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딸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어요.
우리 딸은 이제 28개월 3세반이구요.
저와 신랑이 맞벌이라 어린이집 등원, 하원은 할아버지와 함께 해요. 하원 후에는 시댁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보내구요.
선생님이 전화주신 내용은
1. 선생님이 2주정도 연수를 간다. 그래서 당분간 다른 선생님이 임시로 오실거다.
2. 우리 딸이 워낙 선생님을 좋아하고 샘이 많아서 혹여 다른 선생님의 방식과 적응이 안되어 상처를 받을 지도 모른다.
처음 시작은 대충 이런 얘기였는데요.
우리 딸 성격은 이제 겨우 28개월 짜린데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자길 이뻐하는걸 너무 좋아하고 잘 알아요. 그리고 어느 자리에서든, 누구한테든 항상 자기가 이쁨받고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린이집에서도 선생님들한테 자기가 제일 우선 순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구요.
이건 타고난 천성 탓도 있고, 부모인 저와 신랑의 탓도 있고, 거기에 더불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집안 어른들, 또 어린이집 선생님의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여태 딸아이는 어딜 가도 이쁘다 소리 듣고 귀여움을 많이 받았어요. 딱히 사고를 치거나 고집을 부리거나 하지도 않고, 뭔가 떼를 부리다가도 조곤조곤 이건 왜 안되는지 설명을 해주면 금방 알아듣고 자기가 먼저 '엄마, 이건 이러이러해서 하면 위험하지~~?' 하고 말하는 스타일이라 저도, 신랑도 너무너무 사랑하고요.
무엇보다도 시아버지가 칠순에 처음으로 얻은 손주가 우리 딸이에요.
태몽도 시아버지가 꾸셨을 정도고, 아기 태명도 시아버지가 붙여주셨었죠. 시가에 작은 집들도 모두 아들들밖에 없고, 딸에게 고모라는 존재가 없다보니, 온 집안에서 여자아이의 이쁜 짓이라곤 다들 처음 접하시는 거죠.
아흔 넘으신 시할아버지, 시할머니도 처음 본 증손주, 게다가 딸이고 손녀고 키워보신 적이 없으니 온갖 애정을 듬뿍 쏟으시구요.
명절이나 제사때, 집안 행사때 되면 우리 딸 하나를 놓고 작은 아버님들, 시동생과 사촌 시동생들 사이에서 쟁탈전이 일어납니다.
게다가 애가 말도 일찍 트이고, 어른들에게 가서 애교 떠는게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솔직히 고슴도치 엄마지만, 얼굴도 이쁩니다. 지하철같은 거 타면, 같은 칸의 할아버지분이 저에게 '애 데리고 방송국 가냐?;고 물어보실 정도로...;;)
지금 어린이집 선생님은 이제 겨우 서너살 아기들이므로, 무언가를 가르치고 규율하기보다는 최대한 많이 안아주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갖고 계신분인데, 몇번 상담하거나 전화 통화 할때마다 우리 딸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딸이 워낙에 선생님들한테도 착착 안기고, 안아달라고도 하고, 애교도 잘 부리고 해서 너무 귀엽고 이쁜데, 선생님이 다른 친구들을 더 많이 챙기고 그러면 그걸 못참나봐요.
지난번엔 좀 늦게 들어온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보다 행동이 조금 늦어서 선생님이 며칠을 그 새로온 친구에게 신경을 쓰셨나봐요. 그랬더니 연속으로 두번이나 선생님 보는 앞에서 우리 딸이 옷에다 쉬를 하더래요.
그러곤 선생님이 '우리 00 왜그래? 평소엔 변기에서 쉬 잘하는데 왜 이럴까?' 했더니 선생님보고 " 선생님이 00(새로온 친구)만 좋아해서 화났어!'하더라는거에요.
지금 담임 선생님은 솔직히 교사 생활 15년을 했지만, 우리 딸 처럼 착착 감기고, '선생님도 같이 먹어요!' '선생님 요기 아파요? 00가 호해줄게요~ 얼른 나아라~'하면서 선생님 챙기는 아이는 흔치 않아서 스스로도 우리 딸을 많이 이뻐하게 된다고, 그래서 어떨땐 다른 친구들에게 좀 미안해질 때도 있다고 말씀하실 정도에요.
다행히도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나눠주거나 그런 것에 인색하지 않고, 친구들 모아놓고 그림책도 읽어주고, 친구들하고도 잘 노는 편이라 이기적인 것 같지는 않다고 하시는데...
그런데 당장 2주간 다른 임시교사분이 오실때, 그리고 내년에 반이 바뀌고, 또 내후년쯤 유치원으로 갈때....사회 생활을 겪으며 우리 딸이 자기가 어른들에게 제일 이쁨을 받지 않을수도 있구나 하는걸 알고 실망하고 상처받을까봐 걱정이 많이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걱정되는건 자기가 당연히 이쁨을 받아야하고, 어느 어른에게든 자기가 최고로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도 그렇게 하는데, 아직은 어리니 그렇다쳐도 좀더 자라면 아마 친구들사이에서도 미움받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왜 '쟤는 선생님한테 잘 보이려고해~" 하면서 싫어하는 경우들도 많잖아요.
또 어린이집 선생님 걱정처럼 상처 받을 것도 걱정이 되구요.
자기가 최고여야 하는것, 그리고 또래 친구들보다도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이쁨받는 것을 더 좋아하는 성격....
이런거는 어떻게 고쳐줘야 하는 걸까요?
여태까지 막연히 우리 딸은 애교도 넘치고, 마냥 사랑받는 것이 좋아서 걱정하지 않았는데, 선생님과 긴 통화를 하고 보니 확실히 다른 아이들과 좀 성향이 다르다는 점이 느껴지기도 해서 심란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