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가 죽었을 때 온동네 사람들이 울고불고(김일성 죽었을 때 북한의 모습과 다들 바 없었죠),
소복입고 어린 자식 손을 잡고 관공서로 가서 눈물흘리며 조문을 하고 왔던 동네 아주머니들...
저희 가족은 이미 박정희의 본색을 알고 있었기에...동네사람들의 반응에 많이 외로웠습니다.
중2때 10.26, 유신의 포악하고 악날함에 분노하던 차에 박정희가 죽었다기에
가족모두 역사의 심판이 있었다며 다음의 역사를 기대하면서 눈물은 커녕 웃음이 다나는데,
학교에서는 모두 눈물콧물 흘리며 강제로 시내 체육관까지 가서 단체조문을 시켰습니다.
선생님, 친구들 모두 우는데, 독재를 끝내는가 싶은 기대로 눈물도 안나오는 저를 모두들 나무라더군요.
가족과 지인들은 전두환독재에 하나둘씩 희생되고, 피눈물이 흐르는데,
동네사람들은 프로야구며, 쇼프로며 즐기고 신나하더군요.
대학에 와서 아무것도 모르던 친구들이 하나둘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알아가게 되자,
처음으로 많은 선후배와 친구들이 생겨났고, 군부독재하에 살면서도 힘들지만 외롭지는 않더군요.
저희집이 강제철거로 하루아침에 날아가 정신없을 때 사람들은 88올림픽을 즐겼고,
...하나하나 떠올릴수록 기가 막히는 역사였네요.
어떻게 얻은 대통령 직접선거였는데, 어떻게 얻은 민주주의였는데,
여의도에 200만이 모였다던 김대중후보의 연설회...주변 누구에게 물어봐도 노태우 찍었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 충격으로 딱 일주일을 앓아누워 일어날 수가 없었네요.
아무 관심없이, 정보들을 접해볼 생각도 없이 그냥 마음가는 데로 찍는 사람도 한 표,
이명박이 세금깎아줘서 종부세도 줄었고, 오히려 냈던 세금조차 돌려받았다며 잇속대로만 찍는 사람도 한 표,
스키타러 가고, 늦잠 자고, 애인 만나 놀고 하느라 누가되든 상관없다며 투표조차 안하는 사람도 한 표,
가정살림보다 어떻게든 세상좀 바꿔보고 싶고, 정의가 승리하는 것 보고 싶어서
온통 선거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달려온 우리 같은 사람도 한 표,...
이런 게 민주주의였네요.
저는 민주주의도 싫어졌어요.
노무현대통령이 불법을 해서라도 조중동 박살내고, 국정원 싹바꾸고, 검찰권력 개혁하고,정수장학회 몰수하고...
했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꿀 것은 바꾸고나서 민주주의를 하든지말든지...
1번을 찍은 사람은 세상의 밝은 면만 보면서 언제나 즐겁고 밝고 행복하게 살고(26년도 남영동도 안보죠),
2번을 찍은 사람은 참담함으로 가슴이 쓰리고(남영동을 보면서도 제일처럼 느껴서 더 괴롭죠), 심지어 억울하고...
누가 그러더군요.
독재가 낫다고! 단 선한 의지를 지닌 누군가의 독재라면!
이명박 괜히 찍었다며 '그래서 이번엔 박근혜라고, 우리를 살린 박정희의 딸이라 이명박과는 다르다'던 택시기사,
하루10시간 이상 식당에서 일하면서도 부모를 모두 총탄에 잃은 불쌍한 박근혜를 왜 괴롭히냐며 이정희 싫다던 아주머니,
등록금이야 어찌되었건 나꼼수도 모르고, 국정원이 어찌되었건 스키 타는 개인의 즐거움 포기할 수 없다던 대학생,
옳고그름이 뭔 상관이냐며 재건축에 이득되면 그만이고, 내 세금만 아껴주면 최고라던 아저씨,...
다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앞으로도 즐겁게들 살텐데...
나꼼수, 이정희, 표창원교수님, ...문재인님, 권양숙여사님...다들 어쩌나요.
앞으로는 뉴스 절대 안보려고요.
못살겠다고 징징대도 절대 안돌아보고 비웃어주려고요.
정말이지 어떻게 해서라도 할 수만 있다면 나만 잘먹고 잘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