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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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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하고 잠들기까지 말이 많아진 남편

아침햇살 조회수 : 765
작성일 : 2012-10-15 09:32:04

막내여동생의 결혼식을 정확히 일주일을 앞두고, 우리자매와 친정엄마와 함께 조촐한 파티를 열었어요.

엄마의 단칸방에 모인 우리들은 그렇게 그동안 엄마와 함께 살았던 둥지를 이제 마지막으로 떠날 막내의 행복을 빌어주면서 막내사위와 함께 아이아빠는 정말 밤이 깊도록 술잔을 기울였어요.

가을밤은 조용한 가운데 지난번 태풍을 대비해 붙인 초록색 테잎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창문턱에 쌀쌀한 밤기운을 뿌려놓으면서 그렇게 이번엔 아빠도 없이 혼자 주단을 밟고 혼자 입장할 막내동생의 쓸쓸한 어깨위에도 살며시 내려앉습니다.

 

7년전 암으로 아빠를 저세상으로 보내놓은뒤에도 평생을 집한칸 없이 살고 남의 집문간방 신세를 넘어본적이 없던 세월동안 우리 가족들이 겪은 인고의 세월은 말로 다 풀을수가 없어요.

평생을 술로만 살고 술에 취하면 세들어 사는 주제에 월세도 제대로 낸적이 없으면서 그 남의 집 대문을 발로 걷어차고 들어와 마당에서까지 엄마의 머리채를 잡아 끌고 나와 담벼락에 쿵쿵 찧어대어서 엄마의 얼굴을 푸른 멍가득한 봉두난발로 만들어놓기 일쑤니까요.

그런 아빠가 처음, 작열할듯한 더운 여름날 외상으로 자동차를 계약하러 나가다가 갑자기 혈압으로 쓰러져 중풍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우리 가족들은 그 놀라운 병원비에 심장병이라도 걸리는줄 알았습니다.

그런 아빠가 반신불수의 몸을 일으켜 집으로 왔을때에는, 우리집은 남들은 귀신붙어 가지않는다는 반지하폐가로 리어카에 짐을 실어 옮겨살았었어요.

그런 아빠를 참 많이 미워하고 가슴아파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남자들만 보면 덜컥 가슴부터 내려앉고 병원카운터에 앉아 돈을 수납하면서도 그 병원문턱을 넘나드는 수많은 엄마들의 결혼한 삶이 얼마나 지옥같은 삶일까 하는 생각에 혼자 몸서리를 치다가 땅바닥 깊숙이 몸을 낮춘 캄캄한 반지하방으로 퇴근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유난히 눈물이 많은 막내여동생에게

"너, 이번에 공중에서부터 황금마차 타고 등장할거지?"

하다가 엄마한테 인사할때 울면 안돼라고 했더니, 코가 빨개지면서 펑펑 우네요.

 

그런데 그렇게 늦게까지 술을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집으로 온 우리 남편이 유독 그날밤따라 말이 많아요.

들어보니, 외롭다는 말도 간간히 섞여있고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형수손에서 컸다가 고등학교도 졸업했는지 못했는지 아내인 저도 아리송하게 만드는 학벌을 가진 남편이 잠자리에 누워서도 혼자 이런저런 말이 많아, 제가 남편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어요.

"외롭다고 자꾸 말하면 안돼, 그럼 사람들이 우습게 생각하고 깔본단 말이야. 그래서 난 절대 티안내고 살잖아. 외로워도 외롭다고 말하지 않고.."

 

그때 알았어요.

우리 아빠가 술만 마시면 양심도 없이 계속 밤에 잠든 우리들 머리맡에서 떠들었거든요.

내일아침이면 학교 가야하고 일터를 가야하는 우리 식구들에게 그건 슬픈 일이었어요.

가난한 일상에 지친 우리들에게  아빠의 끊임없는 술에 취한 저 끊임없는 말들은 허공에 대고 불어대는 비눗방울만큼이나

무의미하면서도 공포스러운 학대였던거에요.

 

그걸 이제 안거에요.

외로워서였다는것을요.

그렇게 라도 하지않으면 외로워서 숨이막혀 죽을것 같았다는것을요.

 

인생은 참 긴것 같네요.

그걸 이제 알았으니 말이죠.

 

IP : 110.35.xxx.23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2.10.15 10:04 AM (59.27.xxx.236)

    외롭지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남변분 마음을 알아봐주시는 님이시니 두분 서로 위로해가며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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