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통 가시던 날, 하늘이 무너진다란 말의 뜻을 알았어요.
양친 무고하게 생존하시고, 그때까지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맞이한 경험이 없었습니다.
하여, 애간장이 끊어지는 고통이란 걸 그 때 처음 겪고서는 어찌할 바를 몰라
몇날 몇일을 앓고 한달여를 자다깨는 선잠을 자면서
그분 가신 그 시간이 되면 눈이 떠졌죠.
베겟잇은 항상 젖어 있어서, 잠들어서도 내가 우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그런 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젓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함께 울고 아파서 어찌할 바 모르던 남편이 화를 내기도 했죠.
저 자신,
내가 왜 이러는지 알 수 가 없어서 슬픔과 고통의 한편에선 어리둥절한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노무현이란 한 사람이 우리를 다 잘 살게 하거나 하루 아침에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진 못할 거다,
하지만 그가 대한민국이란 배가 나아가는 방향, 그 각도를 조금은 옮겨 놓을 거다,
지금은 미미해도 그 각도의 차이는 훗날 엄청난 변화의 단초가 될 거다,
그렇게 믿으며 바라보던 나이브한 지지자였던 나의 내부에 이토록 엄청난
그에 대한 사랑이 있었음을 그가 떠나고서야 발견한 겁니다.
그 날 이후 처음으로 몸둘바 모르는 당황 속에서 많이 아픈 24시간을 보냈네요.
얼마만큼 더 아플지, 우울과 침잠 속에 있게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내 안에 자리한 탄력성은 나를 회복시키고
더 강해지고 더 깊어지게 만들 거라고 확신합니다.
나이브하고 철없던 지지자였던 저는 그 분의 죽음을 겪고
모든 면에서, 나의 인생 속에서도 철이 들었고 강해졌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기 일쑤였던 유약한 제가 단단한 중심을 가지게 된 것 역시
그 사건 이후로 서서히 일어난 변화입니다.
내가 지지했던 한 정치인은 그저 한 사람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세상,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의 대체물임을 이제 깨닫고 있습니다.
다시 일어날 겁니다. 지금은 조금만 더 앓을께요.
그리고 점점 더 분명하고 강한 빛을 내는 등대가 되어
내가 선 자리에서 세상과 연계하며 내 존재만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는
그런 사람으로 나이먹고 늙어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