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아주 좋으신 분이예요. 별다른 고부갈등도 없이 잘 지냅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아이가 할머니랑 전화 통화하는 걸 듣게 되었는데, 부부사이가 어떤지 물어보시더라구요. 놀라서 아이한테 물어보니, 그동안 정기적으로 우리 부부가 서로 싸우는지, 싸우면 왜 싸우는지, 사이가 좋은지 뭐 그런걸 물어보고 계셨어요.
남편은 가부장적인 전형입니다. 그리고 그런 걸 어머님은 당연하게 생각하세요. 그것만 빼면 좋은 사람인데, 맞벌이를 해도 육아, 가사일이 전부 제 차지네요. 연봉이 제가 더 많아도 어머님은 오히려 남편 기 죽일까봐 염려하시고, 여자는 무슨 일을 해도 집안일은 기본이라고 생각하세요. 행여나 남편 조금이라도 집안일 시킬까봐 노심초사이십니다. 남편은 온갖 취미생활과 친구들과 술자리를 계속 즐기는데 비해, 저는 그런걸 하기는커녕 퇴근하자마자 아이 돌보랴 가사일 하랴 녹초가 됩니다. 그래서 부부싸움이 일어나곤 하는데, 어머님은 제가 한없이 희생하기만을 바라십니다. 사실 지금은 제가 남편에게 백기를 든 상태예요. 그냥 비위 맞추고 삽니다. 남편 성깔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어머님은 그걸 다 아시고, 남편이 저를 잡고 사는 걸 흡족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정기적으로 부부사이를 물어보는 건 기분 상하네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제 아이들이 나중에 결혼하고, 부부사이가 원만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면, 궁금해 하기는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어머님은 들은 소식을 딸들하고 공유하실 거고- 딸들과 각별하게 지내십니다.- 저희 얘기를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게 속상해요. 시누이들은 저를 동정하는 편이지만, 결국 가재는 게 편이라고 오빠 편을 들겠지요.
제가 예민한 건가요? 다른 집들도 이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