사합니다.
    마음의 위안이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9333 만일 월급을 이 따위로 계산해서 주는 곳이 있다면..! 4 아리 2013/03/16 1,396
229332 호텔에 가면 있는 매트리스위에 두툼하게 깔려있는거요, 5 미리감사 2013/03/16 3,143
229331 사람 가장 이기적으로 만드는 게 자식인거 같아요 16 넌모르겠지 2013/03/16 4,583
229330 아이폰 82쿡 어플은 어찌설치해야될까요?? 3 땡이 2013/03/16 1,041
229329 레진과 실란트 차이가 뭐죠.. 치과 관련 일 하시는분들계신가요 6 뭐지 2013/03/16 5,957
229328 무엇을 얼마나 하면 살이 빠질까요? 6 깐네님 2013/03/16 2,035
229327 면바지에 기름튄거 세탁했으면 못지우는 건가요? 4 멘붕 2013/03/16 5,411
229326 버터향, 폐손상 너무 무섭네요. 23 빵빵 2013/03/16 16,210
229325 뉴욕 사시는 분들께....여쭙니다. 이모 2013/03/16 671
229324 이남자 심리 8 뭘까? 2013/03/16 1,695
229323 편백나무침대를 산 첫날! 쉬를 했어요 ㅜㅜ 7 흑흑 2013/03/16 3,649
229322 바지를 사러가면 죄다 스키니..-.- zzz 2013/03/16 1,143
229321 CJ알뜰폰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3 CJ알뜰폰 2013/03/16 1,687
229320 숙취해소에 뭐가 좋을까요? 8 견과류 2013/03/16 1,582
229319 빡친 기자.jpg ㅋㅋ 5 끌리앙링크 2013/03/16 3,165
229318 외신이 먼저 난리가 아녜요. 3 리아 2013/03/16 4,283
229317 오랜만에 로그인 하는데 쪽지기능이 사라졌어요 2 에버린 2013/03/16 440
229316 수유중인데 목감기 오는것 같아요 7 수유 2013/03/16 1,371
229315 다큐 한편 공유합니다. (애묘인에게 강추) 4 --- 2013/03/16 822
229314 아래 살빼면서 지인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스트레스 받아 하시는 .. 1 공유 2013/03/16 1,283
229313 뒤끝없다는 시어머니와의 연락문제 5 해떴다 2013/03/16 1,886
229312 EBS영화 추천해주신분 감사..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14 ... 2013/03/16 2,058
229311 34요금제 9 스마트폰이요.. 2013/03/16 2,050
229310 40대면 맑은 눈빛도 변해가던가요? 4 유지비결? 2013/03/16 3,354
229309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되면... 4 보통 2013/03/16 1,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